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경영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상장에 성공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빗썸은 지난 13일 “고객의 투자와 자산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국내외 법령을 준수하여 IPO를 추진해 회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한다”라며 “자본시장의 엄격한 규제와 감시를 통해, 그동안 제기되었던 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검증받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빗썸은 현재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관련 절차를 준비 중이다. 

빗썸이 상장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빗썸은 이미 지난 2020년 삼성증권과 IPO 주관계약을 맺고 상장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명확한 규제나 회계기준이 없어 빗썸에 대한 가치평가가 어려웠고 상장 가능성도 낮아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최근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가상자산기본법도 입법 논의가 진행되는 등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 

빗썸이 상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자금조달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빗썸코리아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회사가 보유한 금융상품 자산만 4000억원 이상으로 자금조달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업계 1위 거래소인 업비트와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빗썸은 지난 2019년까지 시장점유율 약 75%를 차지하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였으나, 이후 업비트에 점유율을 내주며 1위 자리 수성에 실패했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후 4시 기준 빗썸의 24시간 거래량은 1조3769억원으로 업비트(4조9264억원)의 27.9%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5대 거래소 기준 시장점유율을 보면, 업비트 76.4%, 빗썸 21.4%로 2019년과는 위상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 자료=코인마켓캡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 자료=코인마켓캡

이 때문에 빗썸은 최근 창립 10주년을 맞아 모든 가상자산 거래수수료를 무료화하는 한편, 랜덤 가상자산 지급 이벤트, 창업지원사업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만약 빗썸이 상장에 성공한다면 시장으로부터 경영 투명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인 만큼,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동안 빗썸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 이유인 각종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있다. 무엇보다 리더십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상준 빗썸홀딩스 대표는 암호화폐 상장 청탁 대가로 현금 30억원과 4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 때문에 빗썸은 상장 추진에 앞서 이 대표를 이사회에서 제외시키고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을 빗썸홀딩스 등기이사로 복귀시켰다. 문제는 IPO를 진두지휘해야 할 이 전 의장도 아직 사법리스크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 전 의장은 지난 2018년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게 빗썸(BXA)코인을 상장한다고 속이고 계약금 1억 달러를 챙긴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올해 1월 열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며 이 전 의상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것처럼 보였지만, 검찰이 항소를 결정해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해당 사건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은 오는 16일 열릴 예정이다. 

상장을 앞두고 실적 부진에 빠졌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빗썸은 지난 2분기 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고금리 영향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하며 수수료 수익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3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0% 급증했지만, 이는 보유 가상자산 평가액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매출(827억원)과 영업이익(127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 89% 감소했다. 

한편, 빗썸은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빗썸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다짐하고자 한다”라며 “진정성을 가지고 고객과 소통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상장 재도전을 통해 재도약을 꿈꾸는 빗썸이 업비트와의 격차를 줄이고 잃어버린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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