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의 주사 방식. 자료=노보 노디스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의 주사 방식. 자료=노보 노디스크 

[이코리아] 비만 치료제로 알려진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덴마크 증시에 상장된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전장 대비 0.74% 오른 1310.8덴마크크로네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이날 달러 기준 4280억 달러(약 569조 9676억 원)로, LVMH을 넘어서 처음으로 유럽 증시 시총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삼성전자 시총(6일 기준 469.46조원)보다 높은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의 성공으로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2021년 이후 4배 이상 올랐고 올해만 약 40% 상승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시장 지위는 자국의 국내총생산(GDP)보다 가치가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덴마크의 연간 GDP는 작년에 4000억 달러를 조금 넘었다. 

100년 역사의 노보 노디스크는 2023년 상반기 총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한 1,077억 덴마크 크로네(약 20조 6537억 원)를 기록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앞서 2017년 비만치료제 '삭센다'를 출시했다. 이후 당뇨병과 체중 감량 약물인 '오젬픽'과 '위고비'를 출시한 후 수익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오젬픽은 당초 미국 FDA와 EMA 등에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됐다. 하지만 체중감소 효과가 확인돼 위고비라는 상품명으로 또 다시 승인됐다. 위고비는 미국·유럽서 각각 2021년·2022년에 허가가 났다. 매일 주사하는 삭센다와 달리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하면 된다. 위고비를 68주 투여한 비만 환자의 경우 체중이 평균 1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고비의 경우 올해 2분기 판매액 7억3500만 달러(약 9788억 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배 상승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 매출은 21억5500만 달러(약 2조 8698억 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최근 13kg을 감량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다이어트 성공 비결로 "단식, 그리고 위고비(Fasting And Wegovy)"라고 언급하면서 유명세가 커졌다. 

한편 글로벌 투자기관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2년 24억 달러에서 2030년 540억 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의약품 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는 비만약에 대한 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2027년 최소 170억 달러에서 최대 1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현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와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등은 모두 글루카곤유사펩티드-1(GLP-1) 유사체 작용제 계열 약물이다. GLP-1 제제는 음식물 소화를 늦추고 뇌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감소하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낸다.

삭센다는 지난 2017년, 위고비는 올해 4월 각각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삭센다는 올해 1분기에만 전년 동기대비 50% 이상 증가한 15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위고비의 경우 한국에서도 내년께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GLP-1에 더해 GIP라는 호르몬에도 이중으로 작용하는 주사제다. GIP 역시 혈당수치를 조절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마운자로는 지난해 6월 출시되자마자 3분기 매출에서 시장 전망치인 8200만 달러를 두 배 이상 뛰어넘은 1억8700만 달러(약 2477억 원)를 기록했다.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먹는 비만약은 현재 임상3상을 계획 중으로 최근 식약처의 승인을 받았다. 마운자로와 동일한 기전이나 1일 1회 경구 복용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이 임상시험은 2025년 6월께 종료를 목표로 한다. 국내를 포함한 다국가 임상시험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는 1500명의 대상 환자를 모집한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측은 주사제인 비만 치료제들의 경구용 버전도 연구 중에 있다. 또 화이자가 개발 중인 소분자 GLP-1R 작용제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이라는 경구용 비만약 역시 지난 5월 말 미국 의학협회 발행 학술지에 발표한 임상 2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선보이며 먹는 비만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 기업도 후속 비만 치료제 개발에 서두르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 31일 자사의 GLP-1 계열 신약 후보물질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적응증을 비만치료제로 변경, 출시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의 비만 치료제 개발 전략은 ‘한국인 맞춤용’이다. 글로벌 제약사에서 개발한 GLP-1 비만치료제는 서양인 고도 비만 환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한국인 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BMI) 25kg/㎡에 최적화된 치료제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대원제약은 지난 8일 라파스와 공동 개발 중인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치료제 'DW-1022'의 임상 1상 IND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동아에스티와 일동제약, HLP제약의 경우 동물실험 단계의 후속 GLP-1 제제를 개발 중이다. LG화학도 유전성 비만치료제 LR19021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임상 1상 단계다. 대웅제약, 유한양행 등도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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