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조합 누리집
= 작가조합 누리집

[이코리아] AI 학습 데이터를 향한 문제 제기가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 출판 작가들의 전문 조직인 작가조합(Authors Guild)이 AI 기업의 부당이익을 비판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내놓았다. 서한에는 수잔 콜린스, 마가렛 애트우드 등 유명 작가를 포함해 8500명 이상의 작가들이 서명했으며, 오픈 AI, 메타, 구글, 스태빌리티 AI, IBM,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에게 전달되었다. 

이들은 "AI 기술은 우리의 언어, 이야기, 스타일, 아이디어를 모방하고 되살려낸다. 저작권이 있는 수백만 권의 책, 기사, 에세이, 시가 AI 시스템의 '식량'을 제공하며, 그 대가는 아직 청구되지 않은 끝없는 식사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많은 책이 불법복제된 것이며, AI의 상업적인 사용을 위한 데이터 학습은 공정 이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생계 문제도 언급했다. 작가들의 저작물을 학습한 AI는 이를 기반으로 글을 범람시켜 결국 인간 작가들의 직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지난 10여 년 동안 작가들은 40%의 소득 감소를 경험했으며, 2022년 기준 작가의 평균 소득은 2만 3,000달러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AI의 도입은 작가, 특히 젊은 작가와 소외된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가들이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작가들은 생성 AI 프로그램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이 있는 자료의 사용에 대해 허가를 받고, 그동안 AI 학습에 사용해온 저작물에 대해서는 작가들에게 공정하게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앞으로 작가와 언론인을 위한 건강한 저작권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덧붙혔다.

= 작가조합 누리집
= 작가조합 누리집

이번에 서한을 공개한 작가조합은 지난 2005년에도 데이터의 공정 이용을 두고 구글과 법적 소송을 벌인 적 있다. 당시 작가조합과 미국 출판사 협회는 구글이 도서관의 책을 스캔해 디지털화 시켜 검색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전자도서관 프로젝트 ‘구글 북스’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작가들은 구글이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책을 스캔한 뒤 저작권자의 이의가 있으면 이를 제외하도록 하는 ‘옵트아웃’ 방식을 문제 삼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구글의 도서 검색 서비스 제공이 공정 이용이라고 판단했으며, 구글 북스 프로젝트가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내용 중 일부만 제공된다는 점을 들어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 서부 미국 작가조합 유튜브 갈무리
= 서부 미국 작가조합 유튜브 갈무리

한편 출판 작가들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영상산업을 지탱하던 각본가들 역시 AI 사용에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 영상산업 각본가들의 노동조합인 동부 미국 작가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 East)과 서부 미국 작가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 West)은 지난 5월 작가들의 처우 개선과 AI 사용 반대를 촉구하며 역사적인 파업을 시작했다. 이는 미국 작가조합이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일으킨 대규모 파업으로, 1만 명 넘는 작가가 파업에 참여했다.

조합은 제작자들이 AI를 이용해 작가들이 쓴 대본을 수정하거나, 역으로 AI가 쓴 대본을 인간이 수정하게끔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으며, 창작 영역에서 AI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AI는 작가를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8일 “작가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공정한 처우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조합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국제적인 연대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작가조합연맹, 영국 배우노동조합, 유럽작가연맹 등 다수의 단체가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 뉴시스
= 뉴시스

한국의 작가들도 이에 동참했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 웹툰작가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국제사무직노동조합연맹 한국협의회는 지난 6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넷플릭스 한국지사 건물 앞에서 미국 작가조합 파업지지 연대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국내 작가들 역시 미국 작가들과 비슷한 처지에 처해있다고 강조하며 “인공지능 발달은 엄연한 시대의 흐름이지만 인공지능은 도구일 뿐 저작자가 될 수 없다. 플랫폼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앞세워 저작권을 침해하려는 시도를 막고 불필요한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는 것이 인공지능 개발자와 창작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두 달 넘게 이어지던 할리우드 파업은 지난 14일 16만 명의 배우가 소속된 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이 합류하며 더 큰 규모로 이어지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이 연대해 파업한 것은 지난 1960년 이후 처음이다.

양 노조는 넷플릭스 등 콘텐츠 기업들이 공정하게 시청자 수를 공개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AI로 만든 얼굴과 음성을 사용하거나 변경할 때는 배우와 작가의 동의를 받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급할 것도 요구했다.

한편 넷플릭스, 디즈니 등이 소속된 미국 제작사 연맹(AMPTP)은 두 조합이 코로나 여파에서 회복하지 못한 제작사들에게 가혹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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