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럴링크 트위터 갈무리
= 뉴럴링크 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가 FDA 승인을 받으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 가능해졌다. 26일 뉴럴링크는 트위터를 통해 “인간 대상 최초의 임상 연구를 시작하기 위한 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공유한다. 이는 뉴럴링크 팀이 FDA와 긴밀히 협력하여 이루어낸 놀라운 작업의 결과이며, 언젠가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다.”라고 밝혔다.

= 뉴럴링크 누리집
= 뉴럴링크 누리집

뉴럴링크는 2016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컴퓨터가 인간의 뇌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뇌에 칩을 이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뇌에 이식되는 칩은 얇은 1024개의 전극에 연결되어 있으며, 무선 충전 배터리로 전원을 공급받는다. 이를 통해 칩은 외부 컴퓨터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생각만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정신 질환, 신경 질환 등을 치료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 뉴럴링크 측의 설명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인체 삽입 컴퓨터 칩을 통해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시력을 얻을 수 있게 되고, 척수가 손상되어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회복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지난 2019년부터 인체 임상시험에 대한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뉴럴링크가 FDA의 승인을 받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FDA는 그동안 △뉴럴 링크 수술에 사용되는 정밀 로봇의 안전성 △뇌 손상 없이 장치의 제거가 가능한지 여부 △의도치 않게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 △리튬 이온 배터리의 발열이나 폭발 문제 △얇은 전극이 움직이면서 발생할 수 있는 기능 오류나 안전성 문제 등을 대표적인 우려 사항으로 지적해왔다.

= 뉴럴링크 유튜브 갈무리
= 뉴럴링크 유튜브 갈무리

동물 학대 논란도 뉴럴링크의 발목을 잡는다. 뉴럴링크는 영장류 연구시설을 운영하는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와 제휴를 맺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원숭이 실험을 진행한 뒤 실험 영상을 공개했다. 뇌에 칩이 이식된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영상이 공개된 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책임 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 위원회(PCRM)’는 뉴럴링크가 칩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원숭이에게 극도의 고통을 안겨줬으며, 실험대상이 된 원숭이 23마리 중 15마리가 후유증으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PCRM은 뉴럴링크와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가 위법한 실험을 했다는 주장과 함께 미국 연방정부의 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미 농무부는 지난해 12월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로 뉴럴링크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개발 속도를 높이라는 머스크의 압박이 실험 실패로 이어졌으며, 이에 실험 과정에서 해를 입은 동물은 양, 돼지, 원숭이 280마리 이상을 포함해 1500마리로 추정된다. 뉴럴링크 측은 동물학대 논란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 싱크론 누리집
= 싱크론 누리집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은 뉴럴링크 뿐만이 아니다. 뉴럴링크의 대표적인 경쟁업체로 꼽히고 있는 싱크론(Synchron)은 지난해 5월 FDA의 승인을 받아 인체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또 지난 2월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싱크론은 7명의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장치를 이식하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싱크론은 두개골을 뜷고 칩을 이식하는 뉴럴링크와는 다르게, 목을 최소한으로 절개해 그물형 스텐트로드를 혈관을 통해 주입하는 안전한 방식을 채택했다. 스텐트로드는 혈관 벽에 자리잡아 안테나를 통해 뇌 신호를 외부 장치로 전송한다. 싱크론이 지난 1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첫 번째 시험 환자에게 이식한 장치는 부작용 없이 12개월 동안 신호 품질이나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장기적인 안전성도 입증했다.

최근 스위스 연구진이 하반신이 마비된 네덜란드 남성을 뇌-척수 무선 디지털 연결 수술을 통해 다시 걷도록 만들며 주목받기도 했다. 40세의 네덜란드 남성 게르트 얀 오스캄은 12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지만, 연구진은 환자의 뇌에 뇌 척수 인터페이스 장치를 이식하고, 척수에도 신경자극이 가능한 장치를 심었다. 환자는 5개월간 재활훈련을 받은 결과 다리의 움직임을 일반인과 비슷하게 제어해 걷고 가벼운 등산을 하는데 성공했다.

수술을 집도한 스위스 로잔대 신경외과 전문의 조슬린 블로흐 교수는 24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직은 기초 연구 단계이고, 실제 마비 환자에게 적용되기까지는 몇 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는 최대한 빨리 연구실에서 벗어나 이 시스템을 병원으로 가져가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중국 기술진들은 세계 최초로 뇌를 뚫지 않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원숭이의 뇌와 컴퓨터를 동기화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원숭이의 뇌혈관 벽에 뇌파 기록 장치를 설치해 뇌파 신호를 수집했으며, 원숭이는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조종할 수 있었다.

수술을 집도한 신경 외과 의사 마융제는 인터뷰에서 “첫 번째 동물 실험의 성공은 0에서 1로의 돌파구이지만, 임상에 성공하는 것은 1에서 100으로의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도 갈 길이 멀다”라고 밝히면서도, 이 실험의 성공적 결론은 수동적인 수집에서 능동적인 제어로 이동하는 중국의 EEG 신호 기술의 진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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