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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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소셜 미디어에서 팔레스타인의 무장 단체 하마스 계정의 팔로워가 급증하고 하마스를 옹호하는 가짜 계정이 범람하며 각국이 대응에 나서고 있다. CNN은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분쟁이 시작된 뒤 하마스의 텔레그램 팔로워가 급증하고 있다고 16일 전했다. 

하마스는 미국에서는 테러 단체로 지정되어 있으며, EU에서도 테러와 관련된 콘텐츠를 방치하는 소셜 미디어 기업을 제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타, 구글 등 대부분의 소셜 미디어는 하마스 계정을 차단한 상태다. 하지만 대형 소셜 미디어 중 하나인 텔레그램은 하마스의 계정을 차단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대서양 협의회의 디지털 포렌식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하마스의 조직 중 하나인 알 카삼 여단의 텔레그램 계정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벌어진 이후 구독자가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또 해당 계정이 게시한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의 조회수도 10배 증가했다.

메타 팀장을 역임했던 브라이언 피시먼은 매우 느슨한 콘텐츠 중재 규칙으로 인해 텔레그램이 전 세계의 극단주의 단체와 미국의 극우 단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시먼은 하마스의 증가한 모든 팔로워가 하마스 지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언론인과 연구자들이 연구와 취재 목적으로 계정을 팔로우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텔레그램이 하마스의 효과적인 선전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며, 팔로워 중 일부가 하마스의 자료를 다른 플랫폼에 게시하기만 해도 하마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이전에 ISIS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던 모델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도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는 하마스의 계정을 차단하는데 부정적이다. 그는 텔레그램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이번 주 초, 하마스는 텔레그램을 이용해 아슈켈론의 민간인들에게 미사일 공격을 앞두고 이 지역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그들의 채널을 폐쇄하는 것이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지, 아니면 더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지는 모르는 것이다."라고 하마스의 계정을 차단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또 텔레그램은 다른 플랫폼과 달리 콘텐츠 홍보를 위해 알고리즘을 사용하지 않으며, 연구자와 언론인, 팩트체커들이 직접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독특한 소스 역할을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하마스를 옹호하는 가짜 계정들도 소셜 미디어에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허위 정보 모니터링 플랫폼 사이아브라 (Cyabra)에 따르면 10월 7일 이후 소셜 미디어에서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다룬 계정 5개 가운데 1개는 가짜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사이아브라는 X와 틱톡 등 여러 소셜 미디어에서 하마스를 옹호하는 약 4만여 개의 가짜 계정을 발견했으며, 이들은 하마스를 지지하는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BBC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측이 소셜 미디어의 가짜 계정을 통해 명분을 확보하려 하고 있으나, 이런 가짜 계정의 배후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SNS를 통해 가짜 정보와 극단적인 사상이 퍼져나가며 세계 각국은 이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EU는 X, 메타, 구글 등 주요 소셜 미디어 기업 CEO에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된 가짜뉴스의 온라인 확산을 막도록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으며, X가 전쟁과 관련된 가짜뉴스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를 두고 조사에 들어갔다. 

이는 유럽이 지난 8월부터 시행 중인 디지털 서비스법 (DSA)에 의거한 것이다. 디지털 서비스법은 4,5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지닌 대형 플랫폼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이 혐오발언, 성 착취물, 범죄, 허위정보 등 유해한 콘텐츠를 단속하지 않을 경우 최대 글로벌 매출의 6%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또 반복적으로 이를 위반하는 기업은 유럽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기술 기업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통신품위법 230조 때문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된 허위정보가 퍼져나가는 것을 방치하는 플랫폼을 제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인터넷의 유해한 콘텐츠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통신품위법의 조항 중 하나로, 온라인 플랫폼의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올리는 불법적인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운영자가 면책받는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며 미국의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지만, 플랫폼 기업들이 증오, 극단주의 콘텐츠와 허위정보를 방치하도록 만들어 증오와 가짜뉴스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조항이기도 하다.

CNN은 EU에서는 하마스의 계정을 방치하는 텔레그램이 엄격한 조사를 받을 수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통신품위법 230조로 인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된 콘텐츠 중재 소송이 성사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2015년에 발생한 파리 테러의 피해자 유족들과 2017년 튀르키에에서 벌어진 IS의 총기 난사 사건 피해자의 유족들은 유튜브, 트위터 (현재 X) 등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테러 집단의 콘텐츠를 방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극단주의 콘텐츠가 퍼져 나가는데 일조하고 있다며 지난 2월 소셜 미디어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은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 등 플랫폼 기업들은 통신품위법 230조에 따라 면책 특권을 지니고 있으며, 유족들의 주장은 기업들이 ISIS의 테러를 방조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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