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컬리 김슬아 대표이사. 출처-컬리]
[사진-컬리 김슬아 대표이사. 출처-컬리]

[이코리아] 컬리가 납품업체의 대금정산 주기를 늦추기로 했다. 소상공인들은 쿠팡에 이어 컬리까지 대규모 유통업체들의 대금정산 주기가 늦어져 자금순환에 영향이 올까 우려하고 있다.

컬리는 2024년 1월부터 기존 익월 대금 정산 기한에 대해 차등적으로 늦추는 방안을 전 공급사 대상으로 공지했다. 11일 이후 납품 건은  두 달 뒤로 넘긴다는 게 주 내용이다.

기존에는 매월 1일~말일까지 입고(매입)되는 상품에 대해 다음 달 말일에 대금을 지급했다. 올해부턴 1~10일 납품 건은 기존과 동일하게 대금을 지급하고, 11~20일 납품된 상품들은 두 달 뒤 10일까지, 21일부터 말일 납품 건은 두 달 뒤 20일까지 정산을 늦추는 식이다. 1월 11일에 상품을 납품했다면 3월 10일까지 대금정산을 늦출 수 있다는 말이다. 

컬리의 이러한 조치는 정산을 늦춰 수백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작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지속적인 현금 유출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절실한 입장이다. 대금 결제 기한을 늦춰 현금을 확보하면 지표 상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 흑자’라는 실적을 내기에도 유리하다. 

반면에 납품업체는 정산 지연으로 인한 인건비 지급이나 원재료 매입 등 사전지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충당하기 위한 대출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이자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온라인 유통 1위 업체인 ‘쿠팡’에 입점한 업체들은 판매 대금 정산이 늦어서 은행 대출을 받고 있다. 매출 채권을 담보로 은행이 소상공인(입점업체)에 돈을 먼저 내주고, 나중에 쿠팡에게 정산받은 뒤 날짜에 따라 소상공인에게 이자를 따로 청구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한 시중은행의 최근 5년 대출 상품 규모는 매년 급증해 2022년 기준 6,240억 원으로 나타났다. 2023년의 경우 8월까지 이미 4,700억 원을 넘었고, 지난 5년간 대출 규모를 합하면 1조 8천억 원에 이른다. 그 중 쿠팡 입점업체가 대출한 금액이 전체 규모의 73%(5년간 1조 3,322억 원)를 차지해 압도적이다.

이러한 까닭에 쿠팡의 ‘지연 정산’ 문제는 지난 해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당시 “쿠팡이 연내에 시스템을 만들어 (정산) 시기를 단축하기로 입장을 밝혔다”며 “조금 더 확인해보고, 만약에 (정산 주기가) 더 긴 유통업체가 있으면 자율규제에 담아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자율규제가 정산 기간을 줄이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그게 안 되면 법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는데, 쿠팡에 이어 컬리도 ‘「대규모 유통업법」의 최대 정산 기한 60일’내에벗어나지 않으면서 정산하기 때문에 마땅한 제재가 없어보인다. 

이에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해선 하도급법에서 그러는 것처럼, 물품 대금 정산 관계에 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공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쿠팡은 지난 12월 쿠팡 마켓플레이스 입점 소상공인들이 보다 빠르게 판매대금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나은행·하나카드와 ‘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혁신금융서비스 업무 협약’을 체결해 ‘셀러월렛 빠른 정산 서비스’를 시작한다.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활동 중인 소상공인들이 쿠팡 셀러 전용 체크카드 발급을 신청,발급받으면, 셀러월렛 빠른정산 서비스를 통해 판매대금을 미리 사용할 수 있다.

컬리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이번 결제주기 변경은 판매 상품군이 다양해지면서 상품별 업태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정산 시스템과 정산 주기를 도입하게 되었다”며 “법적인 정산 기한 60일을 지키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다 늦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 빨리 받는 파트너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사전에 통보하는 식은 아니었으며, 작년 말부터 협력사들과 충분히 논의 후에 순차적으로 적용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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