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간 SRI 펀드 설정액 및 누적수익률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ESG 포털 갈무리
최근 3개월간 SRI 펀드 설정액 및 누적수익률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ESG 포털 갈무리

[이코리아]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주춤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에 연말 들어 다시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9일 기준 SRI(사회책임투자) 펀드 설정액은 3조2878억원으로 집계됐다. SRI 펀드 설정액은 하반기 들어 꾸준히 감소했으나, 연말이 가까워오자 반등하기 시작해 11월 1일 이후 약 2개월 간 929억원(2.9%) 증가했다. 

주식·채권형 ESG 펀드 또한 같은 기간 설정액이 각각 27억원, 942억원 증가했다. SRI·ESG펀드 총 설정액은 11월 1일 6조1638억원에서 12월 19일 6조3537억원으로약 두 달 만에 1898억원(3.1%) 늘어났다. 

SRI·ESG 펀드는 편입 종목을 결정할 때 기업의 매출·이익과 같은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윤리적 요인까지 고려해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기업에 대한 윤리적 기대가 높아지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ESG 펀드는 꾸준히 성장해왔으나, 최근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전쟁 장기화 등 각종 악재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주춤했던 ESG펀드에 연말 들어 약 2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이유로는 주주 행동주의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주식 투자에 따른 차익 실현에 그치지 않고,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주주환원 확대, 지배구조 개선, 환경·사회적 책임 등을 요구하는 행동주의의 목소리가 강해질수록 ESG 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때문.

실제 국내 행동주의 펀드는 올해 들어 본격적인 활약에 나서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 투자자의 주주제안 안건 수는 지난해 142건에서 올해 19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행동주의 주주제안 통과율 또한 지난 2021년 5.5%, 지난해 5.6%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0.2%로 4배가량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에스엠(SM) 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 개선 캠페인에 성공한 뒤 올해 JB금융 등 은행지주사를 대상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KCGI도 현대엘리베이터에 자사주 소각 등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ESG 투자가 확산되는 이유로 꼽힌다. 앞서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12월 1~1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발전용량을 3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서약에 동참했다. 

이 같은 요인으로 인해 ESG 펀드를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ESG 펀드 안에서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SG 투자는 기업의 환경·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지만, 모든 ESG 펀드가 실제로 이러한 측면을 잘 반영하지는 않기 때문. 

실제 일부 ESG 펀드의 경우 오히려 일반적인 금융상품보다 온실가스 배출에 많이 기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ESG 평기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상반기 ESG 펀드 온실가스 리스크 분석 보고서’에서, 국내주식형 ESG 펀드 67개를 분석한 결과, 국내 ESG 펀드의 평균 금융배출량 집약도(투자금액 대비 금융배출량)는 0.0845tCO2eq/백만원으로 코스피 200을 추종하는 KODEX200 보다 낮았다. 

금융배출량은 금융기관의 투자·대출 대상 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말한다. 같은 금액을 투자한 경우 ESG 펀드가 KODEX200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다는 것.

하지반 KODEX200보다 금융배출량이 높은데도 ESG 테마에 포함된 펀드도 적지 않았다. ‘한국투자 ACE 원자력 테마 딥서치 ETF’의 경우 KODEX200 대비 2.26배 높은 금융배출량 집약도를 보였는데, 해당 펀드는 한국전력·두산에너빌리티·현대건설 등 온실가스 고배출 업종에 속하는 기업으로 구성돼있다.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금융배출량 집약도 상위 5개 펀드 중 4개는 모두 친환경 테마 펀드였다. 특히 2위인 KB의 수소경제 테마 ETF는 구성 종목에 에너지 기업이 포함된 데다, 코스피200 금융배출량 상위 10종목에 속하는 현대제철 비중이 8.22%나 돼 금융배출량 집약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무늬만 ESG인 펀드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기 위해 투명한 공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금융당국 또한 ESG 펀드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 상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펀드 명칭에 ‘ESG’를 포함하고 있거나, 투자설명서 상 투자목적,전략 등에 ESG를 고려하고 있음을 표시·기재하는 등 스스로 ‘ESG’임을 표방하는 펀드는 증권신고서에 투자목적,전략, 운용능력, 투자위험 등 중요정보와 ESG 연관성을 사전공시하고, 자산운용보고서를 통해 정기적으로 운용경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ESG 펀드 공시기준을 마련했다. 해당 기준은 내년 2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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