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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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성소수자 혐오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의 과거 발언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 위원은 훈련소에는 자살이 없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밝혀져, 관련 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인권위가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위원은 지난 3월 23일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의 건’을 논의하던 회의에서 훈련병의 휴대전화 사용을 불허해야 한다며 “훈련소에서는 자살·자해가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사병이 힘든 것은 자대 배치받은 후”라며 “훈련소에서는 같은 계급·기수끼리 훈련을 받기 때문에 내무반에서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낮 훈련시간에는 많이 괴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 훈련소에는 자살·자해가 없다?

하지만 군 신병 훈련소에서 자살·자해가 일어난 적이 없다는 이 위원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육군 논산훈련소 생활관 화장실에서는 한 훈련병이 수료식을 며칠 앞두고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유족이 공개한 훈련병의 메모에는 중이염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외부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훈련소에서는 항생제만 주고 외부 병원으로 보내주지 않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시 군은 외부 치료 6회를 포함해 10여 차례에 걸쳐 해당 훈련병을 치료했다고 해명했으나, 인권위 조사 결과는 달랐다. 인권위에 따르면, 해당 훈련병은 훈련소 내 진료실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음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상급부대 진료를 허락하달라고 요청했으나 묵살당했으며, 이 때문에 꾀병 환자로 몰려 사망 하루 전에는 소대장으로부터 욕설까지 들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해당 훈련병이 목을 맨 체로 발견되자 응급구조인력이 아닌 일반 의무병을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군인권센터 또한 군 훈련소에서 자살·자해가 없다는 이 위원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최근 군 훈련소에서 발생한 자해사망 사건은 2017년 공군 교육사령부 1건, 2018년 육군훈련소 1건, 2020년 육군훈련소 1건, 2020년 해군 교육사령부 1건, 2021년 공군 교육사령부 1건 등 총 5건으로 집계됐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5일 낸 성명에서 이 위원에 대해 “기본적 사실관계도 확인해보지 않고 자기 말을 신빙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훈련소에는 인권침해가 없다는 허위의 주장을 펼친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이 위원은 자신의 사적인 인상, 경험, 편견 등에 기대어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인권위 업무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2021년 군 훈련소 인권상황 실태조사' 중 인권침해 경험 관련 질문에 대한 응답 비율.  자료=국가인권위원회
'2021년 군 훈련소 인권상황 실태조사' 중 인권침해 경험 관련 질문에 대한 응답 비율.  자료=국가인권위원회

◇ 훈련병은 편하다? 인권상황 개선 필요성 여전...

이 위원이 훈련병의 휴대폰 사용을 반대하는 근거로 내세운 “훈련소 내의 생활은 힘들지 않다”는 주장도 되짚어볼 여지가 있다. 설령 훈련소에서는 같은 기수와 계급의 동기들과 생활하는 만큼 경직된 서열문화로 인한 가혹행위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이 위원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훈련소 내 인권침해 문제가 드물고 개선의 필요성도 크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인권위가 발표한 ‘2021 군 훈련소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훈련소 내 인권상황은 이전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일부 인권침해 사례가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소 입소 후 인권침해 경험을 묻자 구타·가혹행위·성희롱·성추행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없었다고 답했으나, 부당한 군기훈련에 대해서는 10.5%, 언어폭력은 7.3%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비록 피해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구타·가혹행위·언어폭력·부당한 군기훈련 등은 주로 조교에 의해, 성추행과 성희롱은 교관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교관·조교에 대한 인권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훈련병들이 본인이 겪은 인권침해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권침해를 당한 뒤 보고·신고를 했다고 응답한 훈련병은 전체 조사 대상 중 5.9%에 불과했다. 훈련병들이 피해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군대에서 그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어서”(44.9%)였으며 그 뒤는 “보고나 신고를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27%),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오히려 처벌받을 것 같아서”(11.2%) 등의 순이었다. 훈련소 내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피해구제 시스템을 개선하고 관련 교육·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인권위는 지난 1월 11일 육군훈련소 및 해병대교육훈련단 방문조사 결과를 종합한 훈련병 인권개선 필요사항을 육군참모총장과 해병대사령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인권위 권고에는 화장실, 온수·난방 보일러, 생활관 등의 시설 개선뿐만 아니라, 고충처리 규정 개선 및 사생활 보호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인권위는 “군 훈련소 훈련병들의 인권상황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훈련소가 민간인을 군인으로 탈바꿈시키는 곳이라는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내 자녀와 형제자매들이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첫걸음을 내딛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며 “훈련병들에게 해줄 것은 해주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도록 국방정책 결정권자들의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검증결과] 전혀 사실 아님. 2011년 육군훈련소에서 중이염으로 고통받던 훈련병이 외부 진료 요청을 거절당한 뒤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또한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7~2021년 군 훈련소에서 발생한 자해사망 사고는 총 5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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