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교보생명
사진=교보생명

[이코리아]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교보생명의 행보에 금융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 2월 이사회에서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에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2011년 메리츠화재 이후 두 번째다.

지주사 전환은 생명보험 업황이 점차 악화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교보생명의 승부수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보사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총 3조7055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8억원(-6.0%) 감소했다. 금감원은 “보험영업이익은 금리상승에 따른 보증준비금 감소 등으로 개선된 반면, 투자영업이익은 금융자산 평가·처분이익 감소 등으로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보험연구원 또한 지난해 발표한 ‘2023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보고서에서 “2022년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한 금리 상승 및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러한 금융시장 환경 변화는 저축 및 투자형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생명보험 성장성에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충격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은 “2015년 이후 8년간 생명보험은 네 번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사회구조 변화를 고려할 때 생명보험산업의 저성장 장기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생명보험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보생명 중심의 사업구조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비보험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바라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지주사 전환이라는 목표로 이어진 셈이다. 

◇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추진 이유는?

지주사 전환으로 교보생명이 노릴 수 있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뿐만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 어피니티 컨소시엄과의 오랜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할 당시 신 회장이 기업공개(IPO)를 약속하며 끌어들인 재무적 투자자(FI)이다. 어피니티 측은 교보생명 기업가치를 올려 상장한 뒤 투자금을 회수할 생각이었지만, IPO가 차일피일 미뤄지며 계획이 어그러지자 결국 지난 2018년 신 회장에게 지분을 다시 되파는 풋옵션을 행사했다.

현재 신 회장과 어피니티 측은 풋옵션 행사 가격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어피니티는 주당 24만5000원에 사들인 지분을 40만9000원에 매입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피니티의 주장대로라면 신 회장은 약 2조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만약 교보생명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고 기업가치를 올려 최종적으로 상장까지 마무리한다면, 어피니티로서도 보유 지분 가치가 상승해 투자금 회수가 가능해지는 만큼 나쁠 것이 없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오랫동안 신 회장을 괴롭혀온 풋옵션 분쟁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어피니티가 결국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을 지지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신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교보생명의 인적분할을 통해 금융지주사를 설립한 뒤 기존 주주에게 신설 지주사 주식을 교부하는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면, 지배주주인 신 회장의 지주사 지분율을 손쉽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핵심 과제는?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핵심 과제는 사업 다각화다. 교보생명은 이미 지난 4월 파빌리온자산운용의 자회사 편입을 마치고 교보AIM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꿨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것. 최근에는 손해보험사 인수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보생명의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는 MG손해보험이 꼽히고 있다. 대주주 JC파트너스가 자금조달에 실패하며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은 현재 대주주 JC파트너스와 관리 주체인 예금보험공사의 투 트랙으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 JC파트너스 주도의 매각 작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시드파트너스가 인수를 포기하고, 올해 2월 진행된 예보 주도의 공개매각에서는 인수의향서가 단 한 건도 제출되지 않으면서 MG손보는 주인을 구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상태다. 만약 교보생명이 공개매각을 통해 MG손보를 손에 넣는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손해보험 사업권을 취득할 수 있다.

다만 MG손해보험이 아직 사법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은 변수다. 실제 JC파트너스는 금융위원회의 MG손보에 대한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오는 본안소송 1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지만 패소한 측이 항소에 나설 경우 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수 있다. 게다가 MG손보의 재무 상태가 심각한 만큼,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오랜 갈등으로 관계가 악화된 어피니티 측을 설득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인적분할을 추진하려면 우선 주주총회에서 주주 66.7%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신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약 37%다. 어피니티(24%)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지주사 전환에 대한 주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2대 주주인 어피니티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편, 신 회장은 지난 7일 교보생명 창립 65주년을 맞아 “고령화와 IFRS17·K-ICS 시행,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 보험 채널의 구조적 변화 등으로 보험사업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외부 파트너와 협업해 보험 비즈니스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개방형 혁신을 지금보다 활발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숙원인 지주사 전환에 성공에 오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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