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삼성전자가 3분기 들어 올해 처음으로 조 단위 영업이익을 올렸다. 주력인 반도체에서만 상반기 9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내는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실적 바닥 늪에서 벗어나는 분위기에 '7만전자'의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11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조 40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7.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다만 3분기 실적은 영업이익이 6000억 원대에 그친 1·2분기와 비교하면 실적 개선 개선세가 뚜렷하다. 직전 분기의 6700억 원보다는 3배 이상으로(258.21%) 늘었기 때문이다. 

매출은 67조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7% 감소했다. 지난 2분기의 60조 100억 원보다는 11.6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실적이 바닥을 찍고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부문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주력사업인 반도체의 3분기 적자 규모가 4조 원대 중반 적자를 낸 1분기나 2분기보다 다소 줄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때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8월부터 메모리반도체 감산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저가 판매를 지양하며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3분기에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반도체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부터 이어진 감산은 보유 재고를 줄이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며 "감산에 따른 공급 조절 효과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해 3분기부터 D램 평균 판매 단가(ASP)가 상승 전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감산 확대에 따른 고정비 증가 여파로 이번에 반도체 적자가 큰 폭으로 개선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신 D램인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가 회복세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2주 앞당겨 발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Z 플립5 등 신형 스마트폰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모바일경험(MX) 부문과 고객사 신제품 호재가 있는 디스플레이(SDC) 부문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메모리반도체 공급 과잉도 점차 해소되고 있어 연말로 갈수록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메모리 시황은 바닥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최근 들어 반도체 시장 선행지표로 통하는 D램 현물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하는 등 업황 회복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30달러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D램 평균 고정가는 올해 4월 전월 대비 19.89% 하락한 뒤 8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메모리업계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9월에 하락세가 멈춘 것이다. 낸드플래시는 현재 업계가 감산 규모를 키우고 있어 가격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위민복·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개선의 강도는 아쉽게도 기대 이하이나 업황 회복의 가장 강력한 근거인 D램 계약가 반등이 예상되는 점은 여전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4분기에는 D램, 낸드 플래시 가격이 공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분기 영업이익은 3.4조원으로 개선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메모리 업황 회복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내년에 영업익이 다시 두 자릿 대 회복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사에 4분기 D램과 낸드에 대해 두 자릿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4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2021년 3분기 이후 2년만에 반등해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흑자전환 시기가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6개월 이상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실적은 2023년 14조 원 영업적자에서 2024년 1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의 긍정적인 전망과 더불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다시 '7만전자'를 회복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일 6.1% 급등하면서 '7만전자' 타이틀을 탈환했다. 엔비디아와 HBM3 공급 계약을 체결 및 이르면 이달부터 공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11시 25분 기준 전일대비 2800원(4.22%) 오른 6만9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증시의 큰 축인 기관이 지난 9월부터 삼성전자를 4661억 원 어치 사들이며 꾸준히 비중을 늘리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의 향후 주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사업부별 실적을 포함한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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