사진은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메인트랙 발표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은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메인트랙 발표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이코리아] 글로벌 제약·바이오 투자업계의 최대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가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올해 JPMHC는 인공지능(AI), 비만,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으로 집약되는 헬스케어 시장이  주목을 끈다.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JPMHC에 참여하는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총 614개다. 해당 기업들의 전체 시가총액은 8조2000억 달러(약 1경 원)에 달한다. 8,000여명의 기업 및 투자자 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기술 수출·파트너십 체결에 대한 기대도 크다. 

JP모건의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 은행 책임자인 마이크 가이토는 8일 개회사에서 “2024년 초점은 비만,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솔루션에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헬스케어 서비스 분야에서 사모펀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는 올해 특히 주목해야 할 분야로 AI를 꼽는다. 올해 JPMHC에 엔디비아가 참여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IT업체들 사이 AI 도입을 통한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도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개막 첫날 미국 대형 제약사 암젠과 함께 신약 연구를 위한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회사는 생물학이 디지털화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머신러닝이 칩 설계를 갖추고 있어 약물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비전도 가지고 있다. 

파웰 엔비디아 부사장은 “생물학을 디지털화하는 것, 그리고 해당 정보값을 컴퓨터에 입력시키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AI 신약 디자인이 가능해졌다”며 “컴퓨터를 활용한 AI 신약 디자인 산업은 매년 2500억달러(약 330조원)가 투자되는 연구개발(R&D)에 엄청난 확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해 7월 AI 신약개발사 리커전에 투자했다. 또 지난해 8월 서울대학교병원과 공동으로 헬스케어 분야의 최신 AI 기술을 공유하는 'HCLS(Healthcare and Life Science) 서밋 코리아 2023'을 개최하기도 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AI 신약 개발사인 아이소모픽은 일라이 릴리·노바티스와 AI 신약 개발을 제휴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노바티스와 12억4000만 달러, 릴리와 17억5000만 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소모픽은 구글 딥마인드 원천 기술인 '알파폴드2'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알파폴드는 단백질의 3차원 결합구조 분석 AI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계약 2건 모두 AI 기반 저분자화합물 신약 발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온코크로스와 파로스아이바이오, 신테카바이오 등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업체들이 있다. 

가이토 총괄은 또 개회사에서 “지난해 다른 분야를 능가한 의료테크(Med-tech) 부문은 지속적인 인수합병(M&A) 활동과 자금 조달 성장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당뇨병과 비만 치료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놀라운 혁신이 M&A 활동을 촉진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주요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번 콘퍼런스에서 M&A거래를 대거 발표했다. 

존슨앤드존슨(J&J)은 ADC 개발업체 앰브릭스 바이오파마를 20억 달러에, 머크는 이중특이항체 개발업체 하푼 테라퓨틱스를 6억8000만 달러에, 노바티스는 면역치료업체 칼립소 바이오텍을 4억2500만 달러에, 보스턴사이언티픽은 요실금·변실금 액소닉스의 신경자극치료제를 37억 달러에 인수했다.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 등 원하는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는 ADC(항체-약물접합체)는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엔허투를 시작으로 우수한 효능을 지닌 수많은 후보물질이 개발되고 있으며 최근 빅파마의 잦은 라이선싱 계약을 통해 확실한 관심분야임이 확인됐다. 지난해 화이자, 미국 머크(MSD), 애브비 등 대형 제약사가 연달아 ADC 기술을 구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28건의 라이선싱 및 M&A, 파트너십 계약이 체결되었고 규모는 852억 달러 수준이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시장 진출 및 5공장 건설 등 성장 전략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부터 JPMHC에 참여하고 있으며, 2017년 국내 기업 최초로 메인트랙에 초청받은 이후 8년 연속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JPMHC는 통상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 순으로 메인 트랙 발표 순서를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사장)는 9일 2024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2023년 빅파마 중심의 비즈니스가 안정적 성장세에 진입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며 "2024년 ADC 상업 생산 및 2025년 5공장 완공 등을 통해 앞으로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전체 가동을 시작한 24만리터 규모의 4공장은, 빅파마 중심의 대규모 수주 물량 증가로 풀가동에 근접한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착공한 5공장은 완공 시 세계 1위 규모인 총 78만 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보유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준공을 목표로 ADC 의약품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다. 

존림 대표는 "앞으로도 삼성의 바이오 사업 비전과 로드맵에 발맞춰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업계를 선도하는 톱티어 바이오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2030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2024년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현지시간으로 10일 4년 만에 메인 트랙에서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허가를 받은 짐펜트라(유럽명 램시마SC)가 내달 29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메인트랙에서 짐펜트라 매출 확대와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태평양(APAC) 세션에는 SK바이오팜, 롯데바이오로직스, 카카오헬스케어, 유한양행이 공식 초청을 받았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메인트랙 발표에서 한국 기업의 의약품도 유망 후보로 인정받았다. 

노바티스는 종근당을, 존슨앤드존슨은 발표에서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를 비엠에스는 오룸 테라퓨틱스를 언급했다. 

오룸은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이나 고위험 골수이형성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인 ORM-6151에 대한 모든 권리를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에 1억8000만달러에 이전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11월 노바티스와 소분자 히스톤탈아세틸라제6(HDAC6) 억제제 신약 후보물질 CKD-510에 대한 13억5000만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ADC 후보물질인 LCB84의 권리를 얀센제약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제약·바이오 업계의 최대 행사와 맞물려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연초부터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024년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바이오테크들의 R&D 파이프라인 수 증가 및 빅파마들의 ADC 기술 확보 경쟁 및 ADC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ADC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도 가파른 성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팩트셋은 국내 헬스케어 산업의 2023~2025년 예상 영업이익 성장률을 27.2%로 추정하며 동기간 글로벌 전체 산업 전망치인 12.6%보다 높은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최근 헬스케어 업종 대형주 주가는 펀더멘털과 무관한 수급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 중이다. 셀트리온의 경우 오는 12일 신주 상장 예정이며, 예상 시가총액은 51조원(3일 종가 기준 추정)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6위가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합병 셀트리온의 2024년 상반기 실적은 높은 재고 단가에서 기인된 매출 원가 부담, 영업권 상각비 등이 반영되며, 하반기에는 유럽 내 직접 판매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 미국 짐펜트라의 처방 확대에 따라 실적 우려 해소가 가능할 것이다. 셀트리온 수급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제약 업종은 올해 실적 성장과 R&D 모멘텀 모두 보유하고 있다"며 올해 주목해야 하는 국내 바이오텍으로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큐로셀, 지아이이노베이션 등을 권고했다. 

KB증권은 글로벌 의약품·바이오의약품 시장이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7.4%, 9.8%의 높은 성장률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톱픽(top pick)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미약품을 꼽았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1위 CDMO로서의 견조한 성장세에 더불어 ADC, CG&T, mRNA 등과 같은 미래성장동력을 통해 추가 레벨-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약품은 머크에게 기술이전한 듀얼 아고니스트의 순조로운 임상에 따른 트리플 아고니스트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 비만 적응증을 대상으로 승인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3상에 따른 국내 1호 비만치료제 신약으로써의 잠재력이 중장기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