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어드 리얼리티 누리집
= 레이어드 리얼리티 누리집

[이코리아] 지난 1977년 세상을 떠난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AI와 홀로그램 기술로 다시 무대 위에 선다. 로이터 등 외신은 영국의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전문 업체 레이어드 리얼리티(Layered Reality)가 제작한 몰입형 콘서트 체험 '엘비스 에볼루션'이 올해 11월부터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다고 전했다. 공연은 이후 라스베가스, 베를린, 도쿄 등 다른 도시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업체의 설명에 따르면 엘비스 에볼루션은 AI와 홀로그램 프로젝션, 증강 현실 및 라이브 극장 기술을 활용해 엘비스의 삶과 음악에서 일어난 사건을 재현하게 된다. 관람객들은 1935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태어난 미시시피주 투펠로에서부터 그레이스 랜드의 고향인 테네시주 멤피스, 라스베이거스까지 여행을 떠나게 되며 행사는 AI 엘비스의 공연에서 정점에 달한다.

앤드류 맥기니스 레이어드 리얼리티 CEO는 “이번 행사는 엘비스라는 인물과 음악, 그리고 그의 문화적 유산을 기리는 즐거운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엘비스 에볼루션은 열혈 팬 뿐만 아니라 엘비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는 일반 관객 모두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나우 앤 덴 뮤직비디오 갈무리
= 나우 앤 덴 뮤직비디오 갈무리

AI 기술을 활용해 작고한 가수, 성우 등 예술인을 ‘부활’ 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1980년에 사망한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의 목소리를 AI를 활용해 재현한 비틀즈의 신곡 ‘나우 앤 덴 (Now and Then)’이 발표되었다. 27년 만에 발매된 비틀즈의 신곡인 해당 곡은 발매 직후 영국 차트의 정상에 올랐으며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워너 뮤직은 20세기 최고의 프랑스 가수로 꼽히는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를 AI로 재현해 그녀의 삶을 다룬 90분 분량의 영화를 제작 중이다. 워너 뮤직은 수십 년 전의 피아프 음성 클립과 이미지를 학습한 AI 기술을 활용해 피아프의 이미지와 독특한 목소리를 재현할 예정이며, 애니메이션과 최신 기술을 활용해 모든 연령대의 관객에게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CD 프로젝트 레드 누리집
= CD 프로젝트 레드 누리집

폴란드의 게임사 CD 프로젝트 레드는 지난해에 출시된 게임 확장팩 ‘사이버펑크 2077 : 팬텀 리버티’에서 사망한 성우의 목소리를 AI 기술로 재현해 출연시켰다.

폴란드의 인기 성우인 밀로고스트 레흐체크는 지난 2020년에 출시된 ‘사이버펑크 2077’ 본편에서 스토리의 주요 인물 '빅터 벡터' 역으로 출연했지만, 지난 2021년에 골수암으로 사망하며 확장팩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된 상황이었다. 이후 개발사는 확장팩 개발을 앞두고 성우 교체를 검토했으나, AI 사용에 대한 유족들의 지지로 그의 목소리를 AI로 재현해 확장팩에서도 본편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편 AI를 활용해 예술인을 부활시키는 것에 대해 윤리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전 세계적으로 나온다. AI 복제를 두고 고인에 대한 추모로 포장된 상업적인 행위라고 비판하거나 고인의 존엄성 훼손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으며, 기성 예술인의 AI가 신인 예술인의 기회를 빼앗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브라질 폭스바겐 유튜브 갈무리
= 브라질 폭스바겐 유튜브 갈무리

브라질에서는 지난 1982년에 사망한 브라질의 국민가수 ‘엘리스 헤지나’의 AI 부활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폭스바겐은 브라질 진출 7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7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엘리스 헤지나가 부활해 자신의 딸이자 가수인 ‘마리아 히타’와 듀엣을 하는 장면이 담긴 광고를 제작해 방영했다. 폭스바겐은 “AI를 활용해 브라질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 중 한 명인 엘리스와 현대의 아이콘인 그녀의 딸 마리아 리타가 재결합하는 특별한 순간을 만드는 것이 의도였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브라질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서는 해당 광고에 대한 비판여론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브라질 군부독재와 협력하던 기업인 폭스바겐이 군부독재에 저항하던 국민가수를 AI로 부활시켜 광고에 활용했다는 비판이다. 가디언은 이에 대해 “40여 년 전 사망한 엘리스 레지나 카르발류 코스타가 직접 승인하지 않았을 스크린 속 부활에 대해 신문과 소셜 미디어는 불편함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라고 전했다.

브라질의 광고 감시 기관 CONAR(브라질 광고자율규제협의회)가 해당 광고에 대해 광고윤리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도 했다. CONAR은 “사망한 사람을 광고에 활용하기 위해 AI 기술을 사용하는 게 옳은지, 일부 어린이와 청소년이 허구와 현실을 혼동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포브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인물의 이미지와 목소리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사례가 점차 더 많이 제기되고 있으며, ‘부활 AI’로 인해 침해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에 대한 법제화 방법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또 부활한 이미지의 상업화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후 초상권을 둘러싼 새로운 산업이 생겨날 수 있다고도 덧붙혔다. 

영국의 음악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는 지난 2019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부활'기술을 활용해 고인을 무대에 세우는 것을 두고 ‘유령 노예(ghost slavery)’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 유령 노예를 '스타의 동의를 얻지 못한 불공정 경쟁'이라고 주장했으며, 기성 스타들이 죽은 후에도 계속해서 시장을 지배하고 신인 아티스트의 기회를 막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영국의 주간지 와이어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유명 배우에게는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무명 배우는 작은 일당만 받고 이미지를 가져다 사용하는 식으로 비용 절감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 서부 미국 작가조합 유튜브 갈무리
= 서부 미국 작가조합 유튜브 갈무리

AI 기술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할리우드를 휩쓴 대규모 배우조합 파업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당시 할리우드 배우들은 노사 협상 과정에서 제작사들이 연기자들에게 하루 일당만 지급하고 하루 동안 촬영을 진행한 뒤, 그 이미지를 회사가 소유해 이후의 AI 작업에 사용할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배우조합은 파업 과정에서 기업들을 향해 더 공정한 수익 분배와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요구했으며, AI로 합성된 얼굴과 음성으로 배우를 대체하지 않도록 ‘AI 아바타 저작권’에 대한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할리우드 파업이 종료되며 갈등은 일단락되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배우조합과 제작자들의 합의로 배우들은 AI 활용에 대한 사전 동의 과정을 거치게 되었으며, 디지털 복제본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받게 됐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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