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이 발표되었다. 먼저 수능 쪽을 보자면, 기존 사회·과학탐구 영역의 선택과목 체계에서, 모든 응시생들이 통합사회·통합과학의 같은 과목을 응시하는 체계로 변화를 주었다. 

지난 해 수능 응시생들이 선택한 과목들의 비율을 분석해 보면 지구과학I(33.7%) vs 물리학II(0.6%), 생활과 윤리(32.9%) vs 경제(1.1%)로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이나 진로와 무관하게 점수 취득에 유리한 과목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짙었다. 어려운 과목을 선택하면 점수에 피해가 올 것을 우려해 점수에 유리한 과목에만 선택이 쏠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장차 시행될 고교학점제의 운영이 무색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수능 사회·과학 영역의 과목들이 통합되면서 그러한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과목을 수강하는 일에 대한 부담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부가 오랜 기간에 걸쳐 추진해 온 고교학점제의 시행을 고려할 때, 이번 개편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었으며, 비교적 합리적인 접근이었다 평가한다. 

내신 평가에서는 기존의 9등급 체제가 5등급 체제로 달라졌다. 기존 9등급 체제에서는 상위 4%만이 1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5등급 체제에서는 상위 10%가 1등급을 받는다. 학생들 간의 지나친 경쟁을 다소 완화하는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고교 내신 5등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세계적인 흐름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내신 평가 개편에 있어서 또 하나 특이사항은 고1 상대평가, 고2~3 절대평가 방식에서 고1 과정 역시 절대평가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학교별 학점 부풀리기를 방지하기 위해 절대평가와 더불어 상대평가를 병기하겠다고 한다. 어떤 의도인지는 알겠으나, 디테일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크다.

필자가 앞선 글들에서 주장한 절대평가 방식은 학교별 절대평가가 아니라 전국적 절대평가이다. 학교별로 절대평가를 한다고 하면서 거기에 상대평가 점수까지 병기하면, 교실은 여전히 전쟁터로 남는다. 거창고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한 전성은 선생은 “교육의 목적은 평화”라고 하였는데, 옆에 있는 급우가 전우가 아닌 적군으로 세팅 된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들에게 평화를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타인의 행복이 곧장 나의 불행으로 연결되는 시스템 속에서 “어찌하여 너는 공자나 부처가 되지 못하고 그런 못난 전쟁에 참전했느냐”고 그를 책망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전국적으로 일괄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기준을 두어 각 학생이 그 기준을 만족하면 고교 졸업에 해당하는 자격을 주자. 그리하여 그가 나머지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의 관심사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 제도적으로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컨대 이렇게 하면 어떠한가?

고교 과정에서 배워야 하는 과목이 열 과목이라면, 그 중 여섯 과목에서 60점 이상을 맞은 학생에게는 (학년 제한 없이) 고교 졸업 자격을 부여한다. 물론 그 기준은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있어야 한다. 

졸업 자격을 얻은 후에도 학교에 계속 남아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입시를 위해 다른 과목들을 더 수강하거나, 기존에 이수한 과목들의 점수를 더 높이기를 원하는 학생이 있다면 학교에 남아서 그 일을 계속 추구할 수 있겠고, 공부 이외의 다양한 경험이나 직업 훈련을 받기를 원하는 학생이 있다면 교사 또는 코디네이터의 조언과 지도를 받아 가며 자신의 영역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고교 졸업 요건을 갖추었으니 1년이라도 일찍 사회에 진출해서 개척적인 삶을 살아가길 원하는 젊은이에게는 그런 기회를 얼마든지 줄 수 있으리라. 혹 어떤 사정으로 인해 3년이 지나도 여섯 과목에서 60점을 얻지 못한 학생이 있는데, 그래도 그가 3년간 성실히 학교에 출석을 했다면, 그의 점수로 인해서가 아니라 그의 성실로 인해서 학교는 그에게 졸업장을 준다.

이런 제도에서는 1년 만에 고교과정을 졸업하고 사회나 대학으로 진출하는 학생이 나오는가 하면, 3년 혹은 그 이상이라도(4~5년간) 학교에 자발적으로 머무르며 충분한 자기 계발 시간을 갖기 원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이런 다양한 상황의 학생들을 적절히 지원하며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필자 소개] 이송용 순리공동체홈스쿨 교장, 전 몽골국제대학교  IT 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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