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 거래일(2563.71)보다 20.84포인트(0.81%) 오른 2584.55에 장을 마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2563.71)보다 20.84포인트(0.81%) 오른 2584.55에 장을 마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코시프)에서 석 달째 매도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9349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셀 인 메이’(Sell in May)라는 증시 격언과는 반대로 코스피에서 4조3354억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6월 1조716억원을 팔아치우며 순매도 포지션으로 전환했다. 6~8월 3개월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 무려 3조9808억원에 달한다.

8월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7월(1조9745억원)보다 줄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3개월째 계속되면서 코스피도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 5월 31일 2577.12에서 8월 31일 2556.27로 20.85포인트(△0.8%) 하락했다.

지난달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2차전지 수혜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지난 8월 가장 많이 매도한 것은 양극재 제조업체 포스코퓨처엠(2857억원)과 모회사 포스코홀딩스(3426억원)였다. 또한, 외국인은 LG화학과 삼성SDI, 금양, SK이노베이션도 각각 2702억원, 2371억원, 1897억원, 1531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한 6월 이후로 기간을 넓혀봐도, 지난 3개월간 순매도 상위권은 포스코홀딩스(4조9562억원), LG화학(1조212억원), 삼성SDI(5110억원) 등 2차전지 관련주의 차지였다. 

배터리주를 장바구니에서 꺼낸 외국인이 대신 담은 종목은 현대차(1415억원)와 SK하이닉스(1393억원), 두산에너빌리티(1058억원)였다. 다만 6~8월로 기간을 넓혀보면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매수세가 눈에 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6~8월 석 달간 삼성전자(2조4465억원)와 SK하이닉스(8174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외국인의 계속된 코스피 이탈은 미국의 강력한 통화긴축과 그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반면, 한국은행은 8월 금융통회위원회에서 동결을 선택했다.

지난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한은은 이후 열린 금통위에서 5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지만, 그동안 연준은 6월을 제외한 2·3·5·7월 네 번의 FOMC에서 모두 금리를 올렸다. 덕분에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00%포인트 차이로 벌어졌고, 지난 2월 12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1300원대를 돌파했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손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데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9월 이후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외국인 매수세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며 “가격적인 측면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0.9배 수준까지 낮아져 매수하기에 부담이 없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연초 급락 시기에 시장 반등을 이끈 것은 외국인”이라며 “비슷한 밸류에이션 수준에서 이번에도 외국인 매수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양 연구원은 원화 추가 약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을 외국인 수급 개선 전망의 근거 중 하나로 꼽았다. 양 연구원은 “중국 우려로 국내 수출 부진 우려가 다시 반영되는 것으로 보면 1340원대에서는 중국 리스크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라며 “미국 회복을 감안하면 위안화 약세에 연동된 환율의 추가 상승은 제한적이다. 환율 상방이 제한될 때 외국인은 한국시장을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리스크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시진핑 3차 지도부 출범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며 ‘차이나런’이 시작되자 갈 곳 잃은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몰려 큰 폭의 상승을 이끈 바 있다. 양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문제로 경제 성장 자체가 낮아지면 신흥시장 내에서 중국시장 투자 비중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과거 신흥시장 내에서 중국시장 비중 확대로 피해를 보던 한국시장 입장에 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9월 들어 외국인은 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세에 힘입어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0.84포인트(0.81%) 오른 2584.55에 거래를 마쳤다. 석 달째 떠나 있던 외국인이 가을을 맞아 코스피로 귀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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