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주 신임 생명보헙협회장. 사진=뉴시스
김철주 신임 생명보헙협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생명보험산업은 중대한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생명보험협회 강당에서 김철주 신임 생명보험협회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앞으로 3년간 생보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될 김 회장의 첫 마디에는 업계가 처한 상황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이날 김 회장은 “저성장·고물가 기조의 거시경제 환경과 저출산·고령화로의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로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라며 “생보시장 포화에 따른 성장 정체와 빅테크·핀테크 기업 등 새로운 플레이어 출현으로 엄중한 상황”이라고 생보업계가 처한 상황을 진단했다. 

지표로 보면 생보사들의 올해 실적은 나쁘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생보사 22개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4조39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4556억원(49.4%) 증가했다. 금감원은 “보장성보험 판매 증가 및 회계제도 변경 등으로 보험손익은 개선된 반면, 금리 상승 등으로 투자손익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우려스러운 부분도 눈에 띈다. 보험업계 전체 수입보험료는 3분기 누적 기준 162조31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9831억원(3.8%) 증가했지만, 이는 지난해보다 7조2114억원(9.2%)이나 많은 85조8536억원의 보험료를 거둬들인 31개 손보사들의 활약 덕분이다. 생보사 수입보헙료는 76조45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2283억원(△1.6%) 줄어들었다. 본업인 보험영업에서는 오히려 실적이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

수익성 지표도 악화 중이다. 생보사의 총자산이익률(ROA)은 3분기 기준 0.71%로 전년 동기 대비 0.30%포인트 상승했으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49%로 같은 기간 0.35%포인트 하락했다. 손보사의 경우 ROA(2.91%)와 ROE(15.27%) 모두 같은 기간 1.16%포인트, 0.06%포인트 상승했다.

업계를 이끄는 대형사 간의 실적도 대비된다. 생보업계 빅3으로 꼽히는 삼성·한화·교보생명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3조7877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줄어들었다. 빅3 중에서는 삼성생명만 순익이 63.2% 증가했고, 한화·교보생명은 각각 39.6%, 20.6% 감소하며 1조 클럽 달성에 실패했다. 

반면 손보업계 빅3인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보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4조2485억원으로 같은 기간 14.3% 증가했다. 개별적으로 봐도 DB손보만 순이익이 8.2% 감소했을 뿐, 삼성·메리츠화재는 각각 27.2%, 27.7% 증가했다. 삼성생명만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과 달리, 손보사 빅3은 모두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업황에 대한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융당국 규제 등으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축소되는 가운데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등 신규가입 수요가 감소하고 계약유지 여력이 저하될 전망”이라며 “내년 생명보험사의 전반적인 실적은 올해 대비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 또한 “2023년 초 저축성보험 취급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역성장이 전망된다”라며 “ CSM확보를 위한 (보장성 보험) 영업 강화가 지속되겠으나, 경기침체에 따른 가입여력 저하와 기저효과가 신계약 증가 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위기대응능력에 따라 생보사 간 실적 격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나신평은 “수익성은 금리, 계리적 가정 변경 등 외부요인에 따른 변동성이 잔존하는 가운데 개별 회사의 보험포트폴리오, 영업역량 및 운용자산 구성 등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신평은 이어 “수익성 높은 보장성 보험 계약을 많이 확보하고 영업 채널 관리 등으로 보험영업 효율성이 높은 회사는 안정적인 보험이익을 기반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그렇지 못한 회사의 경우, 투자이익 의존도가 높아져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이익 변동성이 커지고 수익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철주 생보협회장은 ▲본업경쟁력 및 사회안전망 역할 강화 ▲신시장 진출을 통한 수익기반 다각화 ▲고객신뢰 제고와 사회적 책임 확대 등 3대 핵심과제로 내세우며 “협회와 업계가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간다면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 난관을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 협회장을 맞은 생보업계가 어두운 전망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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