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테슬라 누리집 갈무리]
[사진-테슬라 누리집 갈무리]

[이코리아]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가성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기차 판매가 65% 급증했지만,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하이브리드 차량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올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크게 늘었다. 미국에서 총 26종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토요타는 올해 9월 기준 약 45만 5천대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했다. 1년 전에 비해 20%나 증가한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30년 이전에 토요타를 제치고 전기자동차 판매만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토요타 때문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계자들은 하이브리드 차량 가격이 전기차보다 저렴하고, 충전을 위해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연비가 좋다는 점 등이 미 소비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했다.

WSJ은 “미 소비자들이 치솟는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성비가 좋은 차량을 찾기 시작한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기차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수요가 쪼그라들었다”며 “토요타가 전체 하이브리드 차량 공급을 늘린 데다,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신차를 공급한 것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사진-토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 출처-토요타 누리집 갈무리]
[사진-토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 출처-토요타 누리집 갈무리]

토요타는 기세를 몰아 하이브리드에 대한 투자를 두 배로 늘리고, 신형 하이브리드 차량의 공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16일엔 신형 캠리를 출시하고 내년 봄부터 미국을 중점으로 글로벌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히 내연기관 모델은 출시하지 않고, 5세대의 하이브리드 모델만 출시하기로 결정해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초기에 문제가 되었던 가격 문제도 기술 발전으로 극복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일반 차량의 가격 격차는 점점 줄어들어, 2005년 당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의 기본 버전보다 거의 1만 달러 정도 더 비쌌던 토요타의 하이랜더 하이브리드는 기본 버전과 약 2500달러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는 신차에서만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의 선호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케이카 하이브리드 자동차 소비자 인식조사,출처-케이카]
[사진-케이카 하이브리드 자동차 소비자 인식조사,출처-케이카]

직영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K Car)가 오픈서베이를 통해 전국 30∼59세 남·여 500명에게 하이브리드차 구매 의향 및 선호 모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4.4%가 ‘구매하고 싶다’고 답했다.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하고 싶은 이유로는 ‘높은 연비(67.5%)’를 꼽았다. ‘취등록세 감면 및 공영 주차장 할인 등 각종 혜택’이 14%, ‘친환경성’이 10.7%로 뒤를 이었다.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는 중고 시세에도 반영되고 있다. 케이카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 하이브리드차의 시세 하락률은 평균 0.4%로 보합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매달 1% 안팎의 감가가 이뤄지는 중고차 특성을 고려하면 하이브리드차의 시세 하락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반면에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등 높은 몸값을 자랑했던 중고 전기차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로 인해 불어난 구매 비용 부담, 부족한 충전 인프라로 전기차 수요 자체가 줄면서 중고차 시장의 분위기도 반전된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은 이러한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케이카가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출시 12년 이내 740여 개 모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고 전기차의 평균 시세는 이달에도 2%가량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볼보의 C40 리차지(-8.4%)와 르노 조에(-8.1%) 등 수입 브랜드 중 일부 모델은 한 달 새 8% 넘게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산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6와 기아의 쏘울 EV는 각각 4.9%, 4.5%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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