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상반기 이통 3사 및 알뜰폰 고객만족도. 자료=컨슈머인사이트
2023년 상반기 이통 3사 및 알뜰폰 고객만족도. 자료=컨슈머인사이트

[이코리아] 국정감사에서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혁신금융’이라는 지지론과 ‘은산분리’ 위반이라는 비판이 맞부딪힌 가운데, 이번 논란이 금융사의 비금융 진출 문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 통신업이 은행 부수업무? 금융당국 '월권'

지난 11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신업이 어떻게 은행 부수업무가 되는가”라며 “금융위가 법률 개정 없이 행정해석만으로 은산분리 제도를 변경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4월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KB국민은행이 제기한 ‘간편·저렴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알뜰폰 서비스) 관련 규제 개선 요청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은행은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부수업무로 지정된 경우 외에는 은행업과 관련 없는 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받아 알뜰폰 사업을 지속해왔으나, 규제 특례 기간이 4월 16일 만료됨에 따라 이를 부수업무로 지정해달라고 금융위에 요청했다. 금융위가 해당 요청을 수용함에 따라, 국민은행은 별도의 기한연장 없이 알뜰폰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오 의원은 금융위가 해당 요청을 받아들여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인정한 것에 대해, ‘월권’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회가 법률로 은행의 비금융 사업 진출을 제한했는데, 금융위가 자의적으로 빗장을 열어줬다는 것. 이는 금융위가 지난해 12월 ‘자동차대여사업은 은행업과 밀접한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법령 해석을 내놓은 것과도 상충된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작지 않다. 경제민주주의2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단체들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지난 7월 기자회견을 열고 “규제 특례로 만들어진 시중은행의 부수업무가 무슨 금융 혁신인가? 음식 배달과 휴대폰 판매 허용이 금융산업의 미래인가?”라고 반문하며 “오로지 금융회사가 고객 돈으로 온갖 장사를 할 수 있는 난장을 깔아준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로 중소 사업자들이 고사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상근 부회장은 지난 7월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국민은행의 인지도 신뢰도 자금력은 중소알뜰폰사업자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한데 요금까지 염가로 제공된다”라며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적자를 감수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은행 수익 다각화 시급, 통신시장 경쟁촉진 효과도...

반면, 은행의 알뜰폰 사업 등 비금융 시장은 진출은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을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지난 2019년 금융업계 최초로 ‘KB리브모바일’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국민은행은 현재까지 4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하며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통해 정체된 시장에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도 일부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KB리브모바일은 지난 2019년 알뜰폰 업계 최초로 5G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기존 사업자가 취급하지 않았던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고객만족도 또한 높은 편이다. 소비자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올해 상반기 14세 이상 휴대폰 이용자 3만46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리브모바일 사용자의 만족도는 77%로 알뜰폰 사업자 중 1위를 차지했다. SK텔레콤(61%)과 LG유플러스(51%), KT(49%) 등 이통3사 만족도 또한 리브모바일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 때문에 기존 이통3사에서 리브모바일로 이동하는 휴대폰 사용자 수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리브모바일 번호이동 가입자 중 이통 3사 및 그 자회사에서 넘어온 가입자 비중은 약 92%에 달한다. 리브모바일은 이를 중소 알뜰폰 사업자 시장을 침범한다는 비판에 대한 반증으로 내세우고 있다. 

리브모바일의 순항으로 다른 은행도 알뜰폰 시장 진출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알뜰폰 요금제 비교 플랫폼 고고팩토리와 함께 디지털 기반의 금융·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다. 토스 또한 통신자회사 토스모바일을 설립하고 지난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웰컴저축은행도 지난 7월 마이데이터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7개월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금융당국 또한 은행의 비금융 사업 진출에 긍정적이다. 실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혁신금융의 일환으로 금산분리 완화를 강조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국감에서도 알뜰폰을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한 취지에 대해 “은행의 금융 및 지급결제서비스와 알뜰망 서비스를 연계해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은행이 신용평가 등 또 다른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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