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오늘(10일)부터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된다.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인 만큼, 그동안 여야 갈등으로 인해 미뤄둔 기후변화 대응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11일 환경부를 시작으로 16일 기상청·수치모델링센터·기상기후인재개발원·국가기상위성센터·기상레이더센터·국립기상과학원·항공기상청·한국기상산업기술원·APEC 기후센터·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및 각 지방 기상청, 19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국립환경과학원·국립생물자원관·국립환경인재개발원·화학물질안전원·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및 각 지방 환경청·홍수통제소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올해 환노위 국정감사에서는 기후·환경 분야 쟁점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로 인해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어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중 질의가 예상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 발표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하는 취지의 종합보고서를 전달하면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큰 차질없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를 둘러싼 국내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과학적・기술적 논의와 대응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제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이어 “데이터값의 객관적인 비교・분석을 위해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공동 진행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샘플에 대한 추가분석의 조속한 결과 발표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실제 영향과 무관하게 오염수의 해양방류가 가져올 문화・관광・수산업 등에 대한 위축 효과는 지금부터 나타나고 있으므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다양한 자구책 마련 그리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과 설득이 다각도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기후변화영향평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영향평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국가의 주요 계획 또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기후변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도록 해 기후위기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려는 취지에서 지난해 9월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올해 6월까지 평가 실적을 보면 검토를 완료했거나 검토하고 있는 전략 및 환경영향평가 계획 및 사업 리스트는 총 449개로 이 가운데 기후변화영향평가 계획 및 사업의 대상으로 협의를 완료했거나 진행중인 것은 3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평가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평가 적용 대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기 때문이라는 지적아 나온다. 기후변화영향평가는 ▲에너지 개발 ▲산업입지 및 산업단지 조성 ▲도시 개발 등 10개 분야에 적용되지만 철강·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시설은 아직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도시 개발 분야 또한 면적이 100만㎡ 이상인 경우만 평가 대상에 포함되는데, 이 기준에 에 해당하는 도시개발구역의 개수는 전체의 3.9%에 불과하다. 입법조사처는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 달성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환경이라는 틀 안에서 기후와 환경을 독립된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환경이라는 거시적인 틀 안에서 기후가 있는 것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으므로, 환경영향평가제도로의 통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양한 기후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8일 논평을 내고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와 민생과 직결된 문제”라며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식량 안보, 산업 경쟁력, 물가 상승 등 기후위기로 인한 민생 현안 해결에 나서는 한편,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감사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다뤄야 할 중요한 기후 이슈 중 하나로 에너지 전환을 꼽았다. 실제 에너지 분야 컨설팅업체인 에너데이터(Enerdat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1%로 44개 조사대상국 중 38위에 그쳤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곳은 아랍에미리트(UAE),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뿐이다. 기후솔루션은 “우리나라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하향 조정해 글로벌 주요국들과의 재생에너지 목표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화석 연료 발전을 우대하고 있는 전력시장 구조 개편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 다배출 산업인 철강·해운업의 탄소감축 의제도 빼놓을 수 없다. 철강업은 1톤의 철강을 생산할 때 1.8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탄소집약적 산업으로 국내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39%를 차지한다. 해운업 또한 주요 화물선 대부분이 디젤로 동력을 공급받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심각하다. 이 때문에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7월 열린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MEPC 80)에서 2050년까지 국제 해운 산업의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전략을 채택하기도 했다.

기후솔루션은 “철강업과 해운업의 탄소중립은 EU 탄소세 도입이 본격화됨에 따라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서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정부의 저탄소 설비 기술 등 투자 및 기업별 탄소중립 로드맵 이행 현황은 반드시 살펴봐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제한 조치도 논의되어야 할 중요 과제 중 하나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탈석탄을 선언하고 석탄채굴 및 발전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논의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독일 비영리단체 우르게발트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규모는 지난 2021년 11월 기준 128억9400만 달러(15조4500억원)으로 일본 공적연금(GPIF)과 네덜란드 국부펀드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기후솔루션은 “탈석탄 및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선언했음에도 한전을 비롯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국민연금에도 탈석탄 투자 제한 선언의 이행 의지를 물어야 한다”며 “현재와 미래를 위해 21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민생 기후 국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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