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3일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전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사진은 지난 3일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열린 2024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전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이코리아]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불확실성 심화와 산업간 무한경쟁 속에서도 올해 판매 목표치를 끌어올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지속 성장’을 강조하면서 값싼 전기차로 전기차 가격 경쟁이 거세지는 업계 점유율을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생존하기 위한 화두로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와 ‘지속 성장’을 제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일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의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열린 2024년 신년회에서 “올해를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지속 성장해 나가는 해로 삼아, 여러분과 함께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체질을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새해 메시지 서두에서 “올해는 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공장인 오토랜드 광명에서 여러분과 함께 새해를 시작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곳에서 출발하여 울산과 미국, 글로벌로 이어지게 될 전동화의 혁신이 진심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또 변화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고객’이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품질과 안전,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가격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실하게 갖춰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2022년 역대급 실적을 거둔 현대차그룹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올해 판매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각각 424만 대, 320만 대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보다 각각 약 1%, 4%씩 올려 잡은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약 7%, 6% 증가했다.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인 약 27조 원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2분기에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을 완공하고, 소형 전기차 EV3를 생산해 국내외에 판매한다. 이후 미국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아 오토랜드 화성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자동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을 순차적으로 가동해 혁신적인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톱3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상반기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에 이어 준중형 전기 세단 ‘EV4’를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할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캐스퍼 전기차에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장착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기차 가격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값싼 전기차로 점유율을 먼저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테슬라가 지난해 1월 중순 미국과 유럽시장을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전 모델에 대해 대대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업체들 간 전기차 가격 경쟁이 본격화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가격 인하의 표면적인 이유는 경기(수요) 둔화와 정부의 전기차 구매 지원 제도 개편에의 대응”이라면서 “이면에는 ‘치킨게임을 통한 경쟁사들 흔들기와 확고한 업계 선도 지위 유지’라는 일석이조의 노림수도 내포됐다. 설사 이 노림수를 크게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효과”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압도적인 원가 구조 등 여러 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테슬라가 치킨게임에 유리하다. 향후 주도권 유지 또는 확대될 것”이라면서 “전기차 경쟁력이 약한 독일과 일본 업체들의 쇠퇴, 중국 업체들의 부상, 현대기아의 선전 등 진행 중인 자동차업계의 구도 재편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이른바 ‘반값 전기차’의 대중화는 2,3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그 자리를 하이브리드 차가 메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미국의 하이브리드 시장 침투율은 지난 10월을 기준으로 8.3%를 기록하며 전기차 침투율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월 10만대로 커진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토요타의 시장점유율은 55%, 현대차그룹은 10% 수준으로 집계됐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2024년 최대 투자포인트 중 하나로 하이브리드 판매량 증가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현대차그룹은 팰리세이드 등 SUV 6개차종을 기반으로 하이브리드 볼륨 확대가 기대되며, 2024년 이후 미국 시장점유율 11%에 안착하는데 있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연구원은 "2025년 현대차그룹의 핵심 파워트레인 공급사인 현대트랜시스를 통해 듀얼모터 방식의 차세대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 양산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는 과거 현대다이모스의 2009년 6단 자동변속기의 양산 성공에 따른 완성차의 구조적 원가율 하락을 구현한 경우와 유사하게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네시스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양산이 가능해질 경우 현재 21만대 규모의 볼륨은 유럽진출이 가능해지며 구조적 성장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4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반값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가격대가 비슷해지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라면서 “테슬라를 필두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지만 현재 ‘실질적인’ 반값 전기차를 구현한 업체는 없다. 빨라야 2,3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기차 가격을 낮추려면 획기적인 공법의 도입 아니면 기업의 이득을 덜 취하는 것일 텐데, LFP 배터리의 경우 리사이클링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전기차의 가성비를 느끼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올해는 하이브리드 차가 인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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