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경법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지지자들에게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경법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지지자들에게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해 10시간이 넘게 조사를 받았다. 언론은 이 대표에게 백현동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하라고 요구하는 측과, 검찰이 정치적 수사 논란을 자초했다며 비판하는 측으로 나뉘고 있다. 

◇ 이재명 관련 보도, 키워드는 ‘백현동’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이재명’을 검색한 결과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총 1400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날짜별로 보면, 14일부터 점차 기사량이 늘어나기 시작해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지난 17일 가장 많은 453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이 대표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이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소재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참여를 배제하고 부지 용도변경 및 임대주택 비율 조정 등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백현동 의혹의 핵심으로 보고 성남시에 끼친 손해와 관련해 배임죄를 적용한 상태다. 반면 이 대표는 사업 인허가가 박근혜 정부와 한국식품연구원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수사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실제 이 대표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에는 ‘조작 수사’가 포함됐는데, 이는 이 대표가 검찰을 비판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이 대표는 17일 검찰 출석 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수사의 목적이 “나를 희생제물로 삼아서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정치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이라며,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저의 소명이라 믿는다.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할 것”이라며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14~18일 보도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4~18일 보도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보수 언론, “이재명, 백현동 의혹 명확히 해명해야...”

언론은 이 대표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보였다. 일부 매체는 이 대표가 해명보다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앙일보는 18일 사설에서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 대표가 보여주는 행동은 말과는 달라 ‘표리부동’ 논란을 부르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그는 소환을 앞두고 연이틀 당 안팎에 결백 호소 서한을 보냈고, SNS에도 ‘1원 한 푼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검찰 진술서를 올렸다. 소환 전날엔 검찰 출석 날짜와 장소가 적시된 포스터까지 띄웠다”며 “말로는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면서 지지층을 결집해 검찰을 압박하는 여론전에 나선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또한 이 대표의 입장문에 대해 “좀처럼 납득할 수 없는 말들”이라며 “스스로를 억압받는 희생자로 미화하는 것이 이 대표가 그렇게 강조했던 ‘당당한 출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백현동 사건은 지역 건설사의 개발 비리에 불과하다 ... 독재를 종식하고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만드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는 토착비리 사건”이라며 “독재정권과 정치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17일 사설에서 전날 민주당이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에 대한 특검과 양평 고속도로 논란, KBS 이사장 해임, 새만금 잼버리 부실, 오송 지하 차도 참사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한 것에 대해 “특검과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로 실시하는 게 정치권의 확립된 관례지만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이 된 후엔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대장동 의혹,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다수의 사건과 관련해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민주당의 ‘1특검 4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그러니 백현동·쌍방울 사건으로 검찰에 다시 소환될 이재명 대표의 방탄용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진보 언론, “檢, 수사 장기화로 ‘정치적 수사’ 논란 자초”

반면, 검찰이 ‘정치적 수사’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겨레는 17일 사설에서 “검찰이 이렇게 핵심 수사 역량을 이 대표와 민주당 관련 수사에 모두 쏟아붓다시피 하면서 수사의 편중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 대표 수사가 핵심 혐의에 집중하는 절제된 모습이 아니라, 이리저리 가지를 뻗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도 정치적 수사라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정치의 수사화’ ‘수사의 정치화’라는 악순환도 깊어지고 있다”며 “정치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이 대표 관련 수사와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유무죄를 하루빨리 가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또한 18일 사설에서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전 지지자들이 현장에 모인 것과 관련해 “지지층 결집을 유도한 이 대표의 자세도 문제가 있지만, 검찰의 초장기 수사가 반발의 자양분을 제공한 것 역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본격화한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가 1년을 넘겨 진행되고 정국 대립이 격화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럽다”며 “여론은 행정가로서 이 대표가 배임 등의 비리를 일삼았다는 지탄과 동시에, 1년 이상 표적 수사를 하고도 이 대표의 명백한 개인 수뢰 혐의 하나 밝히지 못한 검찰에 대한 불신이 혼재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도 17일 사설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복심인 특수부 검사들이 총동원돼 2021년 9월 이후 2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 검찰 수사는 대선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었고, 대선 후엔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로 이어졌다”며 “그사이 여야 대치가 격화하고 소모적인 정쟁이 일상화하면서 국민들은 깊은 정치 혐오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검찰 수사 권위와 정당성은 정치 중립성과 형평성에서 나온다. 수사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절차도 중요하고, 국민이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며 “대통령 친·인척이나 여당, 법조인들 비리는 눈감은 채 야당 인사만 겨눈 수사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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