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머루 열매; 작은 포도송이를 닮았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왕머루 열매; 작은 포도송이를 닮았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이코리아] 아침과 저녁으로는 긴 옷차림이 필요한 쌀쌀한 가을이 찾아왔다. 올해 여름은 폭염과 폭우로 시원한 가을이 어느 때보다 그리운 한해였다. 가을은 높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불어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와 더불어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는 풍성한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을 대표하는 과일 중 달콤한 포도가 있다. 잘 익은 검붉은 포도알을 입에 넣으면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매력적이다. 우리나라의 산에서 만날 수 있는 포도와 비슷한 나무가 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왕머루이다.

왕머루 잎; 잎에 주름이 많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왕머루 잎; 잎에 주름이 많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왕머루라는 이름은 잎과 열매가 큰 머루 종류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잎과 열매를 보면 포도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왕머루는 덩굴성 식물로 산에서는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간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왕머루 열매는 포도송이를 작게 축소해 놓은 모양처럼 생겼다. 필자가 대학생 시절 외할아버지 댁에서 만난 왕머루가 생각난다.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산포도라는 생각에 왕머루의 맛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필자는 열매에서 한 알을 따서 입에 넣었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조금 실망스러웠다. 새콤달콤한 맛이 매력적이었지만 열매를 가득 채운 것은 씨앗이었다. 포도와 다르게 과육이 적어 씨를 발라먹는 것이 매우 성가신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산속에서 만나는 왕머루를 보면 그 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새머루 열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새머루 열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새머루 잎; 잎이 갈라지지 않는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새머루 잎; 잎이 갈라지지 않는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왕머루와 비슷하지만 잎이 작은 새머루가 있다. 새머루라는 이름은 조왜자(鳥娃子)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것으로 볼 때 새와 관련된 이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왕머루는 포도와 비슷하게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 잎이 특징인 반면, 새머루는 보통 잎이 잘 갈라지지 않고 가늘고 길게 뾰족해 지는 것이 특징이다. 열매는 왕머루와 마찬가지로 작은 포도송이 형태를 띠고 있다. 새머루 열매의 맛은 새콤한 맛이 강하고 단맛은 적어 생으로 먹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다고 생각된다.

왕머루, 새머루와 잎은 비슷하지만 열매송이가 좌우로 넓게 퍼진 모양의 개머루가 있다. 개머루라는 이름은 머루에 비해 못 하다는(열매를 먹지 못한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비록 개머루 열매는 텁텁한 맛이 나서 먹지 않지만 빛깔만큼은 너무 매력적인 나무이다. 파란빛이 도는 열매는 물감으로 색을 칠해 놓은 듯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해 준다.

개머루;덩굴성으로 돌담을 타고 자라고 있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개머루;덩굴성으로 돌담을 타고 자라고 있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개머루 열매; 열매가 파란빛을 띤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개머루 열매; 열매가 파란빛을 띤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개머루 잎; 잎자루에 털이 있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개머루 잎; 잎자루에 털이 있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왕머루, 새머루, 개머루는 포도의 종류로 우리나라 가을의 산림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우리나무이다. 개머루를 제외한 왕머루, 새머루는 수꽃양성화딴그루로 수꽃이 피는 나무에서는 열매를 만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수꽃 나무가 아닌 양성화 나무에서만 가을에 상큼한 검붉은 열매가 달리는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우리나라의 산림을 상큼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왕머루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어린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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