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부부처별 양성평등정책담당관사업예산, 제공-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
[사진-정부부처별 양성평등정책담당관사업예산, 제공-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

[이코리아] 현 정부 출범 후 양성평등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등 양성평등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담 수요는 늘어가는데 인력과 예산은 줄고 있다. 존속기간이 올해 말까지인 양성평등정책담당관도 계속 유지될지 미지수다. <이코리아>는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과 한국의 관련 정책을 비교해 살펴봤다.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제도는 지난 2018년 미투운동을 계기로 영역별 분야별 성희롱·성폭력 방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8개 부처 내 전담조직이 마련되면서 도입되었다.

정부의 성평등 정책추진체계의 일환으로 교육부, 국방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대검찰청, 경찰청에 설치되었고 해당 부처 정책의 성평등 관점 반영 및 성차별적 구조 개선과 소관 부처 영역 별 성희롱·성폭력 방지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지난 2019년 각 부처에 설치되어 한시적으로 운영되다가 2021년 행정안전부의 각 기관 실적 평가를 통해 2023년까지 운영이 연장되었다. 그런데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각 부처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맡은 사업 예산을 많게는 절반 이상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내년도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노동부는 ‘고용평등 상담지원’ 예산이 54.7%수준인 5억5100만 원, 교육부는 ‘대학 내 성범죄 근절 및 안전환경 조성’ 내년 예산안은 올해 예산의  50%인 2억4500만 원 으로 삭감되었다.  또 복지부는 ‘보건복지 양성평등정책 교육홍보’ 사업에 올해보다 24.6% 감소한 1억9900만 원을, 법무부는 ‘양성평등정책 지원’ 사업의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2천만원이 감액된 2억3300만원 편성했다.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예산이 7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준 것다.

큰 폭의 예산 삭감이 예고된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이달 존속기간이 올해 12월까지인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을 계속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부처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미흡 평가를 받아 폐지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전국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고용평등상담실’ 예산 지원을 편성하지 않아 전국의 고용평등상담실이 내년에는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겠다며 전국 지청이나 본부 등에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경남지역 노동자들은 한 곳 있던 상담실이 문을 닫게 되어 부산고용노동청까지 가야만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여러 상담실을 거쳐도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가진 여성 노동자가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고용평등상담실”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정부의 성평등 예산 감축은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면  시대에 역행하는 양상이다. 

독일의 경우, 양성평등담당관은 모든 부처에 존재하고 있으며 성차별 시정, 정책 추진 및 구제 업무, 기회균등, 성별격차 해소, 일·생활균형, 건강, 가족, 폭력 문제까지 확장해 대응해 나가고 있다. 「일반 남녀평등 대우법」을 제정해 평등지위담당관, 양성평등담당관을 연방행정, 연방법원, 연방기업에 두도록 제도화 했으며, 연방정부·주 지방자치 전 기구에 설치되어 양성평등권의 보장과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연방과 지역정부간의 상호네트워크와 협력을 위해 각 분야의 양성평등담당관이 참여하는 여성 평등 담당관 회의, 지방자치 여성사무소의 연방노동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 역시 양성평등담당관은 모든 부처에 존재한다. 스웨덴은 사회적 갈등 요소가 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의회에서 다루기에 앞서 정부가 임명한 전문가 그룹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전 심층 조사를 수행한다. 특별위원회에는 여야 정치인을 포함해 사회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며 평균 1년6개월간 이슈에 대한 조사와 숙의를 거쳐 법 개정안을 담은 보고서인 국가조사보고서(SOU)를 도출해낸다. 

우메오 시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양성평등 도시로 성주류화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다른 도시엔 1명 뿐인 성평등 정책관을 2명이나 두고, 시의회에선 평등위원회가 성차별적 행정을 견제한다. 이는 우메오 시를 스웨덴에서 인구 10만명당 범죄신고 건수가 가장 적은 안전한 도시로 만들었다. 우메오시는 성평등을 중심에 두니 안전과 민주주의가 따라왔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제도가 사라지거나 역할이 미미하면 성평등 정책이 퇴행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제도 강화를 위한 과제’ 보고서에서 “정부정책에 성차별 요소는 없는지 살펴보고 성인지 관점에서 정책을 기획,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하는 일인데, 이 직위가 없어지면 그 일들이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인공지능의 젠더 편향성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등 성평등이 특정 부처만의 일은 아니다. 성평등 전담부서는 전 부처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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