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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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들의 연쇄 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경제 위기론이 번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타격이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국경제 상황반을 설치하고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약 300억원어치 채권 이자를 못 내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 국유기업인 위안양그룹도 280억원 규모의 6개월분 이자를 못 냈다고 공시했고, 또 다른 부동산업체 헝다 그룹은 미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에 부동산 개발업체의 연쇄 부도 우려가 커지면서 차이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이 감소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전체 수출액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존도가 높은 업종으로는 화장품·석유화학·철강 등이 꼽힌다. 

2022년 3월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무역적자에 대한 대중국 무역적자 기여도가 최근 큰 폭으로 확대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무역수지 적자는 중화학공업품이 전체 수출의 89%를 차지하는 수출구조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화학공업품의 대중 수출액은 전년 동월(‘22.05 ~ ’23.05) 대비 24% 감소했는데,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 전자제품(△29%) 품목의 수출액 감소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뒤이어 철강제품(△23%), 화공품(△20%), 기계류와 정밀기기(△12%) 등 중화학 공업품 내 모든 품목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4월 발표한 '불확실성의 시대,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구조적 리스크 요인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이후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수출 업종과 내수 업종 모두 영업실적이 상당 폭 저하된 모습이다. 

특히,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석유화학 업종의 영업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국내 1위인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615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0% 떨어졌다. 2위 업체 롯데케미칼도 같은 기간 77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29.4%로 늘어났다. 포스코홀딩스는 올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8% 감소했다고 18일 공시했다. 글로벌 설비 신증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수요 부진 등으로 인해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정혁진 한신평 평가기준실장은 "LG화학(2차전지 LG에너지솔루션 및 첨단소재 부문), 롯데케미칼(2차전지 소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등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이 비화학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아직까지 범용 석유화학제품 업황 변화에 따라 전사 실적은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화학의 경우 중국의 자급률 상승 등 중국제품 대비 경쟁우위가 약화되고 있고, 특히, 여러 석유화학제품 가운데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파라자일렌(Paraxylene)의 경우, 중국에서 대규모 설비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또 "중국 내 다운스트림 제품 증설도 병행되고 있어 수급 개선 요인이 상존하고 있으나, 세계 최대 합섬원료 시장인 중국을 대체할 만한 충분한 규모의 수출 대상국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한국은 대만에 이어 2위의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만과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3년 양국간 격차는 250억 달러였으나, 2022년에는 770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비중이 높은 대만의 경우, 경기변동성이 높은 메모리 시장 변화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인 상황으로 2022년에도 한국 대비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96% 급감해 6,000억원에 그쳤고, 매출도 22%나 줄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중국향 매출은 17조 8080억 원으로 1년 사이 12조원 이상 급감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법인 합산매출도 3조 882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8조 240억 원)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라, 주력사업인 반도체 업황 악화가 길어진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침체도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면서 "한국의 반도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수요가 부진할 경우 하반기 기대한 반도체 기업의 실적 반등이 늦춰질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이에 연말까지 반도체 가격의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뿐만 아니라 전체 반도체 업계에서 수요산업이 아직 되살아나지 않은 상황이다. 챗GPT 열풍으로 인한 호재가 있었지만 올 하반기까지는 재고에 대한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장품도 한때 대표적인 중국수혜업종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102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경기가 한창 호황이던 2015년 상반기(4860억원)와 비교하면 4분의 1에 불과하다. 과거 수출 물량 중 80%가 중국을 향했지만 최근 50% 수준으로 낮아진 결과다. 

반면 자동차의 경우 사드 사태 이후 차이나 리스크를 감안해 탈중국 행보를 보여 왔다. 

현대차그룹은 실제로 인도 내에서 생산 능력을 꾸준히 키워왔다. 올해 상반기 동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 공장의 생산 능력을 연 75만대에서 82만대로 확대했다. 탈레가온 공장 인수에 생산력 확대까지 더해지면 현대차는 인도에서 연간 100만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커졌다. 특히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국가라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 게다가 인도 정부는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이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하려고 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낮고, 미국 및 서유럽 시장 내 제고된 점유율을 바탕으로 수출 증가세(2018년 650억 달러 → 2022년 791억 달러)를 시현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소비재 수출은 2021년부터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치인 81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자동차가 전체 소비재 수출의 절반 이상인 69.8%를 차지하면서 전체 소비재 수출을 견인한 데다, 미국으로의 소비재 수출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철강업계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에 기대해왔다. 중국 철강값은 글로벌 철강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중국철강가격은 최근 내수 부진으로 주간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수요가 감소하면서 시장 전망이 바뀌었다. 여기에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의 철강선물(10월물)도 하락했다. 현대제철은 베이징법인과 충칭법인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내 실적 저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는 중국 부동산 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이나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에 지급한 대출금이나 지급보증액 등을 의미하는 위험 노출액, 즉 '익스포저'를 4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다소 크지 않은 규모로, 우리나라가 중국 부동산 위기로부터 받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할 경우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남아있는 등 위험 요소는 여전하다. 

이에 관련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기재부 경제정책국 내에 '중국 경제 상황반'을 설치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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