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변동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비트코인 가격 변동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이코리아] 미국발 은행 위기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던 비트코인이 이달 들어 주춤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대형 거래소 관련 이슈에 발목을 잡힌 가운데, 전통금융 대체재로서의 매력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암호화폐 시황중개사이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1일 오후 1시 현재 전일 대비 0.82% 하락한 2만743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4월 한때 3만 달러선을 돌파하며 기세를 올렸던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 2만7000달러대까지 하락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날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도 비트코인 가격은 요지부동인 상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9%로 지난 2021년 4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하회하면 금리인상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달 10일에는 예상보다 낮은 CPI가 발표된 이후 비트코인이 급등한 바 있다.

CPI 발표에 따른 금리동결 기대감이 높아졌음에도 비트코인이 상승 동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로는 거래소 관련 이슈가 꼽힌다. 앞서 세계 최대 규모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확인 거래가 늘어나 네트워크 혼잡이 발생해 비트코인 인출을 두 차례에 걸쳐 중단한 바 있다. 사태 이전까지 3만 달러 회복을 눈앞에 뒀던 비트코인은 이후 급락해 2만7000달러대를 횡보 중이다. 게다가 10일 코인데스크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세청(IRS)도 지난해 11월 파산한 거래소 FTX 및 계열사에 대해 44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거래소 관련 이슈가 반복해서 발생하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축소됐음에도 가상자산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발 은행위기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전통금융의 대안으로서 비트코인이 가지는 매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미국 특화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한 3월 10일, 2만 달러까지 하락했던 비트코인은 이후 약 열흘만에 2만8000달러선을 돌파하며 급등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샌프란시스코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 주가가 폭락했을 당시에도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약 10%가량의 상승폭을 보이며 반등했다.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의 제프 켄드릭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4일 ‘비트코인, 10만 달러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가상화폐의 겨울은 끝났다”며 “비트코인은 2024년 말까지 10만 달러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은행이 겪고 있는 지금의 스트레스는 비트코인에 매우 도움이 된다”며 “비트코인이 탈중앙화하고 희소성이 있는 디지털 자산이라는 원래의 전제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위험자산인 주식보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과의 동조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해 위험자산(대표적으로 나스닥)과의 높은 상관관계에서, 금과의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2019년 상반기 금과 비트코인이 함께 상승했던 흐름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2023년 상반기에는 2019년과 같이 적어도 지난해 6만9000달러에서 1만5000달러까지 하락했던 하락분의 절반 내외의 되돌림이 예상되며, 4월 초 비트코인이 3만 달러대를 일시적으로 상회하면서 어느 정도 되돌림은 충족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오 연구원은 “2019년에는 상반기까지는 금과 비트코인이 함께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2019년 6월부터 비트코인은 급락한 한편 금은 2020년까지 상승세를 지속했다. 미중 무역갈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6월부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졌는데, 금 가격에는 상승,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이는 올해 하반기에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기 시작할 때 가상자산도 가격 조정에 진입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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