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도심 아파트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서울 도심 아파트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경기 침체 우려 속 내년 부동산 시장은 하락과 상승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다만 금리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본격적인 주택 수요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30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내년 집값이 제한적 상승세 및 보합권에 머물거나 하락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민간연구기관인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고금리 상황 속 주택 수요 악화가 계속 될 것이라며 가격, 거래, 공급이 동반 약보합을 보이는 '불황형 안정세'를 예상했다. 그 결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1% 안팎의 제한적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경제 상황은 높은 물가에 대응한 정부의 건전재정 방향과 고금리 상황의 지속, 그리고 대외 수출 부진으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 등 전반적으로 경제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역시 매수심리 위축으로 거래자체가 감소세다. 10월 전국 아파트 신고가·신저가 거래 모두 감소를 기록하고 최근 19주 만에 강남도 하락세다. 

권주안 건정 연구위원은 "작년 말 저점을 찍은 주택 거래량은 올 상반기 회복하다 최근 둔화하면서 보합세고, 가격 상승 폭도 둔화하고 있다"며 "고금리 뉴노멀로 수요 회복 여건이 악화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돼 주택 수요 위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L자형 횡보세’가 불가피하다"면서 "주택가격은 시장 여건상 가격, 거래, 공급이 동반 약보합 상황으로 수도권 아파트 기준 매매 1%, 전세 2% 내외의 제한적인 상승세가 예상되는 만큼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 매매가격이 2.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4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연초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시장의 하방 압력이 다소 누그러졌고 정책 금융과 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올해 3분기에는 주택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내년에는 정책 대출을 포함한 전반적인 대출 경직성이 강화하고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주택시장이 다시금 하락 반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 시장은 정책 움직임에 대단히 민감한 만큼 정책 실현 수준과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있을 경우 시장 상황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전세가격은 2023년 4.8% 하락하는 반면 2024년에는 2.0%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해 올해 하반기 이후 가격이 상향 안정세"라며 "대출 금리가 하락하고 있고 매매 수요 축소로 인한 전세 수요 유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보증금 반환 이슈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체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주택시장 소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부동산R114가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1,167명을 대상으로 '2024년 상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3명이 주택 매매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직전 조사까지는 하락응답이 더 많았지만(하락 35%, 상승 24%) 이번 조사에서 상황이 역전(상승 30%, 하락 25%)됐다. 이처럼 상승 응답이 하락 답변을 앞지른 것은 2022년 상반기 전망 조사 이후 2년 만이다. 

R114는 "다만 보합에 대한 전망이 10명 중 4~5명 수준으로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해 상승과 하락 의견 자체는 직전 조사처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월세 등 임대차 가격에 대한 답변은 상승 전망이 하락 전망을 압도했다. 전세 가격은 상승 응답이 38.99%, 하락 응답이 15.60%로 상승이 2.5배 더 많았다. 월세 가격 전망도 상승 응답이 45.84%, 하락 응답이 8.23%로 5.6배나 더 많았다. 최근 전세 계약 비중이 다시금 높아지는 추세지만, 사회 전반에서 전세에서 월세로의 계약 구조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임대차 시장의 중장기 방향성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R114측은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사업 관련 정책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9일 국토법안소위원회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재초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르면 내년 초부터 법안 시행에 들어간다.

재초안법은 부담금을 부과하는 초과이익 기준을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리고, 부과 구간은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날 국토법안소위는 재건축 초과이익 8000만원까지 부담금을 면제하고, 부과 구간 단위는 5000만원으로 맞춰 ▲초과이익 8000만∼1억3000만원은 10% ▲1억3000만∼1억8000만원은 20% ▲1억8000만∼2억3000만원은 30% ▲2억3000만∼2억8000만원은 40% ▲2억8000만원 초과는 50%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20년 이상 재건축 아파트를 장기 보유한 집주인에 대해서는 부담금의 최대 70%를 감면하기로 했다. 

또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벌법' 제정안도 이날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낡은 신도시 아파트 용적률을 높이고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1기 신도시를 포함해 서울 상계·중계·목동·개포와 경기 고양 화정, 수원 영통, 인천 연수, 부산 해운대 등 전국 51곳, 주택 103만 가구가 특별법 적용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이들 도시의 종상향 등을 통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단기 주택가격 상승 기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정비사업의 실질적 시작은 재건축 사업을 통한 민간 주도로 진행되는 만큼, 지자체의 명확한 마스터플랜이 수립될 때 안전진단, 정비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 조합설립, 사업시행계획 수립,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0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재초안법의 경우) 재건축사업 추진의 허들로 작용한 재건축부담금이 한결 완화되며 사업이익이 비교적 큰 서울 강남권역 등의 재건축 사업지들은 사업추진 부담이 다소 낮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재건축 사업은 재건축 부담금 외에도 규제지역·분양가상한제·토지거래허가구역 여부, 사업 추진 속도, 건설사 브랜드, 기준금리, 경기변동 등 사업추진과 관련된 다양한 변수가 산재해 있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 규제 완화를 계기로 관련 거래량과 단기 가격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1기 신도시 특별법과 관련해 함 랩장은 "현재 12층~15층 가량의 중층 단지들이 포함된 지역들은 일부 사업성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면서도 "해당지역의 정비사업 추진은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미 주택 거래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인 겨울 초입에 접어들며 숨을 고르고 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벌법' 제정만으로 단기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제한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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