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대통령실 국민토론 홈페이지 갈무리
출처=대통령실 국민토론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배기량만 따져서 부과되는 국내 자동차세를 두고 국산차주와 외제차주간은 물론 내연기관차주와 전기차주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17일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실에 따르면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과 관련해 국민참여토론이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대통령실은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한 후 국민제안심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권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의 국민참여토론은 앞서 1차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 2차 TV 수신료 징수 방식, 3차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 등에 대해 이뤄졌다. 이번이 네 번째다.

현행 자동차세의 경우 배기량에 따라 cc당 18~200원, 영업용 차량의 경우 cc당 18~24원이 부과된다. 

배기량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되 차량을 오래 쓸수록 감액하고 있고, 배기량이 없는 수소차와 전기차는 정액 10만 원을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는 1억원이 넘는 테슬라 모델S도 지방교육세를 포함해 연간 13만원의 자동차세만 내고 있다. 3500㏄의 제네시스 모델은 연간 91만원 가량 내는 점을 고려하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기초생활보장급여의 경우, 수급자 선정을 위한 가구의 소득인정액 산정 시 일반재산의 소득환산율인 월 4.17%를 적용하는 승용차는 배기량 1600cc 미만(생계‧의료급여 기준)으로 차령, 가액, 용도를 종합해 결정하고 있다.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개선을 주장한 제안자는 "자동차세의 취지를 재산가치와 환경오염, 도로사용 등을 감안한 세금으로 이해한다면 배기량이 아니라 차량가액과 운행거리에 따라 부과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며 "환경오염을 생각해 전기차와 수소차의 자동차세를 감면하더라도 차량가액에 따른 차등적인 부과가 필요하지 않은지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국민토론에 참여한 자동차세 개편에 찬성하는 차주들은 "차량 가격에 따른 세금 부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누리꾼 A씨는 "배기량의 경우 터보가 나오면서 의미가 없어졌다. 아반떼 자동차세가 벤츠보다 비싼 게 말이 되나. 시대적으로 뒤처진 세제"라며 자동차세 개편을 찬성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배기량 기준 개선이 필요한 점 동의한다"면서 "무공해차에 대한 세금감면이 아닌 무공해차 적용 시 효과가 극대화 되는 시설, 지역 등에서 혜택을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자칫 정부가 좋은 정책을 펼치면서 부자감세와 같은 역효과를 내게 되어 정책 추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개편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연비 차량을 타기 위해 비싼 값을 치렀고 차량 등록세도 이미 많이 냈는데 이제 와서 차량 가액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 받는다면 이중과세라는 지적이다. 친환경차 소유주들에 대한 편법적 증세 시도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배기량 기준은 재산, 환경오염 등 자동차가 가지는 복합적인 성격을 골고루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 △대형차 보유자는 유지‧관리 비용을 감당할 소득이 있다고 추정될 수 있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자동차세 개편 자체를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특히 세제 개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외국과의 조약과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지난 2010년부터 자동차 세제를 바꿔보자는 의견들은 꾸준히 제시됐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만 3건 이상이다. 차량 가액기준으로 조세역진성을 보완하면서 환경영향에 대한 기준까지 제시하며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가장 큰 반대요인은 역시 한미FTA였다.

2011년 한국과 미국 양국 의회를 최종 통과한 한미FTA 비준안에는 '대한민국이 차종별 세율 차이를 확대하기 위해 배기량 기준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배기량이 큰 미국차가 한국 시장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미국 측에서 끼워 넣은 조항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연비뿐만 아니라 전비까지 고려한 자동차세가 필요한 시대다. 미국 입장도 달라졌을 수 있다"며 "우리가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하이브리드 개념의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서 미국과의 추가협의를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동차세 등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 기준 개선' 국민 토론 글에는 17일 기준 추천 수가 1309회로 비추천(204회)보다 높으며, 자동차세 개편에 대한 지지 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는 어떨까.

해외에서는 차량 가격뿐만 아니라 친환경성, 배출가스, 탄소배출량, 중량 등 다양한 기준을 참고해 자동차세를 매기고 있다. 또 친환경차 자동차세 부과를 향후 5년, 길게는 10년까지 면제하거나 내연기관 차량 대비 감면하는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탄소배출량과 배기량을 함께 과세표준으로 정하고 있으며 영업 용도인 상용차는 중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2025년 말까지 등록된 전기·수소전기차는 10년간 세금을 면제한다. 

일본은 배기량과 최대 적재량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일정 연비를 달성한 차량은 중량세나 자동차세를 감면해준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