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공식 트위터 갈무리 
출처=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공식 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유럽연합(EU)이 오는 2035년 휘발유, 경유 등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의 압박에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 판매는 허용키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시간) EU 주재 각국 대사들이 오는 203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만 신규 등록할 수 있지만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예외로 두는 법에 최종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안은 차량 제조사들이 2035년 이후 판매하는 신차의 탄소배출량을 100% 감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2030년부터는 신차 탄소배출량 감소 목표치를 2021년 수준에 비해 55% 감소하도록 요구했다. 다만 연간 1만대 미만을 생산하는 소규모 차량 제조사에 한해 2036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허용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이 같은 내용을 법안 시행에 합의했지만, 막판에 독일과 이탈리아가 제동을 걸었다. 특히 탄소 중립 합성연료를 쓰는 내연기관차는 봐줘야 한다고 주장해온 독일은 몇 주 간 거부권을 행사하며 버틴 끝에 원하던 결과를 얻어냈다. 

합성연료(E-Fuel·이퓨얼)는 물을 전기분해해 생성한 그린수소와 공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인공적으로 조합해 만든 연료다. 기존 경유차 대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40% 수준으로 탄소 저감효과를 일부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제조 단가가 매우 높은데다 생산량이 적어 친환경의 가면을 쓴 '차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는 이 같은 정부 입장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벤자민 스테판 그린피스 모빌리티 전문가는 "이 썩은 타협은 교통수단의 기후 보호를 약화시키고 유럽에 해를 끼친다"면서 "이번 합의로 효율적인 전기 이동성을 향한 자동차 산업의 시급한 방향이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U 위원회는 합성연료 전용 자동차가 휘발유나 디젤로 가득 차 있을 때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기술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술은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지만, 운전자가 음주 분석기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차량을 차단할 수 있는 알코올 이중 안전 장치와 유사하게 작동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이 장치는 차량이 주행하는 동안 항상 작동한다. 전기차는 같은 양의 전기로 5배 더 멀리 갈 수 있다. 

이탈리아는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도 예외를 적용받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포르쉐와 페라리는 합성연료를 그들의 차량이 무거운 전기 배터리에 짓눌리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국에선 현대차그룹과 SK이노베이션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도 지난해 3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KAUST)과 함께 친환경 엔진·연료를 공동개발 중이다. 특히 친환경 합성연료를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사용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검증하고, 시뮬레이션 및 엔진 시험을 통해 유해 배출물 감소 효과도 측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원유 및 석유제품 트레이딩 사업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0월 액체연료 합성 공정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인 인피니움에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30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합성연료는 조건부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2035년이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차량 업체에서 일종의 보험을 걸어둔 것인데, 그 때까지 합성연료 기술개발이 진척되면 관련 내연기관을 쓰는 것이고 안 되면 그만"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포르쉐나 BMW가 전동화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 수소전기차가 배터리 전기차의 보완적인 기능을 할 것이라는 전망과 같은 이야기"라면서 "경제성도 떨어지는데다 탄소 포집도 쉬운 과제가 아니다. 정유업체도 충전사업과 같은 전기동력에 투자하고 있고, 합성연료의 경우 다양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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