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성시경 유튜브 갈무리
사진=성시경 유튜브 갈무리

[이코리아] 세대와 성별에 따라 스마트폰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극명하게 나뉜다는 주장이 확산하면서, 특정 스마트폰 사용자층에 대한 혐오·비하발언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사용자들이 서로를 두고 ‘삼엽충’, ‘아이폰’이라고 조롱하며 설전을 벌여 온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령과 성별에 따라 스마트폰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재미로 시작됐던 논쟁이 이제는 세대·성별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실제 최근에는 충주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한 대학생이 “갤럭시를 쓰면 좀 그렇냐?”는 질문에 대해 “그 휴대폰으로 저를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해 논란이 되면서 영상이 삭제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수 성시경씨 또한 최근 유튜브를 통해 “얼마 전 어린 여자애를 만났는데 ‘오빠, 갤레기 써요?’라고 하더라”며 “어린애들은 당연히 아이폰이어야 하는 그런 (인식이 있다) ... (갤럭시)는 아저씨들의 폰이니가”라고 자신이 겪은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갤럭시에 대한 조롱이 ‘꼰대’, ‘아재’에 대한 비난과 엮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폰 사용자에 대한 조롱에는 젊은 층과 여성에 대한 혐오가 섞이기도 한다. 지난 8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모르면 외우세요. 갤럭시 쓰는 여자 잡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전 여친이 아이폰 쓰고 인스타 중독(이었다) ... 갤럭시 쓰면서 인스타 중독인 여자 저는 못 봤다”라며 “허영심, 남의 시선 의식, 유행 따라가야 하는 병, 적어도 이런 건 심하지 않다고 보증된 거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갤럭시 vs 아이폰, 성별·세대에 따라 선호 나뉠까?

그렇다면 스마트폰 브랜드 선호도가 세대와 성별에 따라 나뉜다는 세간의 인식은 사실일까? 한국갤럽이 지난 7월 발표한 ‘2012-2023 스마트폰 사용률 & 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어도 연령에 따라 스마트폰 선호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사실로 판단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현재 사용 중인 스마트폰 브랜드를 질문한 결과, 삼성 갤럭시라고 답한 응답자는 69%, 애플 아이폰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3%로 집계됐다.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는 아직 갤럭시의 우위가 명확한 셈이다. 성별로 봐도 남성은 갤럭시 사용자가 70%, 여성은 68%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다음에 어떤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구입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도 갤럭시(65%)가 아이폰(22%)보다 많았다. 성별로 나눠봐도, 남성과 여성 모두 다음에는 갤럭시를 구입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65%, 64%로 아이폰(21%, 23%)보다 많았다. 

하지만 20대에 초점을 맞추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8~29세 중 갤럭시를 사용한다고 답한 경우는 36%, 아이폰은 65%로 아이폰 사용자가 2배 가까이 많았다. 다음에 구매할 스마트폰은 아이폰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59%로 갤럭시(34%)보다 많았다. 전체 연령층 중 스마트폰 보유 및 구매의향에서 아이폰이 갤럭시보다 높은 것은 20대 뿐이었다. 

성별과 연령을 둘다 고려하면, 아이폰을 가장 선호하는 층은 20대 여성이었다. 18~29세 여성 중 아이폰 사용자 비중은 71%였으며, 다음에도 아이폰을 구매하고 답한 경우도 69%로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반면 20대 여성 중 갤럭시 사용자 비중은 27%, 향후 갤럭시 구매의향은 28%로 전체 성별·연령층 중 가장 낮았다.

 

연도별 스마트폰 구매 의향 추이. 자료=한국갤럽
연도별 스마트폰 구매 의향 추이. 자료=한국갤럽

다만 20대 여성이 20대 남성과 반대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18~29세 남성 또한 아이폰 사용자 비중이 60%, 향후 아이폰 구매의향은 51%로 갤럭시(각각 36%, 39%)보다 높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0대 남성 또한 갤럭시보다 아이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 

갤럭시가 ‘아재폰’이라는 농담도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50대 이상에서는 같은 연령대인 경우, 남성의 아이폰 선호가 여성보다 소폭이지만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 성별과 연령에 따라 나눴을 때 50대 이상 중 가장 아이폰 사용자 비중이 높은 것은 50대 남성(8%)이었으며, 그다음은 60대 남성(5%)이었다. 50~60대 여성의 아이폰 사용자 비중은 각각 4%, 3%로 남성보다 낮았다. 

구매 의향 또한 마찬가지다. 50대 남성 중 9%는 다음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구입하겠다고 답했는데, 이는 50대 여성(6%)보다 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중장년층은 대체로 갤럭시를 선호하지만, 그 안에서는 상대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아이폰을 선호한다는 것. 

이렇게 보면 20대 여성이 스마트폰 사용·선호와 관련해 유독 특이한 집단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20대 여성이 아이폰을 가장 선호하기는 하지만 20대 남성의 아이폰 선호도 매우 강하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브랜드별 선호에는 성별보다 연령이 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50대 이상 장년층의 경우 남성의 아이폰 선호가 오히려 여성보다 높기도 했다. 

 

2023년 성별·연령별 스마트폰 사용률. 자료=한국갤럽
2023년 성별·연령별 스마트폰 사용률. 자료=한국갤럽

◇ 스마트폰 없는 70대 여성 20%... 디지털 소외 심각

‘삼엽충 vs 앱등이’라는 오랜 논쟁과 비켜서서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보다 오히려 더욱 눈에 띄는 집단이 있다. 바로 70대 여성이다. 이번 조사에서 70대 여성은 “현재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 비중이 무려 20%였다. 

성별·연령에 따라 나눴을 때, 스마트폰 비사용자 비중이 두 자릿수인 경우는 70대 여성뿐이다. 70대 남성의 스마트폰 비사용자 비중은 9%로 여성의 절반 수준이다. 60대 이하의 경우 성별과 관계없이 99~100%(60대 여성은 97%)의 스마트폰 사용률을 기록했다. 

이는 고령 여성의 디지털 소외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뜻한다. 당장 2022년 조사 결과를 보면 70대 여성의 스마트폰 비사용자 비중은 31%로, 올해는 그나마 나아진 수준이다. 전 성별·연령층이 90% 이상의 스마트폰 사용률을 기록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고령 여성에 특화된 디지털 소외 해소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 검증결과

절반의 사실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체적으로 갤럭시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아이폰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은 뚜렷했다. 다만 성별에 따른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20대 여성이 아이폰을 가장 선호하는 집단인 것은 사실이지만 20대 남성 또한 아이폰 선호도가 더 높았으며, 전체 성별 간의 아이폰 선호도 차이는 1~2%포인트 수준에 불과했다.

※ 참고자료

한국갤럽, 2023, ‘2012-2023 스마트폰 사용률 & 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에 대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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