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우리나라의 장기이식대기자 수는 2022년 기준 4만 1706명으로 최근 5년 내 최고 수준이지만 뇌사기증자 수는 405명으로 채 1%가 되지 않는다. <이코리아>는 장기기증과 등록 활성화에 대한 해외사례를 살펴보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장기 기증자가 부족한 데에는 장기 기증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인 인식, 그리고 유족에 대한 예우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17년 한 병원에서 발생한 뇌사 장기기증자에 대한 예우문제는 장기기증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고 장기기증신청 줄취소 사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2017년 사례는 유족지원정책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병원에만 시행했던 시신 이송 등 유족 지원책은 현재 협약을 맺지 않은 병원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2018년 4월부터는 장기기증을 한 후 다른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옮길 때도 이송을 지원하고, 지자체별로 장례비와 제사비, 기증 전 진료비도 지원하기도 한다. 

장기기증자에 대한 사회적인 예우도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매년 9월 두 번째 주간을 ‘생명나눔 주간’으로 지정하고 장기기증자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있다. 

지난 해부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생명나눔 희망우체통’을 통해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의 유가족과 그 장기를 받아 새 삶을 살게 된 수혜자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편지를 주고받으려면 기증자 가족과 수혜자가 모두 서신 교환에 동의해야 하며, 편지 안에 기증자와 수혜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정보나 연락처, 금전·물품 요구, 만남을 시도하는 내용 등을 적어서는 안 된다.

기증인을 위한 온·오프라인 추모공간도 마련되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누리집엔 수혜자와 유가족들이 익명으로 기증자에게 편지를 남길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KODA 장기구득 코디네이터에 의해 기증 후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지난 4월에는 기증인의 의미 있는 나눔을 기억하고 유가족이 위로를 얻을 수 있도록 서울 보라매공원 내에 국내 최초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도 마련됐다.

장기기증 등록 과정 또한 어렵지 않다.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기이식등록기관 홈페이지, 우편, 팩스, 방문 등을 통한 등록이 가능하다.

​해외 주요국의 뇌사 장기기증자 현황은 우리나라(100만 명 당 8.56명)에 비해 훨씬 뛰어넘는다. 특히 스페인의 경우, 2023년 기준 전체 인구수도 우리나라(약 5,156만명)보다 적은 약 4,752만 명이지만, 글로벌 뇌사 장기기증자 순위에서 100만 명 당 40.8명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달리 생전에 장기기증 거부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한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제도인 옵트아웃(opt-out) 제도를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는 나라다. 

국가와 공공기관이 협업하여 다양한 장기기증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스페인 국립장기이식기관과 국영 우체국 꼬레오스, 메디아셋 에스파냐 방송국이 함께 펼치는 캠페인이다. 

누군가가 방송을 보고 장기기증 희망서약을 하면 꼬레오스에서 특급우편 서비스 소포360을 이용해 이들에게 감사 서신과 기증자 카드 등이 담긴 패키지를 발송한다. 덕분에 한 해 약 17만 명이 등록할 정도로 활성화되었다. 또한 전문가 교육센터(TPM)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Donate life 기부상점 누리집 갈무리]
[사진-Donate life 기부상점 누리집 갈무리]

미국은 글로벌 뇌사 장기기증자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이 높은 기증률을 자랑하는 데는 장기에 대한 공적 관리 체계를 탄탄히 갖췄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역 단위로 장기확보 및 이식망이 구성돼 있다. 1977년 설립된 장기기증 연합 네트워크(UNOS)를 중심으로 50개 주에서 62개의 장기조달기구(OPO)가 활동하며 모든 장기기증 관련 단체들과 연계돼 있다. 

장기기증 연합 네트워크는 3교대로 24시간 가동되며 이식 대기자의 정보가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 장기조달기구는 ‘Donate life’라는 통합 브랜드를 사용하며, 광고나 마케팅 활동의 시너지효과를 꾀하고 있다. 

또한, 초등학생부터 직장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관련된 도구들을 갖추고 있다. 기증 정보는 물론 리플릿, 사은품, 관련된 도구들 그리고 강사까지 제공한다.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인 공헌과 봉사의 의미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면서 자연스럽게 장기기증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다.

또 1월 로즈퍼레이드를 시작으로 매월 장기기증 행사가 정해져 있어 국민의 관심이 장기기증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노출시킨다.

장기기증에 적극적인 프랑스는 2017년부터 가족이 장기기증에 반대해도 사망자가 생전에 기증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면 장기적출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법 시행에 들어갔다. 모든 국민이 뇌사상태일 때 장기기증을 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새 법안은 장기기증을 거부하고 싶은 사람은 본인이 반드시 생전에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고 주민센터에 신고해야 한다. 프랑스는 1976년부터 이미 생전에 장기기증 거부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사망자에 대해 장기기증에 동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사진-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누리집]
[사진-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누리집]

장기기증을 위한 등록 과정은 어렵지 않다.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누리집, 우편, 팩스, 방문 등을 통해 등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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