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 무장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용병 조직의 지도자 예브게니 프리고진. 출처=타스 통신 공식 트위터 갈무리 
러시아 내 무장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용병 조직의 지도자 예브게니 프리고진. 출처=타스 통신 공식 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던 바그너 용병 집단의 지도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 봉기가 하루 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23년간 권력 장악에 가장 큰 위협이 된 반란인 만큼 그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주말 간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킨 후 26일 유가가 상승했다. 

1년 전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최근 7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다. 

WTI 선물은 지난 주 거의 4% 하락한 후 아시아 거래에서 배럴당 70달러 바로 아래에서 거의 1% 상승했다. 유가의 지표로 쓰이는 브렌트유는 0.95%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 용병 조직인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에 대한 무장 반란을 일으키면서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채권이나 금 등 안전자산으로의 도피를 촉발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럽 가스의 경우 이미 작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장 높은 변동성을 보인 바 있다. 

AXA의 코어 인베스트먼트 최고 책임자인 크리스 이고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초기 시장 움직임에서 원자재 시장에서 리스크 오프(risk off)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리스크오프는 위험회피 전략을 말한다. 시장의 비관론이 큰 경우 위험을 회피하는 투자를 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국채, 정기예금, 금,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투자전략이다.

이고는 이어 "러시아의 혼란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추가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곡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한 경제 컨설팅 업체는 곡물가격이 29%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시카고 밀 선물은 거래자들이 사건의 영향을 저울질하면서 변동하더니 부셸당 1% 하락한 7.3925달러, 0.5% 상승했다. 이달 들어 미국의 건조한 날씨로 가격이 약 25% 올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교전이 격화되면서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구에서 곡물을 선적할 수 있다는 전망이 꺾였다.

블룸버그는 "러시아는 이번 시즌과 다음 시즌에 세계 최고의 밀 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흑해 항구의 우크라이나 수출을 억제하는 등 세계 시장에서 점점 더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웨덴의 SEBAB의 전략가인 에릭 마이어슨은 보고서에서 "푸틴이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이제 세계 시장에 대한 1차 위험은 훨씬 더 미미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위험으로 남아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곡물 거래의 추가 연장 전망"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제 흑해 곡물 거래가 7월 중순 만료되면 추가 연장 가능성이 더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어슨은 "최근 러시아 사태가 연장 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따라서 곡물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럽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다.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약해진 지배력을 드러낸 사건으로, 푸틴의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전에 없었던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이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1~2주 만에 진정될지 아니면 불확실성이 만들어내는 공급 차질 등 글로벌 시장에 장기간 여파를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파이널토의 닐 윌슨 수석 시장 분석가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일반적으로 리스크에 부정적"이라며 "단기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전선이 붕괴하고 전쟁이 끝나는 등 상하방 모두에 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현 상황을 가장 먼저 반영하겠지만,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파생상품 트레이더들은 이미 매도세에 베팅하고 있다.

윌슨 수석은 "유럽 지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리스크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며 "또한 최근 위기로 투자자들이 애플 등 우량 성장주에서 피난처를 찾으려 할 경우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시장이 개장하기 전 36시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주식은 최근 몇 달 동안 대부분 상승세를 탔고, 이로 인해 매도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까지 S&P 500는 13% 상승했지만, 최근 며칠 동안 금리 상승 전망에 눌렸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주 인플레이션 목표인 2%에는 아직 멀고, 올해 2회 추가 인상의견이 다수라는 발언을 했다. 

워싱턴 모넥스의 무역 담당 이사인 후안 페레즈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중국에서 자산을 소유하는 것을 더 꺼리면서 엔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페레즈는 또 "올해 하반기에 쿠데타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대가 후퇴하면서 유로화를 향한 비행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단기적인 사태로 나타날 뿐 금융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도 나온다. 

포드햄 글로벌 포어사이트의 설립자인 티나 포드햄은 "즉각적인 영향을 거의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러시아의 내부 긴장의 증가가 시장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장 참가자들의 더 많은 민감성과 인식은 있다. 조심스럽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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