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특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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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우리나라는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두어 직장인들의 기술개발을 독려하고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발명을 장려한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기업과 직원 간 분쟁도 늘고 있다. 갈등을 줄이고 내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이코리아>가 알아봤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특허출원 중 기업 등 법인의 특허출원이 약 80.2% 차지하고 있다. 이는 기업 내 직원의 직무발명이 특허출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특허는 특허권자와 발명자가 다를 수 있다. 직무 도중 수행하게 된 발명이라고 해도 기업에서 이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보상이 제시되어야 한다. 기업에서 보상을 제시한 후 이를 승계 받으면 해당 발명을 출원하지 않고 포기하는 경우라도 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명문화 한 것이 직무발명보상제도다. 직원 발명으로 회사에 이익이 발생할 경우, 그 이익 중 일부를 해당 직원에게 나눠줘야 한다. 2002년 도입 이후 대다수 기업이 내부적으로 직무발명 보상 기준을 만들고,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업에서 보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금전적인 보상과 비금전적인 보상으로 나뉘게 된다. 금전적인 보상은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고 비금전적인 보상은 회사에서 안식년, 해외연수, 학위과정지원, 희망직무에 대한 선택권 등을 제공한다.

직무발명보상제도가 직원에게만 혜택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직원이 발명보상금을 받게 되면 기업은 특허권에 대한 권리를 안전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며, 보상금에 대해 연구인력개발비 등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어 비용처리를 통한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무발명보상금 1인당 연 500만원 지급시, 기업은 500만원에 대한 법인세 22%인 110만원을 공제받고, 연구인력개발비와 지방세를 합친 27.5%인 137.5만원을 더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직무에 관한 발명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회사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직무와 관련된 발명을 했을 경우, 직무발명보상제도의 도입 여부와는 관계없이 해당 사실을 사용자 측에 밝혀야 하지만,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회사가 승계한다는 사내 규정이 사전에 없었다면 회사 측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해당 권리를 승계하기 어렵다.

한국발명진흥회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개발자나 회사 모두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나 보상을 주장하고 싶다면, 회사 내 직무발명 관련 규정과 보상에 관한 규정을 미리 숙지하고, 계약서를 작성해 놓아야 향후 있을지도 모를 분쟁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발명진흥법은 ‘기업이 직무발명에 기여한 직원에게 적정한 보상을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산정 기준은 따로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과 직원간의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문제는 ‘적당한 보상액’을 두고 회사와 발명자 사이의 시각차가 크다는 점이다.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에서 보상 액수를 구하는 공식은 판례에 따라 정립돼 있다. ‘기술로 생긴 매출×직원의 공헌도×직무발명 기여도×가상의 실시료율×독점권 기여율’로 정하는 식이다.

여기에서 ‘기여도’ ‘공헌도’ 등 세부 항목을 객관적 수치로 계량화할 때 갈등이 발생한다. 직원들은 30~60% 수준의 공헌도나 기여도를 주장하지만, 회사는 “회사의 시설, 장비 등을 이용해 창작한 발명”이라며 발명 직원의 공헌도를 1% 미만으로 인정하거나, 아예 직무발명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금액도 크게 차이가 난다.

2020년 8월 1심 선고가 난 삼성SDI 리튬이온폴리머 전지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의 경우 직원은 88억원의 보상금을, 회사는 31만원을 각각 주장했다. 법원은 약 1억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최근엔 통신·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KT는 종업원의 발명 특허에 대한 법적 분쟁을 진행 중이다 . KT 올레TV본부 등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A씨 등은 IPTV(인터넷TV) 리모컨의 전원 제어 버튼이 TV용과 셋톱박스용으로 2개였던 것을 하나의 버튼으로 통합하는 기술을 발명, KT 특허로 등록되게 했다. 그러나 보상받지 못했다. A씨 등은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 조정까지 신청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내부발명을 독려하는 사내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근배 숭실대학교 명예교수는 “이미 지식경제의 시대이고 향후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 종업원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기업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며 “종업원 발명 특허를 활용하면서 정당한 보상을 외면하는 것은, 지식의 착취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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