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 연방준비제도 공식 유튜브 계정 갈무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 연방준비제도 공식 유튜브 계정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세 번 연속 동결하기로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준 회의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논의됐다고 발언해 내년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공식화됐다. 

현지 언론은 시장이 FOMC 결과를 '비둘기파로의 변신'으로 해석하면서 환호하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여지를 남겨놨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미 대선 등 변수가 많은 2024년은 금리인하 부작용이 커질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재개되는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연준은 13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에서 5.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올해 7월에 0.25%포인트(p) 인상한 이후 세 번 연속 동결 결정이다. 

연준은 내년 기준금리를 0.25%p씩 최소 3번, 그러니까 0.75%p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점도표를 보면 금리는 기존 5.1%에서 내년말 4.6%로 낮아졌다. 9월 점도표에서 내년 1번 금리인하를 점쳤지만, 12월에는 금리인하 횟수가 3회까지 늘어난 것이다. 사실상 연준이 고점을 찍고 금리인상 기조에서 인하로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내년 고용과 성장이 유지되면서 인플레이션 완화와 미국 경제 연착륙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열린 기자 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준금리가 최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근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는 이제 적절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장 중요한 논의대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연준의 금리 동결로 한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2%p를 유지했다. 

시장에선 이번 발표를 연준이 긴축에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뉴욕증시는 연준의 발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다우 지수가 1.40% 오르면서 3만70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P500과 나스닥도 각각 1.37%, 1.38% 상승으로 마감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CME Fed Watch에서 내년 3월까지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확률은 80%까지 높아졌다. 

내년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공식화되면서 주요 통화와 비교한 달러 지수가 하락했고, 역외 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4.46% 급등한 4만3008.73달러를 기록했다. 

스튜어드 파트너스 글로벌 어드바이저리의 자산 관리 전무이사 에릭 베일리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건전성과 관련이 있는 꺾인 주식이 다시 살아났다”며 “높은 금리로 타격을 입은 주식이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볼빈 자산관리 그룹 회장인 지나 볼빈은 “연준은 오늘 시장에 이른 휴일 선물을 줬는데, 그들은 마침내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연준은 시장이 연준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타 랠리가 계속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현지 언론들은 기자회견에 대해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여전히 신중한 의장의 태도에도 주목했다. 

마켓워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수요일 기자회견을 통해 예상보다 훨씬 더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여 경제학자들을 놀라게 했다”며 “이는 파월이 2022년 여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한 연설에서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인플레이션 퇴치에 따른 '고통'과 불행한 비용에 대해 경고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모호한 답변으로 유명한 파월 의장답게 시장이 FOMC 결과를 '비둘기파로의 변신'으로 해석하면서 환호하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여지를 남겨놨다는 해석이다. 

파월 의장은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정점에 도달했거나, 정점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추가 금리인상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한 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또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누구도 승리를 선언하지 않는다. 그건 성급하다”고 단언했다.

AFR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할 경우를 대비해 파월은 교묘하게 기자회견장에 진출했다면서 “연준 위원들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가능성을 테이블에서 없애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라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지적하면서 “(금리인상 추가 가능성을) 탈출하는 문구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FOMC 발표 직전 월가의 금리인하 요구를 무시하라고 조언해 눈길을 끌었다. 

WSJ 편집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연준은 월가와 워싱턴의 금리인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 대선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힌 2024년은 금리인하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WSJ은 “선거가 있는 해에 너무 빨리 통화정책을 완화해, 인플레이션이 재개되는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좋은 교훈은 연준의 긴축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연준의 정책금리는 물가상승률보다 높고 이는 물가를 둔화시킨다. 연준이 계속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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