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화웨이모바일 공식 엑스닷컴 갈무리
출처=화웨이모바일 공식 엑스닷컴 갈무리

[이코리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최신형 스마트폰에 7나노미터(nm)급 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중 반도체 전쟁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 4일 미국 반도체 전문 조사업체인 테크인사이트는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를 해체해 분석할 결과, 내부에 장착한 칩은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중신궈지)가 7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당국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조사  대상은 중국 화웨이에서 3년 만에 출시한 최신 5G 스마트폰인 '메이트 60프로'로 SMIC이 생산한 7나노급 반도체가 내장됐다. 화웨이는 2020년부터 시작한 미국의 제재로 5G용 칩을 구매하지 못하고, 4G 휴대전화만 생산해왔다. 

7나노 구현을 위해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요한데, 이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특히 7나노 급이 되면 이 장비가 반드시 필요한데, 네덜란드의 ASML이라는 기업이 공급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 기업도 미국의 대중 수출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장비가 지금 중국에는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 상태다. 즉, 외국산 핵심장비 없이 어떻게 중국이 자체적으로 첨단 반도체를 만들었느냐는 게 핵심 쟁점이다. 

미 정부는 2020년 5월부터 미국 기술이 들어간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는데, 제재에 구멍이 뚫린 건지 파악하겠단 것이다. 

백악관은 더 나아가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 "우리는 작은 마당과 높은 울타리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며 "이 같은 접근은 일련의 원칙들로 구축되어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다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우리의 규칙들과 변수들에 대한 업데이트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스마트폰이나 칩이 아닌 전체적인 맥락의 접근방식이 될 거라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 칩 뿐 아니라 중국의 첨단기술 산업 전반을 옥죄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첨단기술을 둘러싸고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국내 기업 SK하이닉스 반도체도 메이트 60프로에 사용됐다고 알려져 논란이 됐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7일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에 의뢰해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를 해체해 분석한 결과 부품 가운데 SK하이닉스 스마트폰용 D램인 LPDDR5와 낸드플래시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SK하이닉스 측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도입된 이후 화웨이와 더는 거래하지 않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미 정부 수출 규제 조치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이 사안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이후 즉각적으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신고하는 등 발 빠른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장 다음 달에는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여한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유예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미국 제재 이전에 축적했던 재고를 활용했을 가능성이나 유통망을 통해 부품을 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네덜란드 정부가 반도체장비업체인 ASML에 7nm 공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NXT1980 DUV 수출을 올해 말까지 허가한 상황이라서, SMIC가 부진한 수율 부분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7나노 파운드리가 가능하다는 것은 추측하고 있던 사실이라는 반응이다. 

이번 화웨이 이슈로 미국의 수출통제 유예 조치 연장을 앞두고 '돌발변수'가 생겼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망을 더 촘촘하게 만들 것이란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규제하던 3가지 방향 중 하나의 카드를 잃었다는 의미가 된다"며 "미국은 1) 설계 분야에서 미국산 EDA(전자설계 자동화) 사용 제재, 2)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반도체 장비 제재, 3) 상품 조달 분야에서는 미국 정부가 정한 일정 사양 이상의 고성능 칩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적용해 대만 등 제3국이 중국에 만들어줄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신제품을 통해 중국이 1)번에 해당하는 EDA 자체 기술 보유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미국의 2), 3)번에 대한 제재 강도가 확대, 제재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놀라운 점은 중국의 EDA 기술 진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DA는 반도체 제조에 들어가기 전 시뮬레이션을 돌려 회로 설계·오류를 사전에 판단하는 소프트웨어다. 다양한 디자인의 회로를 시뮬레이션하고 오류를 검증할 수 있어, 반도체 설계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뿐만 아니라 EDA에 대해서도 대중국 수출 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강 연구원은 "그간 중국의 EDA 기술은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 머물러있다고 평가받았던 데다, 화웨이마저도 14나노를 연구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하지만 이번 7나노 제품 양산은, 중국이 EDA 분야에서도 가파른 기술 진보를 이뤄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EDA 기술 자립화가 오히려 미국의 제재 강도를 높이는 트리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EUV 장비 없이는 계속해서 첨단반도체를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에 현재 7나노미터 급이 최대치가 아니냐 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11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화웨이의 7나노급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 "첨단장비인 EUV 이전 단계의 장비가 심자외선 노광장비라고 해서 DUV라고 하는 게 있다. 이미 SMIC에서 기존의 구형장비를 활용해 새로운 나노 제품 성공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그것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구형 장비의 기술적인 활용으로 7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공정의 효율이 떨어진다. 수율이 낮아지고 불량품이 느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데, 수율이 낮다는 건 제조할수록 손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7나노급 반도체라도 수율이 낮아지면 생산원가가 올라 시장경쟁력이 떨어진다. 김 연구원은 "가격도 더 비싸고 성능도 불안정한 7나노급 반도체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팔릴 수 있을 까는 또 다른 이야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D램 유출과 관련해 우리 기업을 추궁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지만 이것이 대중국 제재 강화의 명분이 되고, 그 명분 속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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