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42.0원)보다 2.0원 내린 1340.0원에 출발했다. 사진=뉴시스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42.0원)보다 2.0원 내린 1340.0원에 출발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원·달러 환율이 지난 한 달 간 무려 80원 넘게 뛰며 급등 중이다. 중국 부동산업체 파산 우려 악재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신호까지 더해지면서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을 이끄는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12시 18분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대비 떨어진 3.40원 내린 1338.60원이다. 

환율은 전장보다 2.0원 내린 1340.0원에 개장한 뒤 하락 폭을 키워 1330원대 후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환율은 달러화가 최근 너무 빠르게 올랐다는 인식 속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 달 간격으로 보면 무려 80원 넘게 뛰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엔 1343.0원까지 상승해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환율이 이렇게 오르는 이유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달러 강세 압력과 중국의 부동산 리스크로 인한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에선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관련 개발업체가 민간과 국유기업을 가리지 않고 연이어 디폴트 위기에 빠지며 위안화 가치가 하락 중이다. 해외 시장에선 원화와 위안화의 흐름이 거의 비슷한 ‘대리 통화(프록시 통화)’ 관계로 통하기 때문에 원화도 덩달아 약세인 것이다. 

미국에선 연준이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다"는 내용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되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17일 코스피 지수는 환율 악재로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25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원·달러가 연고점을 돌파하고 1400원 부근 혹은 그 이상으로 추세 상승할지 여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상승을 이끄는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추세 상승보다는 박스권을 예상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가 1400원대까지 추세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단기 위험회피 심리가 추가로 강화될 경우 원·달러 밴드(1250~1350원) 상단을 일시 상회할수는 있겠으나 그 기간은 길지 않겠다"며 "3분기까지 1300원 중심 박스권 등락 이후 연말 1200원대 중반으로의 하락 재개 관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4분기로 가면서 미국 고용이 평균을 하회하며 긴축 완화 기대가 살아날 경우 대외 강 달러 압력이 잦아들 수 있다"며 "한국 수출로 대변된 제조업 경기 역시 재고 순환 사이클상 금년 말에서 내년 초에는 반등이 가능해 중기 방향성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달러화도 강세를 보이면서 '킹달러의 재림'과 같은 용어가 등장하고 있으나 달러화의 강세 폭은 아직까지는 다소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6월부터 8월까지 원·달러 환율 변화를 살펴본 결과, 달러화→엔화→위안화 충격이 환율 상승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중순까지 가파른 약세를 보이던 달러화는 견조한 미 경제지표와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위험 회피 확대와 맞물려 일차적인 환율 상승을 견인했다.

엔화는 7월 일본은행(BOJ)의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 유연화로 일시적 강세를 보였다가 BOJ가 개입을 통해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세를 저지함에 따라 약세로 전환했고 원화 역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최근에는 중국 경제지표 부진과 부동산금융 부문 리스크 확산에 따른 위안화 약세 압력까지 가세한 상황"이라면서 "중국 경제 부진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구조적 변화, 부동산 경기 악화와 그림자 금융 리스크 확대 등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단기적으로 미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추가적 정책 조정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므로 엔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3분기 중에는 장기물 중심으로 미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4분기에는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가 확인되고 견조했던 소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장기물 금리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달러화 상승 압력도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추가 인상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원화 약세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국도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중국 위안화에 대한 약세 베팅에 대한 프록시(Proxy·통화 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임) 통화로 원화를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는 위안화에 동조화되면서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며 "일본은행(BOJ)의 YCC 유연화에도 불구하고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원화의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수준의 환율은 아직 한은이 대응할 필요는 없겠지만, 추가적으로 환율이 약세를 보일 경우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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