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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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AI의 의료 분야 진출이 점차 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 의료 확산과 AI 열풍으로 인해 의료 영역은 빠르게 AI와 결합하고 있다.

정부의 2023년도 보건의료 주요 과제에도 의료 AI 개발 실증 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국내 의료 AI시장 활성화를 위해 2023년 진료 AI 실증과 디지털 의료 실증 및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 도입, 전국 공공병원과 지역거점병원 대상 디지털 기기와 솔루션 확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안잘리카 코마티레디(Anjalika Komatireddy) CB 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벤처 캐피탈 자금과 혁신 기술 개발 측면에서 AI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의료 분야로 3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분야는 의사의 진료 업무 보조 분야다. 코마티레디는 수많은 ‘의사를 위한 부조종사’ AI 도구가 등장했으며, 이는 의사의 수많은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의사와 환자의 의료 대화를 요약해주거나 의료 코딩에 중점을 둔 AI, 의료 Q&A에 특화된 AI 등 다양한 의료 업무 보조 AI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AI는 불필요한 검사비를 감소시키고 진료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뷰노, 라이프시맨틱스, 루닛 등 진단 솔루션 AI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해외의 경우 뉘앙스(Nuance), 아브릿지(Abridge), 코르티(Corti) 등이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역시 해당 분야에 주목했다. 게이츠는 의료 AI가 보험금 청구, 서류 처리, 의사 방문 기록 작성 등 특정 업무를 대신 처리하여 의료 종사자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며,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이 AI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9년에 의료 서비스에 지출된 3조 8천억 달러 중 4분의 1이 의료 행정에 소모되었으며, 이 중 약 2,650억 달러는 팩스 등의 구식 기술로 인해 불필요하게 지출된 ‘낭비성’ 비용이었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이를 보조하면 행정 비용과 불필요한 시간의 소모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포브스는 예측했다. 

두 번째 분야는 정서적 지원을 통한 디지털 치료 및 웰니스 도구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0억 명, 즉 인구 10명 중 1명 이상이 정신장애를 앓고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중 극소수만이 효과적이고 저렴한 양질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더 많은 이용자에게 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코마티레디는 이용자에게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챗봇인 ‘레플리카(Replika)’를 예로 들었다. 2017년에 출시된 레플리카는 ‘항상 귀 기울이고 대화하며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AI 동반자’를 목표로 개발된 미국의 앱으로, 사용자가 더 나은 습관을 만들고 불안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등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정신 및 정서 건강 서비스에서 AI를 활용하는 데는 위험도 따른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면 레플리카 챗봇은 지난 2월 일부 이용자와 외설적인 대화를 나눈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영국 심리학회 회원인 폴 마스덴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불안증 관련 앱만 300개가 있던데, 어떤 앱을 사용하면 좋을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앱은 대면 치료의 보조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대면 치료를 대체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적절한 앱을 찾았을 때 제한적으로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 구글 딥마인드 누리집 갈무리
= 구글 딥마인드 누리집 갈무리

마지막 분야는 신약 연구 및 개발이다. 대규모 제약회사 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단백질과 약물의 특성을 예측하기 위해 생성 AI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제약 분야에서 AI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분야는 단백질 구조 예측이다. 단백질은 평균 20개의 아미노산 사슬로 구성되어 복잡하게 얽히고 꼬인 3차원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X선이나 핵자기공명, 전자현미경 등의 수단을 이용해 직접 단백질 구조를 해독했다.

이런 방식은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지만, 많은 비용이 들며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AI를 단백질 구조 예측에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AI 혁명이 일어났다.

AI 제약 분야에는 빅테크도 활발하게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브레인은 작년 12월 신약 개발 AI 스타트업 갤럭스에 50억원을 투자해 '제 2의 알파폴드'를 만들겠다고 공식 선언했으며,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지난달 자사에서 개발한 AI인 'ESM 폴드'를 이용해 바이러스와 미생물의 단백질 약 6억개 이상을 예측한 결과를 공개했다.

올해 1월에는 바이엘이 구글 클라우드와 AI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노바티스와 함께 AI 제약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 밖에 엔비디아는 현지시각 12일 AI 기반 신약발굴 기업 ‘리커전’에 5천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제약사와 AI 빅테크의 협업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AI는 여러 의료 분야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지만 아직 의료 AI를 신뢰하지 못하는 의견도 많다.

GE 헬스케어가 전 세계 8개국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해 발간한‘Reimagining Better Health’ 보고서에 따르면 2000명의 응답 의료진 중 61%가 의료 AI가 임상적 결정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으나, 의료 AI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의료진은 43%에 불과했다.

특히 의료 AI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미국 의료진은 26%밖에 되지 않았다. 또 33%의 응답자가 AI 데이터의 유용성을 신뢰했으며, 44%의 응답자는 AI가 편향되었다고 생각했다.

피터 아두이니 GE 헬스케어 CEO는 “이번 보고서는 의료계가 극복해야 할 과제를 다시금 재조명하고, 모든 의료 관계자들이 환자와 의료진의 요구에 맞춰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이끄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발간됐다. 우리는 함께 이러한 통찰력을 행동으로 옮겨, 보다 인간적이고 유연한 헬스케어 시스템을 갖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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