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과학기술원(KAIST)
자료=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코리아] 인공지능(AI)에 밀려 한 때의 트렌드로 잊혀지나 싶던 메타버스(가상현실)가 최근 기후변화 원인 증명에 동원되는 등 실생활에 지속적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5일 김형준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문수연 인문사회연구소 박사가 과거 60여 년간 관측된 동아시아 지역의 기상 전선에 의한 호우 강도의 증가가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의 영향이었음을 지구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처음으로 증명,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11월 24일 발표했다고 밝혔다. 

KAIST, 동경대, 동경공업대, 전남대, GIST, 유타주립대 등 한·미·일 8개 기관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동아시아의 기상 전선에 의한 호우 강도를 과거 약 60년간 관측 데이터로 확인한 결과 중국 남동부의 연안 영역부터 한반도 그리고 일본에 걸쳐 호우의 강도가 약 17% 증가한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의 배출이 있는 지구와 그렇지 않은 지구를 시뮬레이션한 지구 메타버스 실험을 이용했다. 연구 결과 온실가스 배출에 의해 호우 강도가 약 6%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발견된 변화가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의 영향을 배제하고서는 설명할 수 없음을 보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동아시아의 여름 호우는 태풍, 온대 저기압, 전선과 같은 다양한 영향에 기인하는 데다 기후 시스템의 자연 변동 혹은 우연성에 의한 영향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가 전선 유래의 호우 강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교신 저자인 김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에서 기상 전선에 의한 호우의 강도가 최근 반세기에 걸쳐 유의미하게 증가했음을 밝히고 그러한 변화에 이미 인류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겨져 있음을 증명한다ˮ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며 동시에 탄소중립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더라도 필연적으로 진행되는 가까운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해 효율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ˮ고 말했다.

최근 잦아진 여름 극한 호우는 인간 사회에 있어서 커다란 위협 중 하나인데, 이러한 기후 변화를 이해하는데 가상의 지구를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대조 분석한 방법으로 알아낸 것이다. 

메타버스 기술과 관련해 정책적으로도 해외 주요국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육성, XR/NFT 등 메타버스와 밀접한 분야 관련 정책 발표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메타버스의 중요 구현 기술인 XR을 미국이 과학기술 리더십을 유지해야 하는 핵심 기술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공공 수요를 중심으로 민관 협업을 통한 XR 기반 시뮬레이션 등 중요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2022년 11월 발표한 ‘가상현실과 산업의 응용 및 통합 개발을 위한 실행 계획(‘22~‘26)’을 통해 가상현실(AR·VR·MR)과 5G,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디지털 트윈 등 차세대 정보기술의 심층 통합과 ‘가상현실+산업’ 활용에 초점을 두고 2026년까지 가상현실 산업의 총 3,500 억 위안(약 66조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월 28일(현지시간) 유럽(EU)이 최근 EU 역외 국가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메타버스 전략 개발을 지지하는 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2023년 국정방향을 담은 의향서(Letter of Intent)에 메타버스처럼 새로운 디지털 기회와 트렌드를 조사할 의향을 밝혔으며, EU 집행위원 명의의 별도 성명서를 통해 메타버스 이니셔티브 준비를 위한 사람·기술·인프라의 육성 방향을 제시했다. 또 지난 7월에는 메타버스에 대한 감독을 위해 새로운 표준과 글로벌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유럽은 차세대 디지털 혁명에 뒤처져서는 안 되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도 안 된다”라며 “가상 세계의 발전과 함께 웹4.0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강력한 EU 디지털 규칙, 원칙, 가치에 뿌리를 둔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유럽은 이러한 전환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많은 메타버스 프로젝트가 필요한 자원과 재정적 능력을 갖춘 EU 외부에 기반을 둔 소수의 기업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며, EU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강조했다.

유럽의 이러한 움직임에는 향후 확대될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실제 메타의 의뢰를 받은 글로벌 경제 컨설팅 기업 애널리시스 그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메타버스가 채택 후 첫 10년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2.8%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버스가 도입돼 그 영향력이 모바일 기술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화할 시 2031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3조1000억 달러(약 4105조원)를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내년에 애플이 XR기기를 발표하면서 메타버스 기술이 한층 더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IA에서 최근 발표한 ‘디지털 인사이트 2023 공간 컴퓨팅이 가져올 세상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로 설명되는 공간 컴퓨팅은 콘텐츠가 더 이상 단절되지 않고 물리적 주변 환경처럼 또는 물리적 환경과 하나된  공간이 나를 감싸는 컴퓨팅 환경이다. 보고서는 “아직 우리는 TV, 스마트폰 등을 통해 2차원 스크린에 단절된 채 관찰자적 입장에서 콘텐츠를 경험하는데 익숙하다. 이를 넘어서 공간 컴퓨팅을 가능하게 할 출발점은 XR”이라고 짚었다.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팀장 겸 미래전망서 '변화 너머'의 저자는 6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현재 메타버스는 업계에서 디지털 트윈을 이용한 효율성에 주목하고 있고, 이를 이용한 공장가동화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제페토와 같은 AR 아바타에 많이 주목했지만 내년에 애플의 비전프로가 나오면서 XR을 통해 메타버스가 다시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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