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abay]
[pixabay]

[이코리아] 정치인의 대화가 녹음되어 유출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녹취록 뿐 아니라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대통령실 공천개입 의혹 녹취록 등 정치권이 녹음으로 인한 대화 유출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태 최고위원은 녹취를 유출한 당사자를 색출해 법적책임을 지우겠다고 선언했다. 법조계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상 당사자가 녹취한 대화나 통화는 불법이 아니나, 녹취록의 유출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권 침해 등의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원은 녹취를 공개한 당사자가 공개하였어야 하는 필요성(공익·자기방어권의 행사·소송자료로서의 제출 등)을 입증하면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2021년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초상권, 음성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며 “이러한 이익형량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 및 그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및 침해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등이 있다.[2020나47936]”고 판시하였다. 

전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인 동국대 김상겸 교수도 4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녹취 유출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면, 일단 내용이 중요하다. 이번 녹취록의 내용이 국가 기밀의 내용도 아니고, 개인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인 것 같다.”며 “다만, 공인의 명예의 영역은 사인에 비해 축소되어 있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최근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서울의소리’의 취재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음성권을 침해한 불법 행위”라고 판결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선 “사건이 대통령 부인이 되기 전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사인의 영역으로 판단하여 결정한 것으로,태 최고위원의 사안과 다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프라이버시권이 사인 간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대국가적 방어권을 의미한다며 녹취를 통해 침해받을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9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동의 없는 녹음, 이대로 좋은가’에서 패널로 참석한 이민 변호사는 “개정안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헌법상 사생활의 보호, 프라이버시권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전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에 포함되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프라이버시는 ‘혼자 있을 권리’라는 개념으로 법적 권리성을 가지게 됐고 미국에서 이는 주로 개인의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발달해 온 것”이라며 “프라이버시권은 국가 내지 외부에 의해 침해되는 개념으로 발전해온 것이고 학계나 실무상으로도 프라이버시권을 내부 내지 대화 상대방에 의한 침해로 확장하는 해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