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두산로보틱스가 출시한 F&B 전용 협동로봇 E시리즈. 사진=두산로보틱스
지난 4월 두산로보틱스가 출시한 F&B 전용 협동로봇 E시리즈. 사진=두산로보틱스

[이코리아]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의 상장일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신규 상장종목의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서 ‘따상’(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상승)을 넘어 ‘따따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투기적 매매가 급증하면서 주가가 널뛰기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5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최대 협동로봇 전문 기업으로 지난해 전년 대비 22%늘어난 44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북미·유럽 등 해외에서 거두고 있어 세계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유니버셜 로봇, 화낙, 테크맨에 이어 세계 4위(5.4%, 2022년 기준)의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협동로봇의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와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며 함께 작업하는 협동로봇은 기존 제조용 로봇보다 높은 편의성과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금속, 식음료, 플라스틱, 화학 등 표준화가 어려운 생산공정에도 적용이 가능하고, 공간 및 비용 부담이 적어 중소기업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세계 협동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 8억3624만 달러에서 2025년 50억8849만 달러로 5년 만에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듯 두산로보틱스는 지난달 21~22일 진행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날 두산로보틱스 청약에 모인 증거금은 33조1093억원으로 역대 공모주 청약 증거금 9위에 해당한다. 또한 149만6346건의 경쟁률은 무려 524.05 대 1을 기록했다. 지난달 11~15일 진행된 두산로보틱스의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도 총 1920개 기관이 참여해 2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86조원의 자금이 모였다. 

이 때문에 두산로보틱스가 공모청약 흥행 열기를 상장 첫날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이 크게 확대된 만큼, 억대 최초로 ‘따따상’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상장 당일 가격 변동폭을 공모가 기준 63~260%에서 60~400%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격 제한폭을 넓혀 적정 주가가 빨리 발견되도록 하고 소수가 거래기회를 독점하는 상황도 방지하겠다는 것. 한국거래소는 올해 6월부터 해당 방안을 반영한 코스피·코스닥시장 업무규정 세칙을 운영 중이다. 

하반기 IPO 기대주 중 하나인 밀리의서재가 상장 당일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는 상장 첫날인 지난달 27일 공모가(2만3000원) 대비 80.1% 오른 4만1600으로 장을 마감했다. 밀리의서재는 지난달 18~19일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449.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1605만3986주로 전체 상장예정주식수(6581만9980주)의 24.8% 수준이다. 조은애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시한 중장기 예상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과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논란이 있을 수는 있으나, 외형 및 이익 성장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공모구조 측면에서 오버행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장 첫날 투기적 매매가 급증하면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해 손실을 볼 위험은 고려해야 한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한 방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들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 지난 6월 29일 코스닥에 상장한 시큐센은 상장 당일 공모가(3000원) 대비 205% 오른 9150원에 거래를 마치며 기세를 올렸으나, 이후 하락을 거듭해 4일 종가 기준 3405원까지 주가가 내려앉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54개 공모주(스팩 제외) 중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보다 하락한 것도 7개나 된다. 지난달 27일까지 범위를 넓히면 공모가 대비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15개에 달한다. 공모주가 꼭 투자자들의 기대에 ‘따상’, ‘따따상’으로 부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두산로보틱스가 여전히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매출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실제 두산로보틱스의 영업손실은 2021년 71억원에서 지난해 132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매출액 규모는 2021년 370억원에서 지난해 450억원으로 22% 늘어났지만, 지난해(83%)보다는 상승률이 크게 줄어들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물가상승,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해외 마케팅 및 연구개발 비용 증가로 수익성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조 연구원은 “협동로봇의 응용분야가 다양하여, 두산로보틱스 전방산업도 글로벌 완성차, F&B, 코스메틱 등으로 다각화되어 있다”며 “특히, 현존하는 협동로봇 중 가장 무거운 중량을 운반할 수 있는 H시리즈를 전세계 최초로 출시하면서, 가반하중 5~25kg를 모두 커버하는 라인업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최근 2년 매출성장률이 경쟁사 대비 높은 이유는 가반하중이 높은 제품의 수요 증가 영향으로 추정된다”며 “두산로보틱스가 고객사 니즈에 적합한 제품라인업을 구축함으로써 협동로봇 시장의 높은 성장률과 동행할 뿐만 아니라 시장점유율도 높이는 차별화된 매출성장률이 지속될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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