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 및 코픽스(COFIX) 추이. 자료=한국금융연구원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 및 코픽스(COFIX) 추이. 자료=한국금융연구원

[이코리아] 올해 들어 금리상승 추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지난해 급등의 여파는 계속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1분기 경제성장을 이끈 민간소비가 금리인상 여파로 위축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금리상승에 따른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과 소비의 변화’ 보고서에서 “지난해 급격한 시장금리의 상승은 시차를 두고 금년도 가계대출 금리에 반영될 전망”이라며 “금리 상승은 이자상환부담의 증가, 자산가치의 하락, 저축유인의 증가 등 다양한 경로로 민간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상승으로 대출차주의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가계의 자산·담보가치가 하락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게다가 금융상품의 금리가 높아지면 저축이 늘어나면서 신규대출 및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

김 연구위원은2019~2022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료를 사용해 금리인상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94%포인트 오르고 소비는 0.4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영업자와, 39세 이하 청년층의 경우 급여소득자나 다른 연령대에 비해 소비 감소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상승의 여파로 민간소비가 위축된다면, 올해 경제회복 전망도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크게 회복된 민간소비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 1분기 경제성장율이 ’플러스‘(+)를 기록하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0.8%(속보치) 성장했는데, 이는 설비투자 및 수출부진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가 빠르게 회복됐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수출의 GDP 성장 기여도는 –0.1%포인트였던 반면, 민간소비는 0.3%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보다 0.6%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이미 수출을 넘어섰다. 실제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5.8%에서 올해 1분기 47.5%로 1.7%포인트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수출 비중은 46.3%에서 44.5%로 1.8%포인트 감소해 수출과 소비의 비중이 역전됐다. 

민간소비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민간소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서비스업의 취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수출과 연관성이 높은 제조업 취업자 수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 통계청에 따르면, 4월 기준 숙박 및 음식점업(17만1천명, 8.1%),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4만8천명, 5.5%),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10만명, 7.9%) 등의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반면, 제조업(-9만7천명, -2.1%) 취업자 수는 감소했다. 

이처럼 최근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민간소비가 금리상승의 여파로 위축될 경우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상저하고’의 가능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이자부담이 늘어나면서 연체율이 높아져 금융권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6%로 전월말 대비 0.05%포인트, 전년 동월말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2월 연체율이 전년 동월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착시효과가 걷히면서 가계대출 리스크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금리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은 대출차주에게만 적용되는 현상인 만큼, 전체 소비 감소 폭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 보유 가구 비율 및 부채 보유 여부에 따른 평균 지출액을 고려하면, 대출금리 1%포인트 인상에 따른 소비 감소율은 0.23%로 추정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 연구위원은 “향후 대출금리의 상승이 지속될 경우, 그로 인한 이자상환부담의 가중은 우리나라 민간소비에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자상환부담 증가로 인한 소비 제약은 특히 자영업자 및 저연령층에게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해당 계층의 소비 여력 및 연체 위험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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