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원인 순위 추이. (단위: 10만명 당 명). 자료=통계청
사망원인 순위 추이. (단위: 10만명 당 명). 자료=통계청

[이코리아]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 자살로 숨진 사람의 수가 더 많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17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자살 예방 대책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 3년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3만2156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자살로 숨진 사람은 3만9453명으로 코로나19 사망자보다 7297명 많았다. 

코로나19가 대유행했던 시기에도 자살로 인해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한국의 자살률은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자살률은 10만명 당 25.2명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했으나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지난 2016, 2017년을 제외하면 2003년 이후 꾸준히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자살은 사회적 문제... 정부 "2027년까지 자살률 18.2명으로 낮출 것"

지나치게 높은 한국의 자살률은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 2021년 발표한 ‘높은 자살률,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자살률’ 보고서에서 “사회의 통합과 해체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자살률”이라며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개선하는 것을 통해 낮춰갈 수 있는 것이, 사회가 나빠지면 다시 높아지는 것이 자살률”이라고 강조했다.

OECD 회원국에 비해 높은 자살률은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과도하게 높은 스트레스를 가하는 반면, 취약한 이들을 보듬는 데는 서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입시 경쟁과 학교 폭력(10대) ▲좁아진 취업문과 고용 불안(20~30대) ▲가족 부양에 대한 책임감(40~50대) ▲빈곤과 소외(60대 이상) 등을 주요한 자살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모두 개인적 문제로 환원하기 어려운 사회적 요인 들이다. 

정부도 점증하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해왔다. 지난 2004년부터 5년 주기로 추진되고 있는 자살예방 기본계획은 현재 5차(2023~2027년) 계획이 발표된 상태다. 정부는 5차 계획에 따라  2027년까지 18.2명으로 줄인다는 목표 아래 ▲생명존중안심마을 조성을 통한 지역 특화 자살예방사업 추진 ▲자살 위험군을 전문기관으로 연결해주는 생명지킴이 양성 ▲정신건강검진 주기 단축 및 검사 대상 질환 확대 ▲자살예방상담 서비스 강화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센터 신설 ▲자살유족 지원 서비스 확대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 일본·스웨덴, 구체적 자살방지 대책 수립하고 막대한 예산 투입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자살예방 대책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예방사업 예산은 지난 2021년 기준 368억으로, 일본(2017년 기준 7508억원)의 20분의 1 수준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해당 예산에서 인건비가 제외돼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격차는 더욱 크다. 

일본은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자살 방지 정책을 펼쳐 자살률을 줄인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다. 1990년대 경기불황으로 일본의 자살률은 1998년 25.3명까지 치솟았으나, 꾸준한 정책 지원 덕분에 지난해 기준 17.5명으로 감소했다. 

일본은 지난 2006년 자살예방에 관심이 많은 의원들의 모임인 ‘자살대책 의원연맹’의 주도 하에 자살예방기본법을 제정하고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자살 방지 대책을 추진해왔다. 일본 자살방지 대책의 특징은 지역별 자살 실태를 유형화한 뒤 그에 특화된 구체적 예방조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자살자 실태조사 결과를 중앙정부에 보고하면, 중앙정부가 각 조사결과에 따라 특화된 정책패키지를 수립하고, 다시 지자체가 이를 수행하면서 효과와 문제점등을 중앙에 보고해 수정을 거치는 식이다. 

스웨덴 또한 1990년대 극심한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자살률이 치솟자, 1995년부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2000년 이후 약 12명 수준의 자살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은 지난 2008년 ‘비전 제로 정책’을 수립하고 자살 위험에 처한 사람들과 자살 충동을 가진 사람들에게 최선의 예방, 관리, 치료 및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건강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스웨덴의 자살예방정책’ 보고서에서, 비전 제로 정책에 대해 단순히 자살률을 낮추는 것을 넘어 “스웨덴 사회와 의료 및 공공 정신 건강 관련한 기관의 인식 제고 측면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다만 비전 제로 정책의 기초가 된 교통사고 사망 감소 대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재정지원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연구원은 해당 정책에 대해 “자살 행동을 촉발하는 위험 요인과 사회적, 의학적·정신적, 심리적 조치를 통해 이러한 위험 요인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켰다”며 “자살 행동에 대처하고 정신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되는 보호 요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자살 행위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이어 “최근 3년간의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생활이 제약되며 우울 및 불안 수준 상승, 대인관계 단절,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정신건강 위기 신호가 발생하고 있다”며 “자살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문제이므로 우리나라 역시, 국가 차원의 적극적 지속적 대응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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