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소송에 나서면서 책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파두는 물론 주관증권사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유니콘 기업에 대한 상장 문턱을 낮춘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파두 및 주관증권사(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를 상대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세우고 피해주주 모집에 나섰다”고 밝혔다. 

파두는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로 주목받아온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로, 지난 8월 7일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전 파두가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파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약 177억에 달한다. 파두는 “시장의 성장 및 신규사업 등을 통해 매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연간 매출이 120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전년 매출(564억원)의 2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상장 당시 파두의 기업가치는 1.5조원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으나, 이후 저조한 실적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크게 폭락했다. 파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은 3억2천만원, 2분기는 59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6월 제출된 파두의 투자설명서에는 1분기 실적까지만 담겼을 뿐, 이후의 실적 저하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실적이 발표된 다음 날인 9일 파두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의 절반 수준인 877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 한누리, “파두, ‘제로’ 매출 숨기고 무리한 상장 추진”

투자자들은 파두가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악화된 2~3분기 실적을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누리는 “파두가 상장 절차를 중단하지 않은 것은 2분기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상장 추진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누리는 이어 “파두는 7월 중순에 제출한 증권정정신고서(투자설명서) 및 첨부된 기업실사 보고서 등에 ‘동사 사업은 안정적인 수주현황을 유지하고 있어 영업활동이 악화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매출액의 계속적인 증가와 수익성 개선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등을 적시하였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거짓 기재”라고 말했다.

반면 파두는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파두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낸드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급격한 침체와 인공지능(AI) 강화 등을 위한 데이터센터들의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 절차가 맞물리면서 고객사들이 부품 수급을 전면 중단한 게 2~3분기 실적에 타격을 줬다”라고 해명했다.

파두는 이어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라며 “파두 또한 갑작스런 고객의 발주 중단 등에 대해서는 예상이 힘든 상황이었고, 그 과정에서 그 어떤 부정적인 의도나 계획 등이 없었음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 “파두 매출, 주관증권사도 알았을 것” 금융당국 조사 착수

한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관증권사들도 파두 사태의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관사들이 파두와 공모해 2분기 실적을 숨기고 공모가를 ‘뻥튀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누리는 “이런 충격적인 매출을 적어도 파두는 알았을 것이고 주관증권사들도 2분기 잠정실적을 요구했을 것이므로 당연히 알았을 것”이라며 “따라서 파두와 주관증권사들은 7월 초순 상장 및 공모절차를 중단하고 수요예측이나 청약 등 후속절차를 진행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떄문에 금융당국도 주관 증권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상장 전 파두의 매출 악화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주관증권사들은 아직 집단소송 움직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코리아>는 NH투자증권에 파두 사태 및 집단소송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아직 소송이 시작되지 않은 만큼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 기술특례상장 문턱 낮춘 금융당국 책임론 확산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낮춘 금융당국을 향한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은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해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수익성이 부족해 재무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에게 상장 요건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금융위는 지난 7월 ▲첨단 기술기업에 대해 기술평가를 기존 2회에서 1회로 줄여주고 ▲사업성 외 사유로 상장에 실패한 기업이 6개월 내 재도전하는 경우 ‘신속심사제도’를 적용하는 등 기술특례상장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규제가 완화되면서 공모가 및 실적을 부풀리는 부실 상장 우려도 함께 커졌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절반 이상은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상태다. 금감원도 이 때문에 지난달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공모가 산정 방식을 개선한 증권신고서·사업보고서 공시 서식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실적 거품 논란이 계속되면서 파두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는는 17일 오후 1시 현재 전일 대비 590원(3.19%) 하락한 1만7910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전고점(4만7100원) 대비 2만9190원(△62%) 하락한 것이다. 

파두는 “지금도 기존 고객들과의 협업 관계는 매우 돈독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4분기부터는 소규모라도 발주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업의 불안정성을 빠르게 개선하기 위해 다수 고객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그 가시적인 성과가 내년 중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두의 해명이 실적 거품 논란으로 불안에 빠진 투자자들을 달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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