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반도체 부문에서 4조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95% 감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전 세계 반도체 재고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며, 하반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27일 연결 기준으로 매출 60조55억 원, 영업이익 6685억 원의 2023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20.15%, 영업이익은 무려 95.36% 떨어졌다. 

예상대로 반도체 사업에서 부진이 이어졌다.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36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면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았다. 삼성전자가 2개 분기 연속 반도체 부문 적자를 기록한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상반기 반도체 부문의 누적 적자는 9조원에 육박한다. 

D램 출하량 증가 등으로 1분기(-4조 5800억 원)보다는 적자 폭을 줄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경우 스마트폰 출하 감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있었으나, 반도체(DS)부문 적자폭이 축소되고 디스플레이/TV/생활가전 수익성이 개선돼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한 0.67조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DDR5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중심으로 인공지능(AI)용 수요 강세에 대응해 D램 출하량이 증가하며 전 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재고는 5월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스템 LSI는 모바일용 부품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실적 개선이 부진했다. 

파운드리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라인 가동률이 하락하여 이익이 감소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2분기 매출 40조2100억 원, 영업이익 3조83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은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감소 추세 속에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 효과가 줄면서 프리미엄 비중이 감소했고, 경기 침체로 중저가 시장 회복이 지연돼 전 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2분기 연구개발비의 경우 7조2000억 원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시설투자도 14조5000억 원으로 2분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하반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지난 5월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줄고 있고, 특히 인공지능(AI) 시장이 확대되면서 인공지능에 들어가는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늘 거라고 내다봤다. 

이에  반도체 부문은 △DDR5 △LPDDR5x △HBM3 등 고부가 제품 판매와 신규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인프라 및 R&D, 패키징에 투자를 지속하고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All-Around) 공정 완성도 향상 등으로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글로벌 IT 수요와 업황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가운데, 부품 사업 중심으로 상반기 대비 전사 실적 개선을 예상했다. 단, 거시경제 리스크 등으로 인한 수요 회복 관련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도 하반기 삼성전자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2년 만에 D램 가격 상승 전환이 예상되면서 반도체 경기 바닥이 확인됐다는 분위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HBM, DDR5 등 고부가 D램 매출이 D램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하며 3분기 D램 가격이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상승 전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4분기 말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2분기 대비 50~60% 감소하며 정상 수준 근접이 전망되어 3조원 규모의 누적된 메모리 재고평가손실의 환입 가능성이 향후 실적 추정치 상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3nm, 4nm 생산수율이 큰 폭으로 개선된 파운드리 부문이 2분기 가동률 바닥을 확인하며 3분기부터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추정 영업이익은 직전반기 대비 343% 상승한 5조8000억 원으로 예측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내년 삼성전자는 HBM 생산능력을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 확대할 전망"이라며 "7월 현재 HBM 수요가 이미 확보 (10~15억GB)된 상태에서 3분기 신규 고객(북미 GPU)의 최종 품질 인증 후 4분기부터 4세대, 5세대 제품인 HBM3, HBM3P 출하가 시작되는 가운데 내년부터 6세대 HBM 양산 시작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생성형 AI 서버에 탑재되는 HBM3 가격이 기존 메모리 대비 6배 이상 높아 향후 삼성전자 D램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컨퍼런스 콜에서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지원하는 고성능 메모리, 특히 HBM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외부 기관의 전망 기준 앞으로 5년 동안 CAGR(연평균 성장률) 30% 중후반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3분기 D램,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흑자 전환을 전망했다. 또 올 3분기 실적은 매출액 66조9000억 원과 영업이익 5조원을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인 영업이익 3조3000억 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전 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을 예상해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D램 영업적자 크게 축소(D램 OPm 1분기 -24%, 2분기 -9%)됐다. 올 3분기 전사 영업이익은 5조원으로, 큰 폭의 개선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D램은 출하량과 가격이 모두 상승하며 영업흑자 전환하고, 낸드는 출하량 증가가 가격 하락 영향을 상쇄하며 적자 폭이 출소될 전망이라며 파운드리 역시 하반기 모바일 신제품 출시 영향으로,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 외 모바일경험(MX), 디스플레이(SDC),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등의 실적도 전 분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판단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효과를 반영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새 갤럭시 시리즈를 공개하는 언팩 행사를 열었다. 폴더블 시장을 겨냥한 '갤럭시 Z플립5' 등 신제품 4종을 공개했다. 

반도체 불황 속 새 폴더블 휴대전화의 성공 여부가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진 만큼, 신제품 출시 효과가 어느 정도 될지도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