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컨트리가든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시 첫 페이지. 출처=중국 컨트리가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10일 컨트리가든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시 첫 페이지. 출처=중국 컨트리가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컨트리가든(碧桂園·비구이위안)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았다. 부동산 업계 전반의 위기로 번져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6일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부동산 기업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이 14일부터 11개 채권에 대한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컨트리가든은 지난 12일 선전증권거래소에 이 같은 내용의 문서를 제출했으며, 거래 재개 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컨트리가든은 지난 8일에도 6일 만기인 총 2250만 달러 상당의 채권 상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컨트리가든은 지난 10일 올해 상반기 최대 76억 달러의 손실을 밝히며, 투자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개발사 측은 지난 주 상환 약정과 관련하여 가까운 미래에 사채권자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주택 배달을 보장하면서 위험을 완화하고 투자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컨트리가든 주가는 11일부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14일 홍콩 달러 기준 8센트에 장을 마감했다. 

로이터 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내 부동산 분야와 연계가 높은 신탁 회사들의 디폴트 위기가 확산하면서 중국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거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은 중국 경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컨트리가든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중 작년 매출 기준 1위, 올해 상반기 5위를 기록한 대형 업체다. 지난 2021년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헝다 그룹의 4배에 달하는 3000개 이상의 주택 프로젝트를 국내에 보유하고 있다. 최근 유동성이 약화하면서 7일 만기였던 달러 채권 2건에 대한 이자 약 296억 원을 갚지 못했다. 30일간의 유예기간 내에 이자를 내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1년 중국 최대 건설사였던 헝다그룹이 달러화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관련 업체들이 줄 도산하는 등 계속 침체해 왔다. 컨트리가든은 그동안 디폴트 없이 버틴 대형 건설사 중 한 곳이었는데, 그동안 주력해 온 지방 소도시 건설 사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유동성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연쇄 디폴트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중국 당국이 각종 부양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5일에 발표된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경제 지표들은 더 암울하다. 7월 산업 생산이 1년 전보다 3.7% 증가하고, 소매 판매도 2.5%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 중국 내수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한국처럼 대중 무역의 비중이 크고, 중국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는 나라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다.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부동산 리스크가 점증되면서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경기 둔화에 대한 조치로 일단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전 세계적 기조와 대치되는 단기 정책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렸다. 지난 15일 단기 기준금리를 0.1%포인트(p) 인하하고, 일부 대출금리도 낮췄다. 시장에 풀리는 유동성 규모는 6050억 위안(약 111조원)으로 추산된다.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인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대응과 경기 사이클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 중국 경기는 저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제한적인 정책여력과 더딘 구매력 회복 영향으로 경기 반등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부동산 신탁사인 중룽국제신탁도 만기 상품의 대금 지급에 실패하면서 금융권으로 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주택 시장 악화로 인해 바클레이즈 경제학자들은 중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를 15일 4.9%에서 4.5%로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 건설업체 정크본드의 주요 보유자인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은 7월 4일부터 8월 3일 사이에 보유 지분의 약 7%를 줄였다.

또 블랙록과 알리안츠를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들은 궁지에 몰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달러 채권에 최근 노출된 상황을 고려할 때 컨트리가든의 부채 위기에서 지켜봐야 할 주요 이해관계자일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16일(현지시간) "8월 11일자 서류에 따르면 블랙록은 컨트리 가든 달러 채권 3억 519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알리안츠의 포지션은 6월 30일 서류 기준 3억 1100만 달러였다"며 "그것은 피델리티 인터내셔널과 HSBC 홀딩스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서류가 그들이 보유자임을 보여준 때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각각 4월 30일과 3월 31일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나인티 원 영국과 아폴로 자산 관리도 컨트리가든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컨트리가든의 달러에 노출된 다른 은행에는 UBS 그룹과 JP모건 체이스가 이번 달 초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포함됐다. 도이체방크와 스위스은행인 방크 롬바드 오디에도 포함됐다.

서류가 제출된 이후 일부가 변경되었을 수 있기 때문에 서류가 반드시 현재 보유를 반영하지는 않으며, 회사는 고객을 대신하여 채권을 보유할 수 있다. 펀드가 보유를 공개하는 방법에 대한 규칙은 국가마다 다르다. 

블룸버그통신은 블랙록, HSBC, 알리안츠, 피델리티, 나인티 원, UBS, JP모건, 도이체방크, 방크 롬바드 오디에는 논평을 거부하거나 즉각적인 논평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폴로도 아직 블룸버그 측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세계 유수의 기관투자자들이 컨트리 가든에 연관된 만큼 컨트리 가든이 최종 디폴트 처리되면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컨트리 가든 채권이 각자의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충격은 제한적일 것일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반면 컨트리가든 신용위험이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도 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먼 사태와 달리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이 매우 적고, 금융기관의 손실 익스포저가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부동산 기업의 자산매각 등 자구책을 통한 대응은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부재 시 부동산 디폴트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실물경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면 중국 경기의 추가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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