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신한금융그룹이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에 나섰다. 내부통제 강화를 선언한 진옥동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투자자들과의 사적화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현대 로디움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8호’의 환매가 중단됨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사적화해를 통한 손실 보상을 추진 중이다. 해당 펀드는 지난 2018년 현대자산운용이 만든 펀드로 싱가포르 무역회사인 로디움의 매출채권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신한은행을 통해 약 211억원이 판매됐으나, 매출채권 부실로 인해 지난 2021년 6월 환매가 중단됐다. 신한은행은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올해 3월 이사회를 열고 사적화해를 통한 손실 보상에 나설 것을 결정했다. 

신한투자증권 또한 오랜 기간 끌어온 젠투·라임 펀드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투자자와의 사적화해에 나선 상태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환매가 중단된 젠투·라임펀드 투자자에 대해 사적화해 절차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사적화해 대상 규모는 젠투펀드 4180억원, 라임펀드 1440억원이다. 이미 지난 2020~2021년 투자금의 20~40%를 선배상한 신한투자증권은 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적화해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이 주요 계열사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사적화해를 추진하는 것은 내부통제를 강조하고 있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진 회장은 지난 7월 7일 창업기념일 기념 강연에서 “재무적 1등보다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라며, “투자상품 사태로 인한 뼈아픈 반성 속에서 한 단계 높은 내부통제를 기반으로 고객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일류 신한을 위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진 회장은 또한 “그룹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해서는 철저한 내부 견제와 검증을 통해 업무의 모든 과정이 정당화돼야 한다”며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선언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에게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제도다. 금융사고 발생 시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것으로 금융당국이 지난 6월 발표한 내부통제 개선방안에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이 최근 추진 중인 사모펀드 사태 재검사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대 펀드에 대한 추가검사를 진행해왔다. 추가검사 결과 ▲특정 펀드 수익자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 ▲펀드 자금 횡령 ▲임직원의 사익추구 행위 등의 새로운 위법혐의가 드러난 만큼 관련 금융사에 대한 추가 제재나 분쟁조정 재실시 등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신한금융의 사적화해 추진은 금감원의 재검사로 사모펀드 사태가 다시 금융권 주요 이슈로 부각된 만큼, 적극적인 배상을 통해 평판리스크를 관리하고 고객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각각 올해 3월, 5월 취임했으며, 지난(5월) 등이 최근 취임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해 말 이영창 사장이 물러나며 올해부터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의 단독대표 체제가 출범한 상황이다. 그룹 지배구조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과거부터 누적된 사모펀드 리스크를 확실히 해소할 필요성도 있다. 

다만 투자자들이 신한금융의 사적화해 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변수다. 무엇보다 배상비율을 놓고 투자자들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신한은행은 로디움 펀드와 관련해 이사회에서 30~80% 수준의 배상비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진행된 평균 보상비율은 법인 77.46%, 개인 77.43% 수준이다. 신한투자증권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대부분의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산정한 배상비율인 40~80% 선에서 사적화해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금 전액 반환을 요구하며 사적화해를 거부하고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논평을 내고 “젠투펀드 문제해결이 장기화 되자 신한증권은 사적화해를 결정하고 피해자들과 다른 펀드들에 적용되었던 금감원의 ‘배상비율산정기준안’에 따라 사적화해안을 마련하였으나, 피해자들이 평균 65% 수준에 불과한 사적 합의비율을 전면 거부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6월 젠투펀드에 대하여 100% 보상을 해준 바 있다”며 “똑같은 증권에 대해 판매사마다 다른 배·보상 비율에 분노한 신한증권 피해자들은 이번 집회를 통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요건에 해당되므로 판매사와 금감원이 독일 헤리티지 등 다른 펀드의 예를 적용하여 100% 배상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젠투파트너스 피해자모임’은 오는 22일 신한금융지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원금반환을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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