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Live Translate Call(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 일러스트레이션. 제공=삼성전자
'AI Live Translate Call(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 일러스트레이션. 제공=삼성전자

[이코리아] 2024년부터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온디바이스 AI는 개인 기기에서 구현되는 AI 서비스를 뜻한다. 챗GPT 같은 클라우드 활용 AI 대비 비용이 적게 들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내년부터 AI 스마트폰이 출시될 예정인데, 글로벌 모바일시장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증가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첫 번째 생성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오는 1월 17일(미국 기준) 조기 발표하고 1월 30일부터 글로벌 판매를 시작할 전망이다. 이번 갤럭시 S24의 가장 큰 변화는 생성형 AI가 처음으로 탑재된 온디바이스 AI로 △실시간 통화 통역 △이메일 요약 등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1월에 열린 연례 AI 포럼에서 독자적인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인 '가우스'를 공개한 바 있다. 향후 삼성전자는 스마트 폰, 스마트워치, 무선 이어폰, 노트북 등 갤럭시 전 제품이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콜롬비아 대학교와 AI를 공동 개발 중인 애플도 내년 9월 아이폰16에 생성형 AI를 탑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AI 스마트 폰이 침체된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부터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팽창기에 진입하며 급성장이 예상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4년은 GenAI(AI세대) 스마트폰의 중추적인 해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내년도 생성형 AI스마트폰의 점유율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약 8% 수준으로, 삼성전자는 향후 2년 동안 이 시장에서 거의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까지 연평균 AI 스마트 폰 출하 성장률(83.0%)이 글로벌 스마트 폰 시장 성장률(3.3%)을 25배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2027년 AI 스마트 폰 출하량은 5.2억대로 2023년 (0.46억대) 대비 11배 급증하고, 2027년 AI 스마트 폰 보급률도 40%에 달해 2023년 4% 대비 10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한 한국 업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관세청에 따르면 12월 반도체 수출(12월 1일~20일)은 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로 전년대비 19% 증가세를 나타냈고,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11월 이후 두 달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2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고객사로부터 D램, 낸드 주문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이는 PC, 스마트 폰 업체들이 내년 1분기부터 AI 기능을 탑재한 온디바이스 AI 스마트 폰 및 PC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메모리 반도체 재고 축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C의 경우 최근 인텔이 출시한 코어 울트라 칩인 메테오 레이크(Meteor Lake)는 저전력과 그래픽 성능을 대폭 향상시켜 AI PC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고 김 연구원은 전망했다. 특히 내년 상반기부터 40개 글로벌 PC 업체들은 인텔 메테오 레이크를 탑재한 PC 250종 이상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어 2025년 예정된 윈도우 10 업데이트 지원 종료와 더불어 PC 교체수요를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내년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온디바이스 AI에 특화된 저전력 LLW (Low Latency Wide) D램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2024년부터 본격 개화가 예상되는 온디바이스 AI 최대 수혜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AI 스마트 폰, AI PC의 경우 기존 제품 대비 메모리 반도체 탑재량이 2배 이상 증가(AI 스마트 폰: 12~16GB, AI PC: 64GB)하고, NPU (Neural Processing Unit) 핵심 설계 기술인 IP도 동시에 확보하고 있어 폭 넓은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가 임박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전 세계 낸드 매출이 올해보다 31% 증가한 52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분기 낸드 시장 매출은 전 분기보다 2.9% 증가한 92억2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낸드 가격도 상승세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1월 일반 낸드 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거래 가격은 4.09달러로 9개월 만에 4달러대에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낸드 가격이 내년에 2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 웨스턴디지털은 이미 고객들에게 매 분기마다 누적 55%의 가격 인상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시장이 회복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두 회사의 낸드 손실을 합치면 약 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온디바이스 AI로 인한 실적, 수급 개선 효과는 기판에서 더 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형우·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2024년 기판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5 년간 지속된 기판 호황은 FCBGA 공급 과잉을 우려로 주춤한 모양세다. 2024 년 수요 방향성도 거시경제의 불활실성으로 여전히 불투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온디바이스 AI가 새로운 모멘텀으로 부각되는 등 여전히 다수의 성장동력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박·권 연구원은 “AP와 NPU의 고사양화는 FCCSP와 SiP 기판의 성능 상향을 의미한다. D램과 낸드의 (LPDDR) 탑재량 증가도 동반된다. 이는 MCP 기판의 고다층화, 대면적화, 미세회로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FCCSP, SiP, MCP 등은 지난 5년간 FCBGA의 호황에 가려져 증설이 미미했다”면서 “2024년 수급 개선을 전망한다. 해당 기판의 매출비중이 높은 업체는 심텍과 대덕전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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