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나무 꽃; 하얀 꽃이 포도송이처럼 달린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아까시나무 꽃; 하얀 꽃이 포도송이처럼 달린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이코리아] 한낮에는 30℃가 넘는 무더운 초여름 날씨가 시작되었다. 형형색색의 꽃나무가 피는 봄이 지나가고 푸르른 잎이 선사하는 시원한 모습의 나무들이 우리를 맞이하는 계절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벌, 나비, 딱정벌레 등 다양한 곤충들이 등장하고 있다. 곤충은 나무에게 있어서 중요한 존재이다. 나무들에 있어 자손을 남기기 위해 열매와 씨앗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임무인데, 대부분의 나무에 있어서 수술에 있는 화분이 암술에 옮겨지는 과정인 ‘수분(pollination)’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곤충이기 때문이다.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나무들의 노력은 노란색, 하얀색 등 화사한 꽃색과 더불어 꽃의 꿀샘에서 분비하는 달콤한 ‘화밀’이 대표적이다. 특히 ‘화밀’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꿀벌의 먹이자원으로 벌들이 모아놓은 달콤하고 끈끈한 ‘꿀’의 원천이다. 벌꿀들이 모아 놓은 귀한 꿀 중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카시아꿀’이 있다. 그 꿀을 제공하는 나무가 바로 오늘 소개할 아까시나무이다.

 

아까시나무 줄기; 억센 가시가 달린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아까시나무 줄기; 억센 가시가 달린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아까시나무 나무껍질; 두껍고 세로로 갈라진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아까시나무 나무껍질; 두껍고 세로로 갈라진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아까시나무는 흔히 ‘아카시아’로 잘못 불리는, 대표적인 이름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나무 중 하나이다. ‘아카시아(Acacia)’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로 아까시나무와 동일한 콩과에 속하는 먼 사촌지간이지만 꽃과 잎 모양이 전혀 다른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목원, 식물원의 열대온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까시나무라는 이름은 이러한 아카시아와 혼동을 피하고자 지어진 이름으로 가시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아까시나무의 과학적 이름인 학명은 ‘Robinia pseudoacacia’인데, 뒤에 ‘pseudoacacia’라는 뜻은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이다.

아까시나무의 이름은 진짜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꽃은 달콤한 꿀이 가득하고, 콩과 식물로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며 질소고정을 하는 다재다능한 멋진 나무이다. 어린 줄기에 가시가 있고 번식력이 좋아서 한곳에 심어도 이곳저곳에서 줄기가 튀어나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숲을 푸르게 만드는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숲이 회복되면서 우거진 환경에서는 햇빛이 차단되어 아까시나무가 살아남기 어렵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나무들에 자리를 내어주는 알고 보면 멋진 나무이다. 최근에는 꿀을 제공하는 밀원수종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목재로도 유용성을 인정받아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헝가리에서 도입한 아까시나무를 연구하는 등 다재다능한 아까시나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아까시나무 새순.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아까시나무 새순.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아까시나무와 비슷하지만 붉은색 꽃이 피는 꽃아까시나무가 있다. 꽃아까시나무는 분홍색의 화사한 꽃이 매력적으로 주로 관상용으로 활용되는 나무이다. 아까시나무는 줄기에 뾰족한 가시가 달리는 것 이외에 털이 거의 없는 반면, 꽃아까시나무는 잎과 줄기, 그리고 꽃자루 등 식물 전체에 가늘고 빽빽한 털이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꽃아까시나무꽃; 붉은색 꽃이 핀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꽃아까시나무꽃; 붉은색 꽃이 핀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아까시나무와 더불어 여름의 숲에서 하얀 꽃을 피우는 다릅나무가 있다. 다릅나무라는 이름은 나무의 가운데 심재가 짙은 갈색이고 바깥쪽 변재는 황백색으로 달라 ‘다름나무’라고 하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다릅나무의 잎 모양은 아까시나무와 유사하지만 작고 많은 꽃이 하늘을 보면서 위로 달리는 것이 다르다. 또한 나무껍질을 보면 바깥쪽으로 말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필자가 수목학을 배울 때 동기들 사이에서는 때밀이나무로 불렀던 기억이 난다. 다릅나무는 꽃과 나무껍질의 특징도 매력적이지만, 이른 봄 새순이 돋을 때 흰털이 빽빽한 잎이 특징으로 햇살이 비추면 나무줄기 끝에 은빛이 반짝거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다릅나무 새순; 은빛으로 반짝인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다릅나무 새순; 은빛으로 반짝인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다릅나무 꽃; 하늘을 향해 핀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다릅나무 꽃; 하늘을 향해 핀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다릅나무 나무껍질: 얇게 벗겨져 말린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다릅나무 나무껍질: 얇게 벗겨져 말린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아까시나무, 꽃아까시나무, 다릅나무는 우리나라 한반도의 초여름을 하얗게 꾸며주는 소중한 우리나무이다. 우리나라를 지켜온 다릅나무 뿐만아니라 아까시나무, 꽃아까시나무는 오래 전 북아메리카에서 들어와 황폐한 우리땅을 푸르게 회복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또한 달콤한 꿀을 제공하는 귀한 산림자원으로 산림의 경제력을 높이는 고마운 나무이다. 우리에게 소중한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라는 잘못된 이름이 아닌 올바른 이름으로 기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주변과 초여름 산과 숲속을 지키고 있는 아까시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어린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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