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4사 무인점포(왼쪽) 및 국내 키오스크 설치 대수 추이. 자료=각 사, 소병훈 의원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KAIT)
편의점 4사 무인점포(왼쪽) 및 국내 키오스크 설치 대수 추이. 자료=각 사, 소병훈 의원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KAIT)

[이코리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리테일을 중심으로 무인점포의 확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무인화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만, 일자리 감소 및 디지털 소외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리테일 무인화, 임계점이 다가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의 무인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310개로 전년 대비 55.8%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019년(208개)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무려 16배나 증가한 것. 

대표적인 무인화 기기인 키오스크의 보급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운영 대수는 지난 2019년 18만9951대에서 2022년 45만4741대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요식업의 경우 무인화 기기를 통해 일손을 더는 추세가 뚜렷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KAIT) 설문조사에 따르면, 요식업 내 키오스크 도입 비중은 2019년 1.5%에서 2022년 6.1%로 4배나 높아졌다. 매장 내 서빙 로봇 또한 2019년 50여대 수준에서 지난해 5000대, 올해 1만1000여대로 200배나 증가했다.

리테일을 중심으로 무인화 기기를 도입하는 점포가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1인 자영업자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청년 인구 감소로 인력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인건비 부담도 함께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비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키오스크 등 무인화 기기를 도입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도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

코로나19를 거치며 소비자들이 비대면 서비스에 친숙해진 것도 무인점포 확대의 이유 중 하나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지난해 19~59세를 대상으로 무인점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80.9% 향후 무인점포를 다시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20대 응답자가 85.6%로 가장 높았지만, 50대 또한 78%로 전 연령대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판매자와 소비자 양쪽에서 모두 무인점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무인화의 영역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소매점의 형태가 무인화‧스마트화되고 체크인 및 결제수단이 디지털화됨에 따라 운영적 한계를 극복한 다양한 소형 무인화 점포의 유형이 확대되고 있다”라며 “매장 무인화에서 상품관리·조리·조달·배송까지 기술 기반 자동화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무인화에 따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무인화 기기가 보급될수록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무인화기기 도입의 1순위가 인건비 절감인 만큼 키오스크 및 소매 무인화의 확산으로 인해 아르바이트 등 취약한 저숙련 노동수요의 감소가 불가피하다”라며 “무인화기기를 도입한 매장의 경우 추가 고용이 둔화되거나 타 매장의 무인화기기 도입에 영향을 주는 등 고용에 부정적 효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행은 대면서비스업에 속한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 취업자 수는 2017년 대비 2021년 10.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자동화 저위험 직업군 감소 폭(△2.4%)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무인화 기기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실시한 ‘키오스크 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비대면 거래보다 직원을 통해 직접 주문하는 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실제 20대의 경우 대면·비대면 거래 선호도가 각각 25%, 75%인 반면, 60대 이상은 62%, 38%였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 속에 인력 수급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임금상승은 지속됨에 따라 리테일 무인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며 “무인화는 임계점을 넘어서면 더욱 빨라질 수 있어 일자리 마련을 위한 저숙련 노동자의 직업능력 개발, 일자리 매칭 직종 전환을 위한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이어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무인화로 인한 디지털 불평등의 심화가 정보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포용성 문제가 되지 않도록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고령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디지털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장비나 공간을 배려해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형태가 무인사회로의 전환과정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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