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공정화네트워크 등 플랫폼 노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및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네트워크 등 플랫폼 노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및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공룡이 된 온라인플랫폼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또다시 지연됐다. 온라인플랫폼의 횡포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과잉·중복 규제로 인해 산업 생태계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제2법안소위원회에는 ‘온라인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과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이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결국 처리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 및 독점규제와 관련된 법률안이 20건 발의돼있다. 이 법안들은 모두 온라인플랫폼의 불공정 거래행위 및 독점적 지위 남용행위를 금지하고 입점사업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발의된 정부안은 온라인플랫폼이 입점사업자에게 계약기간·변경·해지 등 중요 사항이 담긴 중개거래계약서를 교부하도록 의무화하고, 계약해지 시에는 30일 전 사업자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또한 온라인플랫폼이 입점사업자에게 특정 상품·용역의 이용을 강제하는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했으며, 플랫폼과 사업자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처리하도록 했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독점방지법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국회의원들에 의해 발의돼왔으나, 지난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를 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좀처럼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규제 방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데다, 자칫 과잉·중복 규제로 산업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

해외에서는 이미 거대화한 온라인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 2019년 7월 ‘온라인플랫폼 공정성·투명성 규정’을 제정한 바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온라인플랫폼은 명확한 이유 없이 입점사업자와의 계약을 중단할 수 없으며, 계약내용을 변경하려면 최소 15일 전 통보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플랫폼은 입점사업자에게 검색 순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를 비롯해 PB상품에 대한 유리한 혜택을 제공했는지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EU는 온라인플랫폼이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 관련 단체 및 공공기관 등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 입점사업자에 대한 플랫폼의 보복 위험도 줄였다. 

한편, 온라인플랫폼 규제 입법이 지연되자 시민사회단체들도 실망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7일 논평을 내고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지위는 날로 공고화되고 있고, 새로운 사업과 거래방식에 대해 기존의 법률만으로는 효율적으로 규제하지 못하다는 사실 역시 명확해지고 있다”라며 “이번 입법 실패로 자칫 결국 독점 플랫폼기업의 시장지배를 공고히하고 불공정거래의 영속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시장에서 각종 불공정 거래 사례가 드러남에도 오직 자율규제만을 외친 정부와 여당의 표리부동을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말로는 택시기사들에 대한 거대 플랫폼 카카오의 횡포를 부도덕하다고 말하고 제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실질적인 규제를 위한 입법은 방해해온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라며 질타한 바 있다. 그러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6일 “정부·여당은 온라인 시장의 독점을 막자는 ‘온플법’을 자율규제를 명분 삼아 반대해왔고, 그 기간 카카오는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해왔다”며 대통령의 카카오 비판 발언에 대해 “정부·여당의 온라인플랫폼 시장 정책이 갈지(之)자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국회에서 플랫폼 공정화·독점방지법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동안 시장에서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공룡 플랫폼 기업의 횡포로 곤경을 겪고 있다”라며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방치한 채, 오직 거대 입장을 대변해 오직 자율규제, 국가주도 산업 육성 정책의 논리로 접근하는 20세기식 낡은 경제관이 결국 플랫폼 공정화·독점방지법 입법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온라인플랫폼 기업과 거래하는 입점업체 등 여러 경제주체들이 함께 생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후생이 증가하기 위해서도 현재 기울어져 있는 온라인플랫폼 거래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로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며 “제21대 국회 정무위원회는 임시국회가 열리는 시기에 반드시 법안소위를 열어 ‘플랫폼 공정화·독점방지법’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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