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전경련 회장이 22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3년도 전경련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류진 전경련 회장이 22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3년도 전경련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이코리아]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한국경제인협회로 재출범했다. 

전경련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산하 연구기관 한국경제연구원과의 통합과 명칭 변경 등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회장에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공식 취임했다. 류진 회장은 취임사에서 "세계가 대전환의 시기를 맞는 지금, 글로벌 도약을 성취하는 길에서 한경협이 선두에 서겠다"며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적 대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류 회장은 신설되는 윤리위원회가 "단순한 준법 감시의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의 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정치권력과 결탁한 과거 관행을 근절한다는 의지를 담은 윤리헌장도 발표됐다. 

윤리헌장에는 △ 정치·행정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하고, △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확산에 진력하며 △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대·중소기업 상생을 선도하고 △ 혁신 주도 경제와 일자리 창출 선도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편, 지난 2월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으로 취임해 활동해온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6개월 간의 임기를 마치고 한경협 상임고문으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이던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해 한경협으로 출범하면서, 삼성, SK, 현대차, LG 4대 그룹도 새 단체 한국경제인협회 회원이 된다고 밝혔다. 4대 그룹은 박근혜 전 정부 시절 국정농단을 계기로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일부 계열사가 회원사로 합류하는 방식으로 한경협에 가입했다. 

전경련은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정권과 관계없이 정경유착에 앞장선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16년에는 대통령 탄핵까지 초래했던 정경유착 및 국정농단 과정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을 위한 후원금을 모금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4대 그룹이 전경련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6년 12월 열린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전경련 탈퇴를 약속한 바 있다.

다만, 삼성그룹 5대 계열사 중 한 곳인 삼성증권은 전경련에 복귀하지 않기로 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전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한경협에 합류하는 것을 거부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전경련 임시총회 전 이 같은 결정을 전경련에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삼성증권 관계자는 22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전경련에 복귀하지 않는 것은 맞다. 그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재계 안팎에서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 명분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도 전경련의 혁신 의지에 우려를 표함에 따라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한경협 복귀와 관련해 지난 18일 임시회의에서 "가입 여부는 제반 사정을 신중하게 검토해 관계사와 이사회의 경영진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만일 관계사가 한경협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으면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조건부 승인이라는 다소 모호한 결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삼성증권의 한경협 미합류를 두고 재개에서는 의도된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 준감위의 결정에 따라 계열사들이 각자 판단을 내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현재 삼성 준감위와 협약을 맺은 곳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7곳이다. 준감위와 협약사 관계인 삼성전자, SDI, 생명, 화재 등 4곳은 한경협 가입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증권의 '불참' 결정이 재가입을 논의 중인 SK와 현대차, LG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경협에 합류하더라도 한경연 회원 자격이 한경협으로 승계돼 표면상으로만 동참이지, 회비 납부와 회장단 참여 등 실질적인 복귀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분석도 나온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 근본적인 '개혁'이 우선이란 지적이다. 

이주선 연세대 경영대 연구교수는 22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핵심은, 4대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한 정경유착의 관행을 한경협이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회장단 중심의 로비스트 그룹을 해체하고 미국의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처럼 완전한 싱크탱크로의 독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데, 전경련은 오히려 한경연을 흡수·통합해 거꾸로 가는 형태라 궁극적으로 싱크탱크 역할을 할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4대그룹의 경우 정부 고위층을 따로 만날 수 있는 위치인데다 각각의 글로벌 싱크탱크도 갖추어져 있다. 이들 그룹의 정보 채널의 경우 전경련처럼 기업의 집단화된 역할보다 더 앞서는 상황"이라면서 "전경련 재가입을 통한 이득이 4대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들에 비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재벌개혁과경제민주화실현을위한 전국네트워크,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2일 전경련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경련을 재가입한 4대 재벌과 전경련을 규탄하며 전경련의 해체를 촉구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전경련은 정경유착 범죄를 넘어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재벌대기업으로의 부의 집중을 심화시키는 재벌감세, 기업규제완화, 최저임금 인상저지 정책을 국회와 정부에 제안하고 관철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경제인협회로의 개명도 최소한의 반성도 없는 '간판갈이'"라고 지적하며 "4대 재벌대기업의 전경련 재가입은 재벌공화국으로의 회귀를 공식화한 것이자 반성없이 국정농단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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