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코리아] 삼성전자가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6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라이벌인 대만 TSMC는 약 10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6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5%나 떨어진 건데,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감소한 63조7454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른 출하 부진과 가격 하락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이런 상황을 고려해 25년 만에 반도체 감산을 선언한 바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7일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고객 수요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했기에 생산량 하향 조정을 결정하게 됐다"며 "이번 생산 조정은 충분한 물량을 보유한 레거시(구형) 제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선단제품 생산은 조정 없이 유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에서 올해 1분기 4조5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반도체 부문 매출은 13조7300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낸드플래시와 디(D)램 등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게 실적 부진과 곧바로 연결됐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부문은 매출 31조8200억원, 영업이익 3조9400억원을 기록해 반도체 부문 적자를 만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시설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 늘어난 10조7000억원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미래 대비를 위한 투자는 크게 늘렸다. 

올해 1분기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40%나 줄었다. AI 산업이 성장하면서 하반기부턴 수요가 살아날 거란 긍정적인 시각도 있는 반면, 세계적 경기 침체로 올해 안에 회복기로 접어들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이미 공시된 바와 같이 가동률 조정중임을 언급했으나, 구체적 규모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삼성전자의 높은 메모리 점유율과 이에 따른 규제 리스크 경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가동률 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재고 정상레벨에 도달한 일부 고객들의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하반기 수요 회복과 맞물려 가격 인상 촉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추정되어 영업적자 가능성은 낮아질 전망"이라면서 "2분기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메모리 반도체를 둘러싼 실적·재고·가격 등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고 있지만, 4~5월부터 웨이퍼 투입량 축소가 본격 시작되며 공급축소 효과에 따른 수급개선으로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2분기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전년대비 15% 감소가 전망되고, 디(D)램 생산량도 3분기부터 20% 이상 감소될 것으로 추정되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2분기에 정점을 확인할 전망"이라면서 "특히 과거 20년간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하락사이클 기간에 재고가 정점을 기록한 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저점 업황 턴어라운드는 유효하나, 회복 속도와 기울기에 대한 고민은 있다. 의미 있는 메모리 감산을 공식화한 점은 긍정적이나 시장 수요도 예상보다 약세"라면서 "본격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수요 회복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의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최근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 5086억3300만 대만달러(약 22조687억원), 영업이익 2312억3800만 대만달러(약 10조380억원)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6%, 3.3%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로는 28.9%로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10조원이 넘는 이익을 올렸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조단위 적자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TSMC는 2분기까지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지난해 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 2분기 가이던스를 매출 15억2000만 달러~16억 달러, 영업이익률 39.5~41.5%로 제시했다. 이를 계산하면 8~9조원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TSMC 역시 매출 감소에도 시설투자(CAPEX)를 큰 폭으로 줄이지 않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TSMC는 올해 CAPEX 금액을 320억~360억달러 수준에서 집행할 계획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28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메모리 반도체랑 파운드리 간 사업 운영방식에 차이가 있다. 파운드리는 고객의 주문이 있을 때 생산하는 시스템이라 재고에 대한 부담이 없고 운영비용 등에 있어서도 관리가 잘 될 수 있다. 반면 메모리는 미리 만들어서 고객에게 팔다보니 단가하락에도 계속 생산하고 있는데, 그 부분이 적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업계가 다 살아날 것으로 본다"면서도 "현재로서는 PC나 스마트폰의 수요가 분명 줄어들고 있어 당분간 크게 성장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AI 분야도 주목을 끌고 있지만 관련 기업의 경우 이미 하드웨어를 충분히 갖춘 기업들이라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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